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호주 워킹홀리데이 마무리: 시드니 여행 END]

시드니, 못다한 이야기




 호주의 문화 수도-실제 수도는 캔버라(Canberra)-, 시드니에서 보낸 5일은 1년 간 차곡차곡 쌓아온 호주에서의 추억을 정리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아마도 평생 기억에 남을 호주의 광활한 자연과, 여러 사람들이 섞인 시끄러운 도시가 공존하는 시드니. 이곳에서 우리는 또다른 예쁜 추억을 쌓음과 동시에 아쉬운 마음으로 다가오는 이별을 준비했다.



시드니 시내


시드니 시내유럽풍 건물



 약 1년동안 퀸즐랜드(Queensland) 사람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시드니는 상당히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스탠소프는 물론이고 브리즈번에서도 본 적 없는 유럽풍의 고급스런 건물들이 즐비한 시드니의 첫 인상에 우리는 호주 촌놈 마냥 두리번거리기 바빴다. 언젠가 호주 사람들은 브리즈번 출신도 시골 사람 취급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제서야 그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브리즈번의 높고 세련된 건물들이 삐까뻔쩍하게 멋있는 정도라면, 시드니 건물들의 연륜(!)과 고급스런 분위기는 과연 압도적이었다. 



시드니 시내시드니는 공사중



 아쉽게도 우리가 찾았을 당시-2017년 2월 말- 시드니 도시는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트램을 건설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시드니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시드니 시청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가려져 있었다. 시드니가 나랑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던 것 같다...



퀸 빅토리아 빌딩


퀸 빅토리아 빌딩 내부퀸 빅토리아 빌딩(QVB)



 시드니 시내의 무수한 고급 빌딩 사이에서 단연 최고인 퀸 빅토리아 빌딩(Queen Victoria Building, QVB)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다. *시드니 타워 아이(Sydney Tower Eye)에서 내려다볼 때부터 범상치 않았던 이 빌딩은 직접 들어가보니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고급스러웠다. 실제로 옛날 빅토리아 여왕이 호주를 방문했을 때 사용했던 궁전이라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겠다. 현재는 궁전이 아니라 대형 쇼핑몰로 사용되고 있다. 한 블럭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어서-길이가 무려 190m- 비 오는 날 비를 피해 지나가기 좋다. 겸사겸사 쇼핑몰 구경도 할 겸. 



시드니 시내코스프레


시드니 시내버스킹



 항상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시드니 시내는 사람 구경하기에도 좋았다.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진지한 노래를 부르는 버스커 등 개성 넘치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주말이 되고 밤이 되면 조용해지는 브리즈번의 중심가와는 달리 시드니 시내는 끊임없이 소란스러웠다. 일찍 문을 열고 늦게 문을 닫는 가게들, 해가 져도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이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묘하게 서울을 닮은 시드니의 모습이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시드니 시내



 3일 째 되는 날에는 피가 거꾸로 솟는 불쾌한 일도 겪었다. 사진 속 길을 지나 한 인도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레스토랑에 하나 밖에 없던 인도 여자 종업원이 처음부터 우리한테만 불친절하게 대하길래 선척적으로 성격이 모난 애라 생각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높게 나와 물어봤더니 '니들이 난을 2개 주문해서 그렇다.'고 또 기분 나쁜 말투로 말을 하는게 아닌가. 나는 분명 하나를 주문했다고 하니 '확인해보겠다.'거나 '죄송하다.'가 아니라 언성을 높이며 '니가 분명 2개 주문했는데 무슨 개소리냐.'라는 식으로 말을 해서 기분이 더러워졌다. 주문이 잘못 되어서 두 개가 나왔고, 우리가 두 개를 먹은 것에 대해서는 기꺼이 돈을 낼 의향이 있었느나 종업원의 태도에 짜증만 났다. 환불을 해달라는게 아니라 그냥 인정하고 사과하길 바랐을 뿐인데 오히려 '자꾸 이렇게 따지면 너네 신고할거야'라는 식으로 나오기에 피가 거꾸로 솟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었다. 

