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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12-

City Botanic Gardens(시티 보타닉 가든)에서 인생샷을




 많이 놀러다녀야 한다. 얼마 후에 한국으로 곧 돌아갈 다른 워홀러 친구에게서 들은 말이다. 함께 일하는 그 친구는 1년동안 호주에 있으면서 돈만 벌고 많이 놀러다니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래서 남은 한 달이라도 여기저기 놀러다니라 했더니 돈이 없다나. 돈 버느라 못 놀러갔다더니 놀러가라니까 돈이 없다니, 알수없는 친구다.

 내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온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였다. -물론 돈도 벌고 영어도 늘릴 거지만- 그리고 그 새로운 경험에는 새로운 곳으로의 싸돌아다님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나도, 남자친구도 돈을 버느라 바쁜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번 돈으로 틈틈이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려고 노력 중이다. 어차피 쓰려고 버는 돈인데 안 쓰고 모으기만 하면 뭘 하나. -앞선 예의 친구를 보면 안 쓴다고 해서 꼭 많이 모아지는건 또 아닌 것 같으니- 그게 굳이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는 먼 곳으로의 거창한 '여행'일 필요는 없다. 집 근처의 공원만 가도 우리에겐 새로울테니까.



Story Bridge가 보이는 Brisbane River



 여느 때와 같이 파아란 하늘에 뭉게뭉게 구름이 낀 토요일. 우리는 또 페리를 타고 시티로 넘어왔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Eagle Street Pier에서 내려 스토리 브릿지를 뒤로 하고 쭉 걸어가다보면 City Botanic Garden(시티 보타닉 가든)이 짠! 하고 나타난다.



City Botanic Gardens



 City Botanic Gardens. 처음엔 공원이름이 '보타닉'인줄 알았는데 Botanic은 '식물의'라는 뜻으로 Botanic Gardens는 쉽게 말해 식물원이었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영어 단어를 또 하나 배웠다.-


 이 공원에는 얼마 전 *English Conversation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 나나와 일요일마다 열리는 Riverside Markets를 구경하러 한 번 왔었다. 그 땐 마켓만 대충 구경했었는데 이번에는 남자친구와 제대로 둘러보기로 작정하고 공원을 방문했다. 카메라는 물론이고 자주 데리고 다니지 않는 삼각대까지 짊어지고 나왔다. 호주에 온 이후로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 이 예쁜 공원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건지자며 가지고 나온 삼각대였다. 결과적으로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브리즈번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공원은 엄~청나게 컸다. 작정하고 왔지만 오늘 하루만에 다 둘러보기는 무리일 것 같았다. 애매한 시간에 집을 나와서 시작부터 배가 고팠지만 강변부터 시작해 천천히 둘러보았다.





 파란 하늘과 초록 식물은 언제 봐도 눈이 즐겁다. 잘생긴 남자 연예인을 볼 때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라면 하늘하늘 초록초록한 자연 풍경은 눈은 물론, 마음까지 정화하는 느낌이랄까. 초록 잔디밭 위에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 나무들은 왠지 모르게 여유로워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 나무는 이상하게 유독 눈이 가는 나무였다. 키도 작고, 동글동글하니 요 놈 참 귀엽네.





 그래서 귀여운 이 나무를 배경으로 짊어지고 간 삼각대에게 부탁해 커플사진을 찍었다. 같은 나무인데 같은 나무 같지 않아 보이는건 촬영 위치와 색 보정 그리고 풍경을 방해하는 못난 모델 때문일 것이다. 썬글라스로 얼굴도 적절하게 가려진 이 사진은 한 동안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쓰였다.





 매일 나를 감탄하게 만드는 호주의 하늘은 이 날도 역시 아름다웠다. 하루에 10번 이상 하늘을 보면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10번 이상 올려다보고 싶을만큼 아름다운 하늘 아래에서 지낸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임이 틀림없다. 블로그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사진보다 더 예쁘다. 오늘도 난 행복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조금 더 걷다보니 잘 가꾸어진 정원도 있었다. 뒤에 있는 건물은 관리실이거나 화장실일 것 같은데... 용도가 어찌됐건 정원과 잘 어우러져 역시 예쁘다. 지난 번 *Strathpine 놀이공원에 갔을 때 느낀 것처럼 롤러코스터 타이쿤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게임할 때 손님들이 놀이공원의 조경이 안 예쁘다며 불평하면 짜증났었는데 이제 조경이 왜 중요한지 알 것 같다. 





