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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01 -

몽마르뜨르 언덕에서의 사랑 고백




2015년 2월 12일,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이 날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파리에 대한 호감도는 뚝..뚝.. 떨어지게 되는데.....



몽마르뜨르 언덕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경치는 정~말 아름답다고 여행하기 전에도, 여행을 하면서도 들었다.

대체 얼마나 멋지길래, 궁금했지만 파리에서의 아름다운 마지막 추억을 위해 아껴두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고...

멋지게 보내고 싶던 나의 계획과는 달리 아침부터 온갖 짜증나고 안 좋은 일에 시달렸다.

그래서 더욱 마지막 여행지로 찜해둔 몽마르뜨르 언덕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거지같은 기분들을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풀어야지, 생각하며.




몽마르뜨르 언덕 올라가는 길



길을 잘못 간 것인지, 생각했던 길과는 좀 달랐다.

게다가 몽마르뜨르 '언덕'답게 계단이 무지막지하게 많고 또 높았다.

몽마르뜨르 언덕 꼭대기까지 가면서 이런 계단들을 3-4번은 만난 것 같다.




사크레쾨르 사원




역시, 길을 잘못 간 게 맞았다.

이 사원을 보기 위해서 끙끙 올라갔는데 꽃보다 할배에서 본 얼굴 그려주는 화가들과 카페, 상점이 늘어선 광장 밖에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높이 올라온 것 같긴 한데 어디서 경치를 볼 수 있는건지..

한참을 헤매다가 사람들이 오는 쪽으로 내려가니 이렇게 멋진 모습의 성당이 이쪽이라며 손짓하고 있었다.





사크레쾨르 사원



정면에서 본 사크레쾨르 사원은 "정말정말" 멋있었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많은 성당과 사원을 봤지만 외관의 아름다움으로는 TOP 5 안에 들 정도로!

계단을 한참 걸어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는,




사크레쾨르 사원 앞에서 본 파리의 풍경



듣던대로 파리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짜잔!


그치만 여행하면서 이런 높은 곳에서의 풍경을 많이 봐서 그런지,

아니면 이 날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였는지 기대에는 살짝 못 미치는 풍경이었다.

-개인적으로 이태리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광장이 최고인 것 같다-

하지만 해가 질 때가 진짜 예쁘다고 들어서 해 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바로 이 사진에 보이는 저 난간 앞에서 나는 말도 안 되는 사랑 고백을 받았다.







사진에 보이는 사크레쾨르 사원 앞 계단에 서서 파리의 시내를 사진에 담고 있을 때였다.

웬 이태리 사람처럼 생긴 남자가 와서 사진을 찍어달라며 카메라를 건냈다.

같은 여행객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사진을 찍어줬는데 이게 엄청난 실수였다.


이 남자는 나보고 계속 일본 사람 같다며 말을 걸어왔다. 

-난 한국사람이라고 열 번은 말한 것 같다. I'm KOREAN!!!!! 대한민국만세!!!-

자기가 일본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나랑 비슷한 사람을 봤다나 뭐라나..

그래도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서 하는 말마다 대꾸해주고 사진 몇 번 더 찍어줬다.

-내가 찍어줬으니 나도 찍어달라고 했는데 다 거지같이 찍어주더라-

그리고는 에펠탑 야경을 보러 간다길래 여행 잘하라며 인사하고 갈 길을 갔다.


간 줄 알았다.







그 남자가 가고 나는 계단을 내려와 난간에 기대서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에펠탑 보러 간 줄 알았던 그 남자가 내 옆에 다시 나타났다.


또 보네요, 라는 이상한 말로 남자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5분 전에 봐놓고는 뭘 또 보나 싶었다-

이태리 사람처럼 보였으나 레바논 사람이었고 이태리 여자친구와 이태리에서 지낸다고 했다.

난 안 물어봤는데...


왜 혼자 여행왔냐고 하니까 여자친구랑은 최근에 다툼이 있었다고.

이 때까지는 정말 착한 사람 같아보여서 그래도 친절하게 대해주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이 남자의 사랑 고백이 시작됐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심장이 너무 두근거린다."

"에펠탑에 가려다가 다시 돌아왔다."


??????!???!

너무나도 황당하고 뜬금없는 고백이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영어도 안 되고 그냥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더니

남자친구가 없었으면 지금 키스를 하려고 했다며 -진짜 변태 같았다- 여행일정 다 바꾸고 나를 따라 스페인으로 가고싶다고 했다.


장난이 아닌 것 같길래 그냥 허허허허허허.. 웃으며 에펠탑이나 가시라고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사실 내 나이 또래의 -훈훈한- 남자였으면 기분이 나쁘진 않았을 것 같은데

이 사람은 이태리 사람처럼 보이는 레바논 아저씨였다..



기분 풀려고 올라간 몽마르뜨르 언덕에서 더 기분 나쁜 일을 겪고 내려왔다.

해가 지기를 기다렸지만 생각보다 해가 너무 늦게 져서 그것도 못 보고... 날이 아니었나보다.

그래도 그 -정신 나간- 아저씨가 정말 스페인까지 안 따라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만날 일이 없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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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나홀로 유럽 | 2015.01-0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