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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스탠소프 워킹홀리데이]

-EPISODE 062-

It's Show Time~ 스탠소프 쇼쇼쇼!




 따가운 여름 햇빛에 가만 있어도 기운이 빠지는 호주 스탠소프의 2월. 무더위를 잊게 만드는 SHOW!가 열렸다. 축제는 2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 간 진행되었는데 우리는 가장 핫한 시축제의 시작날인 금요일 저녁에 축제의 장으로 향했다. 마침 *버섯농장 일이 일찍 끝나서 대낮부터 모든 이벤트를 즐길 계획이었지만.. 해가 떠있는 시간에 밖에 나갔다가는 축제용 구이가 되어버릴 것 같아 집 식구들과 함께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 





 금요일 저녁, 축제가 열린 Stanthorpe Show Ground는 생각보다 훨씬 열기가 뜨거웠다. 축제라는 단어에 설레기는 했지만 호주 시골 마을의 축제가 뭐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대체 어디서 나온걸까 싶을 정도로 북적였다. 정말, 이 동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는지 이 날 처음 알았다.



어딜가나 있는 짝퉁 피카츄



 가장 먼저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다양한 상점들! 장난감부터 스탠소프에서 자란 각종 농산물, 잔디깎이 같은 기계들, 달콤한 젤리와 사탕 등 구경할 것들이 넘쳐났다. 



Shannons HOT CHIPS


그냥 감자튀김과 칠리소스



 그 많은 상점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은 감자튀김(칩스) 판매점. *스탠소프 쇼 공식 페이스북에도 "Everybody's favorite, Shannon's hot chips!"라고 소개될만큼 이곳에서는 유명한 음식인 듯 보였다. 1년에 한 번 뿐인 축제에, 가장 유명한 음식을 안 먹고 지나칠 수 없어서 길게 이어진 줄에 나와 남자친구도 합류했다.

 여러 종류의 칩스 중에서 가장 기본 메뉴인 5달러 칩스를 주문했다. 무료로 제공되는 케찹, 머스타드, 칠리 소스 중에 칠리 소스를 휘리릭휘리릭 뿌리고 손으로 집어 입에 쏙! 축제보다 기대한 유명 칩스였지만 달리 특별할 것 없는 그냥.. 감자튀김이었다. 콜스(Coles)에서 파는 냉동 칩스보다 조금 맛있는 정도? 기본 메뉴를 시킨 탓인지 아니면 호주 사람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맛인지 모르겠지만 우리한테는 그냥 '간식으로 먹기에는 조금 비싼 칩스'로 끝났다.



[출처] Stanthorpe Show 페이스북



 그 무렵, 축제가 열리는 쇼 그라운드의 중앙에 헬기가 착륙했다. 쇼에 입장할 때 머리 위 하늘을 떠다니는 헬기를 보고 경찰인가 싶었는데 이 또한 쇼의 일부였다. -시골 잔치에 헬리콥터까지 등장하는 호주 클라스.- 헬기에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뛰어 내렸다 다시 뛰어 오르고,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고, 누군가를 상대로 인터뷰도 했지만 마이크를 통해 웅웅거리는 영어가 들리지도 않았고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았다. 그저 그런 칩스를 주워먹으며 구경하기에 딱 좋았던 그저 그런 헬기쇼.




[출처] Stanthorpe Show 페이스북



 헬기가 착륙한 운동장(?) 주변을 쓱 한번 돌아본 뒤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피해 실내로 발길을 옮겼다. 농업 축제인만큼 스탠소프에서 생산한 과일, 야채, 화훼 등이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또 한 켠에는 스탠소프 내 대회에서 수상한 사진/미술, 공예품 등도 전시 중이어서 더위를 식히며 돌아보기 좋았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1등한 작품 치고는 상당히 귀여웠다. 



스탠소프 쇼 패션쇼 사회자 할머니



 금세 뜨거웠던 태양이 지고 어둠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어둠과 함께 피곤함도 스멀스멀..-

 같은 차를 타고 함께 왔으나 칩스를 사먹느라 잃어버렸던 집 식구들을 다시 만나 쉴 곳을 찾아다녔다. 때마침 어디선가 마이크 소리가 들려와 '앉아서 구경할 수 있겠거니!'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웬 무대가 놓여져있어 공연을 하나 싶었는데 무려 패션쇼였다. 우리는 예쁘고 잘생긴 모델들이 걸어나오는 것을 기대하며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버섯농장 친구 Tayla



 본격적으로 패션쇼를 시작하기 전, 스탠소프 쇼의 쇼걸(Show Girl)들이 먼저 등장했다. 마을마다 매년 열리는 쇼에서 쇼를 홍보할 쇼걸들을 선정한다. 우리 나라로 치면 미스 춘향, 고추 아가씨, 사과 아가씨 정도가 되겠다.