 예쁜 정원을 배경으로 또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 또한 한 동안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쓰일 정도로 나답지 않게 참 잘 나왔다. 운 좋게 예쁜 사진을 찍어준 남자친구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ㄳㄳ-





 호주는 아무래도 더운 나라여서인지 나무도 그렇고 꽃도 그렇고 뾰족뾰족한 식물들이 많다. 거리며 집 마당에 야자수들은 익숙하게 많이 봐왔었는데 이렇게 위협적으로 생긴 꽃은 공원에서 처음 봤다. 나비나 잠자리가 잘못 앉았다가는 날개가 찢어질 것만 같은 모양이었다. 가만히 있는 식물인데도 불구하고 무서웠다. 슈퍼마리오 게임에 나오는 총알 쏘는 꽃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 난 버섯을 먹어야지!-




 

 'City' Botanic Gardens답게 브리즈번 강가에서 먼 곳으로 걸어나오면 초록초록한 나무들 뒤로 빌딩 숲이 보인다. 빌딩 숲이 보이는 것이 아쉽다기 보다는 저 높은 빌딩들 사이에 이렇게 잘 관리된, 커다란 공원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꽃사슴에게 먹이를 주었던 우리 나라의 서울숲도 생각났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도심 속에 이런 휴식의 공간이 앞으로 조금씩 더 많아지고, 커졌으면 좋겠다. 호주는 지금도 충분히 많은 것 같지만 서울은... 아쉽다. 



City Botanic Gardens 도마뱀



 앞서 말했듯이 Botanic Gardens는 식물원이라는 뜻이지만 동물들도 참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도마뱀! 호주에서 도마뱀은 집 안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공원에서는 더더더욱 흔하다. 이미 여러 차례 만났었지만 볼때마다 참 귀엽다. 가만히 서서 고개만 까딱까딱 로봇처럼 움직이는게 아주 쓰담쓰담 해주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아무래도 뱀은 뱀이다 보니.. 이 이상 가까이 가기엔 어렵다.





 그리고 새. 호주는 새들의 천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정말 많은 종류의 새들이 있다. 도시에서만 해도 별별 종류의 새들을 다 볼 수 있으니.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새는 비둘기 아닌 닭둘기와 참새, 까치 정도지만 여기선 초록색, 노란색 등 형형색색의 앵무새도 볼 수 있고, 두루미처럼 생긴 새도 있고, 박쥐도 있고... 이름을 몰라서 그렇지 정말정말정말 많다.

 





 어느 정도 구경을 하고 나가려고 했더니 출구 근처에 커다란 연못도 있었다. 시원한 분수와 개구리가 뛰어놀 것만 같은 연잎들이 나의 눈길을 사로 잡았고,




thumb



 귀여운 오리들은 내 발을 멈추게 했다. 연못만 살짝 구경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페인트로 주둥이를 칠해 놓은 것만 같은 검정 오리들이 무리지어 돌아다니고 있어 또 한참을 쫓아다니며 사진 찍었다. -스트레스 받을까봐..라기 보다는 내가 무서워서 그렇게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연못 밖에서 돌아다니는 빨간 코 노란 부리 오리도 많았다. 애벌레나 사람들이 흘린 부스러기를 주워먹고 있는 것 같았는데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영락없는 만화 속 오리였다. 호주에서 관리를 위해 구분하려고 정말 주둥이에 페인트를 칠해놨나 싶었는데 하나같이 다 똑같이 생긴걸로 보아 그건 아닌 것 같다. 동물을 존중하는 이곳 사람들이 그렇게 했을리도 없지만. 너무 귀여워서 집으로 데려와 키우고 싶었다. 꿱꿱!



 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동물들과 식물들을 접하고 또 그것들과 함께 인생샷까지 건진 신나는 날이었다. City Botanic Gardens은 지난 번 *첫 나들이를 갔던 사우스뱅크 공원보다 조금 더 자연적인 공원인 것 같다. 사우스뱅크에는 인공 해변도 있고, 놀이기구도 있지만 여기는 식물과 동물 밖에 없으니. 전체를 다 둘러보지는 못해서 어딘가에 또 다른게 숨어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날은 그렇게 느껴졌다. 아, 내가 자연 속에 있구나.


 도시에 있음에도 도시를 벗어난 듯한 착각이 드는 그런 공원, City Botanic Gardens으로의 씐나는 나들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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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