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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지기들과 기타큐슈로 떠난 쩐다투어]

-EPISODE 01-

기타큐슈로 떠난 쩐다투어, 그 여행의 서막




 때는 2017년 8월의 어느 날. 단기 인턴 주제에 감히 회사 생활의 지루함 속에서 열심히 놀러갈 궁리만 하던 중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쳤다. "올해(2017년)가 끝나면 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사회인이 될텐데 그럼 더 놀러갈 시간이 없겠지?" 이렇게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같이 놀러갈 친구들은 더 없겠지? 다들 일하느라 바쁘고.. 어쩌면 애 키우느라 바쁠지도 모르겠구나."하는 생각까지 번져갔다. 그 생각의 연속 끝에 내린 결심이 바로!



쩐다투어



 쩐다투어. 평소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나에게는 심심할 때 아무 말이나 던질 수 있는 카톡방이 몇 없는데, 그 중 나와 가장 개소리를 나누는 오랜 친구들에게 이러한 나의 생각을 공유하며 여행을 제안했다. 행복하게도 친구들은 이런 나의 생각에 크게 공감해주었고, 여행 좀 해봤다는 파워 -없는- 블로그 *[싸돌아다님]의 주인인 나의 지휘 아래 우리들의 여행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다.



 우선 여행을 함께할 친구들은 고등학교 기숙사 같은 방 출신으로, 나의 오랜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들로 구성되었다. 고등학교 졸업 1년 후 카카오톡에서 재회한 우리는 본래 기숙사 정원인 8명으로 시작하였으나 세월의 풍파와 함께 한 명 씩 떨어져나가 현재 나를 포함한 4명만 남게 되었다. '또라이'라 이름 지은 카톡방 안에서 얼마나 많은 재밌고 더럽고 문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우리들의 우정을 다져왔던가.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좁은 서울을 벗어나 새로운 음식을 차려놓고 우리의 이야기를 나눌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평소 카톡방에서 리액션만 담당하던 나는 이 여행의 -자칭- 대장을 맡아 친구들을 이끌게 되었다. 여행의 이름도 내 이름을 딴 쩐다투어! -내심 뿌듯- 이 여행은 첫째로 저렴해야 했으며 -모두가 너무 공평하게 가난함-, 둘째로 맛있는게 많은 해외여야 했다. 해외 어디가 되었든,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디에서 잠을 자게 되든 크게 중요치 않았다. 어디에서든 우리는 여행이라는 그 자체로 즐길 준비가 되어있었으니. 다만, 꼭! 저렴해야 했다. -요즘 20대가 이렇게 힘듭니다.-



쩐다투어공항에서 쩐다투어 일행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이후 우리는 여러 차례 만나고 시도때도 없이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계획을 완성해갔다. 여행 일자를 정하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어려웠는데, 대학생인 나와 조개굴씨 그리고 일에 쩔은 윤공무원씨의 일정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취준 중인 강백수씨는 프리패스- 고민 끝에 결정한 날짜는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대학생의 중간고사가 끝나는 10월의 주말! 금토일 2박 3일을 알차게 즐겨보기로 했다. -금요일 하루 휴가를 위해 추석에도 출근한 윤공무원씨에게 박수를.-


 여행지를 선택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우리가 정한 날짜로 항공권을 조회했을 때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 그곳이 바로 기타큐슈였다. 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이 그냥 가장 저렴해서. 일본이니 입맛에 맞는 먹거리는 보장된 셈이었고, 저렴한데다 친절하기까지한 *진에어는 1인당 15kg의 수화물까지 무료로 제공해주었다. 



 그렇게 4명의 오랜 친구들은 10월의 어느 금요일 이른 새벽, 와인색의 옷을 맞춰입고 직접 만든 깃발을 들고서 공항에 모였다. 우리의 첫 해외여행이자 누군가-조개굴씨와 강백수씨-에게는 여권을 처음 사용하는 역사적인 날이 시작된 것이다.