 이번 스탠소프 쇼걸은 총 3명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이 같은 버섯농장에서 일하는 Tayla였다. 한동안 버섯 따면서 계속 쇼걸 얘기만 하길래 뭔가 싶었는데 갑자기 런웨이에 등장! 반가움에 물개박수를 짝짝짝 날렸다. 



[출처] Stanthorpe Show 페이스북


[출처] Stanthorpe Show 페이스북



 농장에서 버섯 따는 모습이 아닌,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Tayla의 모습에 내가 괜히 뿌듯했다.

 다음 날 농장에서 만난 Tayla는 전에 알던 모습 그대로였지만 더 멋있어 보였다. 쇼 잘 봤다고 한마디 슬쩍 던지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소심하게 박수만 짝짝짝.. 아무튼 정말 멋있었다!




훈남 모델들



 쇼걸들의 런웨이가 끝나고 본격적인 패션쇼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기대한 패션쇼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화려한 모델들의 화려한 워킹이었는데.. 현실은 꼬마부터 할머니까지 동네 사람들로 구성된, 생활복 패션쇼였다. -물론 잘생기고 예쁜 10대 모델도 있었다.-

 화려한 모델들이 없음에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보여주기 위한 패션쇼가 아닌, 동네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즐기는 패션쇼였다. 학교 친구들이 등장하면 환호해주고, 무대 위에 선 이웃들을 만나고, 또 동네 어르신들께서 진행하는 -핑크핑크한 사회자 할머니께서는 몇 십 년동안 이 패션쇼의 사회를 맡고 계신다고. 커다란 기계 앞에 서서 패션쇼 음악을 선곡하시는 분 역시 할머니셨다.- 그런 따뜻한 분위기의 패션쇼였다. 값비싼 명품도, 전문 모델도 없었지만 그 어떤 패션쇼보다 화려했다. 

 




 따뜻했던 패션쇼가 끝나고.. 어느 정도 체력이 충전된 우리는 놀이기구가 모여있는 쪽으로 향했다. 금요일 밤의 축제가 점점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공포의...



 많은 종류의 놀이기구가 있었지만 한 번 타는데 1인 당 10~20달러-대략 만 원 정도-로 가난한 우리에게는 비싼 편이어서 가장 재밌는 것 하나만 타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당첨된 이 놀이기구의 이름은 Skywalker. 스타워즈를 테마로 한, 말 그대로 하늘을 걷는 놀이기구였다. 



SKYWALKER



 사진으로만 봐서는 얼핏 롯데월드의 자이로스윙과 다를게 없어 보이지만 엄청 다르다. 놀이기구의 이름이 Skywalker인데는 다 이유가 있었으니.. 앉아서 타는게 아니라 '서서' 타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엉덩이를 살짝 걸친 채로 탑승하는 놀이기구였다. 그래서 놀이기구에 탑승해도 내 두 발로 서있기 때문에 기구에 탄 느낌이 들지가 않아 새로웠다. 그것은 곧, 공포였다.

 탑승했다는 느낌이 안 드는 놀이기구는 내 엉덩이를 아슬아슬하게 받친 채로 돌고, 돌고, 계속 돌았다. 도는건 문제가 아니었다. 허공에서 디딜 곳을 잃고 휘적거리는 다리가 문제지. 평소에 나를 땅에 붙어있게 만들어준 엉덩이와 다리가 둘 다 공중에 떠있으니 너무.. 너무.. 무서웠다. 원래 놀이기구를 정말 잘 타는 편인데 이것만큼은 빨리 내리고 싶었다. 시간이 어찌 그리 느리게 흐르던지. 나를 당장 내려달라 하늘에서 목놓아 외쳤다. -이건 이런 시골에 있을 놀이기구가 아냐 *드림월드에 있어야해..-





 무사히 두 발을 땅에 디디고 축제를 조금 더 돌아다니다 보니 밤이 되었다. 금요일, 축제의 밤에는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놀이기구를 타고, 칩스를 먹고, 실내 전시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운동장 근처에 모여들었다. 두근두근.




펑펑!



 모두가 기다린 시간이 되자 음악에 맞춰 불꽃들이 팡팡 터져나왔다. 낮의 열기가 식은 시원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흩뿌려지는 불꽃들. 펑펑 시원하게 터지는 소리도 좋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듯한 아름다운 모양도 참 좋았다. 언제 또 이런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런지. 



 뜨거웠던 2월, 축제가 열린 금요일 밤은 그렇게 불꽃과 함께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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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