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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03 - 

한인민박에 대한 나의 생각




유럽여행을 하기 전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숙소'였다.

왕복 비행기값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비용이 든 부분이기도 하고, 더불어 안전이나 아침식사 등도 중요했기 때문에!


여행 전 찾아본 유럽여행 블로그라던가 카페에서는 한인민박에 머무르는 것을 많이들 추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다른 나라까지 가서 한국 사람들하고만 지내고 싶지는 않았고, 가격도 좀 부담스러웠다. -평균 1박 30유로 정도-

그래서 모두 저렴하면서 깨끗해 보이는 외국 게스트하우스/호스텔을 선택했는데...


딱! 한 군데, 첫 여행지인 로마에서는 한인민박에 머물렀다.




로마 떼르미니역




첫 여행지인 로마에서 한인민박에 묵기로 결정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아무래도 첫 유럽여행의 첫 여행지이니 이곳에서만큼은 한국사람들과 있으면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고,

둘째, 비행기 도착 시간이 밤 10시였기 때문에 혹시 위험해질 경우 연락을 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한인민박을 선택한 건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진 속 떼르미니역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여행 첫 날 밤, 비행기를 타고 11시가 넘어서 도착했을 때 인적 드문 떼르미니역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

그렇게나 위험하다는 이탈리아 로마 떼르미니역에, 난생 처음 혼자 외국에 나가면 20대 초반의 여대생.. -아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다행히도 한인민박집 아저씨께서 숙소 앞까지 데리러 나와주신 덕분에 아무 일 없이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저씨를 만나기 전까지의 시간은 30여일의 여행 중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지 않았나 싶다.




산 피에트로 대성당 (성 베드로 대성당)




첫 날 밤에는 그저 무사히 도착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사실 무서움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숙소가 어디에 있고 시설이 어떻고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왔다.

이 때까지가 딱 좋았던 것 같다.


다음 날 눈을 뜨니...

정신을 차리고 본 민박집은 인터넷에서 예약할 때 봤던 사진이랑은 차이가 너무 컸다. 심각하게.




한인민박 홈페이지의 숙소 사진




이걸 보고 예약했었는데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아침부터 충격을 받았다.

구조가 다르고 이런건 크게 상관이 없었지만 사진만큼 깔끔하지가 않았다.

특히나 화장실에 민감한 나는 화장실이 제일.. 그랬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예약한 민박과 실제로 묵은 곳은 다른 곳이었다.

남매인 두 민박 사장님께서 가까운 거리에서 각각 민박을 운영하신다고.

가격이나 시설이 똑같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지만 좀 찜찜하긴 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나름 괜찮았다.

아침에 나오는 한식도 괜찮았고, 같은 방의 언니들도 착해서 그럭저럭 지낼만했다.

-비수기라서 저녁(한식)도 "무료"로 챙겨주셨다.-




포로 로마노




기분이 제일 언짢았던건 둘째날이었다.


33박의 내 유럽여행 일정에는 투어가 하나도 없었다.

'여기는 투어가 꼭 필요한 곳이다.' 같은 글을 많이 봤지만 난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 다 한다는 바티칸 투어도 안 하고 혼자 잘 구경하고 다녔다. 

-줄도 오래 안 기다리고 재밌게 구경 잘 했다. 정보는 조금 부족했지만-


둘째날은 나폴리에 갈 예정이었는데, 이 역시 투어가 아니라 혼자 미리 기차표 예매하고 준비한 일정이었다.

민박집 사장님께서 오늘은 어딜 가냐고 여쭤보시길래 투어 없이 나폴리를 간다고 하니까,

"남부투어 신청하면 훨씬 싸고 여러 도시 둘러볼 수 있는데 왜 바보같이 혼자 가느냐"라는 말을 들었다.


저 한마디에 기분이 확 상했다.

비록 첫 해외여행이라 정보도 부족하고, 어설프게 보일지 몰라도 내 나름대로는 알차게 계획했다고 생각했는데..

훨씬 싸고 여러 도시를 둘러볼 수 있는 투어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르는 사람한테 바보같다는 말을 들어야한다니.


물론 그 날 나는 혼자 하루종일 나폴리 구경하면서 보고 싶은거 보고, 여유롭게 구경하면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민박집 사장님 말씀대로 투어에 참여하는게 더 효율적인 여행 방법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투어가 없는 내 여행 계획에 '바보같다'는 표현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포로 로마노




한인민박에서의 가장 큰 사건은 마지막날 일어났다.


한인민박에서의 마지막날 아침메뉴었던 제육볶음..

일반 제육볶음이 아닌 삼겹살 고기로 만든 제육볶음이었는데, 이게 여행 내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이 땐 몰랐지.


여느 때와 같이 아침을 먹으려 식탁에 앉아 메인 반찬으로 나온 제육볶음을 먹었는데 평소와는 달리 느낌이 쎄했다.

원래 위가 별로 좋지 않은 탓에 아침부터 자극적인, 기름진 삼겹살 고기로 된 제육볶음을 먹으니 속이 끓는 듯했다.

그치만 맞은 편에 앉아 맛있게 먹으라며 웃고 계신 사장님을 보니.. 차마 다 버리기엔 눈치보여서 꾸역꾸역 삼켰다.



이 날 아침의 제육볶음은 스트레스 왕창 받던 고3 때 앓았던 위염이 다시 도지게 만들었고,

고통을 무시하며 계속 여행을 강행하던 나는 이로부터 보름이 지난 후 *프랑스에서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물론 이건 민박 사장님 탓이 아니라 쎄한데도 꾸역꾸역 집어 삼킨 내 탓인걸 안다. 하지만 병원에 있을 때는 그저 사장님이 원망스러웠다..-




떼르미니역 앞 동상




아무튼 나는 한인민박에 대해서 가격 대비 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1박에 30유로라는 일반 호스텔의 2-3배의 가격이지만, 장점은 한식이 제공된다는 것 뿐.

한국인이라고 해서 더 친절한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말이 많아서 더 귀찮았다.-

청결도나 시설 면에서도 1박 10유로 대의 일반 호스텔이 훨씬 더 나았다.

그리고 정말, 굳이 유럽까지 가서 한국인들끼리 모여있을 필요가 있나 싶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한인민박이 이미지가 안 좋아서 그렇지 아마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난 다음에 여행 간다면 절대 한인민박에는 안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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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나홀로 유럽 | 2015.01-0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