비행기



 몽글몽글한 구름 위를 나는 몇 시간동안 나는 긴장한 상태로 눈도 붙이지 못하고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첫 비행도, 첫 해외여행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긴장이 되던지. 전날 밤에도 한숨도 자지 못하고 비행기에서 조차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이상하게 부담되는 여행이었다. 이래봬도 여행 블로거라며 나만 믿으라 떵떵거렸지만 마음은 편치 못했던 것 같다. 나로인해 여권을 개시한 친구들이 해외여행에 실망하게 될까봐, 취향이 다른 친구들끼리 의 상하는 일이 생길까봐, 예약한 *숙소가 불편할까봐.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쓰이지 않는 구석이 없었다. 아무도 나한테 그런 걱정을 강요하거나 또 엄청난 기대를 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리 혼자서 부담 갖고 긴장했던건지. 뭐 결과적으로 우정에 금이 가거나 해외여행에 실망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니 만족하기로. 



쩐다투어쩐다투어 대장 쩐다



 여행 내내 들고다니며 인생샷 남기는데 쓰려고 제작한 4개의 쩐다투어 깃발은 첫날 하나 들고 다닌 것으로 끝이 났다. 너무 크게 만든 탓에... 깃발이 아니라 짐이 되어버린 것.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야망이 너무 컸나보다.






쩐다투어모지코역의 쩐다투어



 저렴해서 고른 여행지, 기타큐슈는 운 좋게도 방정맞은 우리에게 꽤 잘 맞는 곳이었다. *모지코 지역은 특히 사람이 많지 않고 한적해서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일본 라멘츠케멘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우연히 찾은 *라멘집의 라멘은 정말 맛있었고, -알고보니 대박 맛집-



쩐다투어


쩐다투어쩐다투어 인생샷



 거리를 걷다 우연히 마주친 풍경들은 막 찍어도 *인생샷이 나올만큼 예뻤다.





 하지만 계획하고 찾은 곳은 우리를 반겨주지 않았다. 일몰을 보기 위해 몇 시간을 걷고 걸어 도착한 *케이블카의 굳게 닫힌 문을 보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2박 3일 여행 중 가장 미안함과 서러움이 폭발한 순간이었다. -얘들아 미안 흑..- 또한 계획 전 운행시간 확인은 여행의 기본 중의 기본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쩐다투어쩐다투어의 늦은 저녁식사



케이블카에 상처 받은 마음은 *우연히 찾은 예쁜 식당에서 맛있는 야끼카레를 먹으며 치유되었다. -식당 찾는다고 한참 더 걸은 건 비밀-






가라토시장가라토시장 100엔 초밥



 여행의 두 번째 조건이었던 맛있는 식사는 기타큐슈를 대표하는 *가라토시장에서 100엔 초밥을 먹으면서 충족되었다. 생전 처음보는 어류, 처음보는 화려한 모양의 초밥들의 자태에 눈이 돌아가고 침이 고이는 대단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처럼 고급지지는 않았지만 인상 깊고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유니크 커피


유니크 커피커피는 역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꼽으라면 아마 이 카페가 아닐까 싶다.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카페는 귀여운 인상의 일본 할머니께서 운영 중이셨는데 분위기가 정말 예술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아기자기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는 20대 중반인 -소녀같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할머니가 손수 갈아서 내려주신 커피 맛은 말할 것도 없고, 조명까지 완벽해서 예쁜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았다. 



 이처럼 우리의 기타큐슈 여행은 계획보다는 우연한 만남이 가득한 여행이었다. 우연히 찾은 아름다운 장소와 맛있는 라멘, 분위기 좋은 카페. 필연적으로 만난 -대략- 10년지기 친구들과 두고두고 나눌 우연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아주 행복한 여행이었다.



일본 쇼핑떼샷일본여행 쇼핑떼샷 by. 강백수님



 그리고 여행 후 추억과 함께 남은 *쇼핑 아이템들.. 일본에 다시는 안 올 것처럼 물건을 주워담는 친구들 덕분에 둘째날에는 쇼핑센터에 갇혀있었던 기억 뿐이지만, 그마저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좋은 추억이다. 하나라도 더 사기 위해 관광지를 포기했던 일, 저 짐들을 캐리어에 욱여넣느라 정신없던 마지막 밤, 그리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각자의 짐을 나누던 것까지. 혼자였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소중한 순간들이니까.




 하루종일 호탕한 웃음이 끊이지 않고, 우연한 기쁨이 가득했던 스물여섯의 10년지기 친구들과 함께한 기타큐슈 여행. 다시는 기회가 없을거라는 걱정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이를 통해 함께 나눌 추억을 만듦으로써 더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특별할 것 없는 오랜 친구들과 함께여서 특별했던 여행, 쩐다투어.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 한다.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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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큐슈로 떠난 쩐다투어 | 2017.10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