 남자친구는 이미 꼭지가 돌아서 이글거리는 눈으로 종업원을 노려보았고 거기에 그 종업원X은 그렇게 쳐다보면 진짜 신고한다며 대응했다. 25년을 살며 밥 먹으러 온 식당에서 이런 대우를 받아보기는 또 처음. 계속 이러고 있어봐야 내 속만 더 긁을 것 같아서 그냥 결제하고 나와버렸다. 친절하게도 문 앞까지 뛰쳐나와 뒷통수에 대고 욕을 하기에 평생 저렇게 살다 죽으라고 저주를 남겼다. 덕분에 가보지도 않은 인도에 대한 반감이 생겼고 처음으로 상스러운 레스토랑 평을 남기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눈 뒤집히게 화가 나는 아주 그지같은 경험이었다. 





시드니 시내


ANZAC 전쟁기념관ANZAC 전쟁기념관



 뭐 같았던 식사 후에 남자친구와 나는 거리를 걸으면서 시원하게 한국말로 욕을 퍼부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호주의 파란 하늘 아래 평화롭게 꾸며진 공원을 거닐어 보아도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진정으로 평화로웠던 브리즈번과 스탠소프에서의 삶이 그리웠다. 안 그래도 정 붙지 않던 시드니가 점점 더 미워지고 있었다. 차라리 케언즈(Cairns)에 가서 스노클링이나 할 걸 그랬다며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르겠다.



Regent Place Shopping CentreRegent Place Shopping Centre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밤에는 시내를 오고가며 눈여겨 보았던 한 쇼핑센터를 구경했다. 트렌디한 분위기의 상점들이 모여있어 눈에 띄는 곳이었다.



Uncle Tetsu's Japanese Cheesecake


Uncle Tetsu's Japanese Cheesecake


Uncle Tetsu's Japanese CheesecakeUncle Tetsu's Japanese Cheesecake



 알고보니 이 쇼핑센터-쇼핑센터의 이름은 Regent Place Shopping Centre-는 아시아를 테마로 한 쇼핑센터로, 동양 음식들과 상점들로 꾸며진 곳이었다. 한국 음식점도 있었고, 일본/베트남/태국 음식 그리고 다이소까지 있어서 시드니에 거주하는 동양인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았다.


 쇼핑센터 안의 모든 가게들이 사람들로 북적북적 했지만 그 중에서도 Uncle Tetsu's Japanese Cheesecake란 이름의 치즈케이크 가게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생긴 것도 맛있어보이고 줄도 길기에 나도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가장 인기 많은 천사 모자 치즈케이크에 도전! 가격은 14.9달러로 비싼 편이었다.



Uncle Tetsu's Japanese CheesecakeUncle Tetsu's Japanese Cheesecake



 숙소로 돌아와 한 조각을 사각사각 썰어 먹었을 때의 그 달콤함! 아주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여행으로 쌓인 하루의 피로를 날리기에는 적절했다. 역시 달달한 걸 먹어줘야 힘이 솟는다니깐.



시드니 시내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날엔 1년동안 타지에서 고생한 나를 위해 커다란 선물을 하나 구입했다.



시드니 애플샵대망의 아이폰 구입



 그것은 바로 아이폰! *박싱데이 때 실패하고 다시는 기회가 없겠구나 싶었는데 시드니 시내 한 가운데 너무 잘 보이는 곳에 애플샵이 있기에 그만.. 충동적으로 구입해버리고 말았다. 전혀 할인되지 않은 가격으로. 출국할 때 택스 리턴(Tax Return. 여행자에게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제도. 약 6~10% 정도)을 받아 9% 할인 받은게 전부다. 그래도 한국 돈 쓰는 것보다는 꽤 많이 벌어둔 호주 돈 쓰는게 덜 아깝겠다 싶어서 과감하게 카드를 긁었다. 


 하지만 이 역시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더 저렴하기도 했고, 또 뽑기운이 나빴는지 2개월만에 이유없이 고장이 나 결국 한국 아이폰으로 리퍼를 받기도. -아무튼 시드니는 나를 싫어하는게 분명해.-



시드니 지하철시드니 지하철



 5일 간의 시드니 여행은.. 글쎄, 아주아주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았다고 애써 포장하고 싶다. 다사다난했던 1년동안의 호주 생활의 마무리 여행을 나쁘게만 기억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비록 시드니는 나를 싫어했지만 나는 시드니가 사..사ㄹ.... 아니.. 그냥 조..좋았다. 그토록 보고싶던 *오페라하우스*블루마운틴이 품고 있는 광활한 자연, 그리고 각국의 여러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한 도시까지. 언젠가 다시 찾는 날, 이 때의 아련한 추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반응형

워홀러의 호주별곡 | 2016/시드니서 마무리하렷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