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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지기들과 기타큐슈로 떠난 쩐다투어]

-EPISODE 02-

진에어 타고 기타큐슈로~!

 

 

 

 전쟁 같았던 마지막 학기의 중간고사 후.. 손꼽아 기다렸던 기타큐슈 여행일이 다가왔다. 토요일 아침 비행기였기 때문에 전날 밤 동행하는 친구들을 우리 집에 불러모아 우리들의 첫 해외여행을 기념하는 전야제(?)를 즐겼다. 하지만 이건 단지 포장일 뿐, 실상은 당일날 제 시간에 맞춰 나오지 못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예방책이었다. 덕분에 걱정했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만 밤새 좁은 침대에 몸을 구겨넣고 있었던 탓에 이른 아침부터 아주 찌뿌둥했다.

 

 

기타큐슈행 진에어
진에어

 

 

 으슬으슬 추위가 느껴지는 10월의 새벽. 끝내 깊은 잠을 자지 못한 채 눈을 떠 제일 먼저 화장실로 기어가 일본으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집주인보다 잘 잔- 친구들도 슬금슬금 일어났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설레면서도 귀찮은 몸부림이었다.

 

 깨끗하게 씻은 후 미리 골라놓은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까지 끝! 다시 한 번 잊은 것이 없나 꼼꼼히 확인한 다음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인지 유독 배가 고파 24시간 분식집에서 김밥 한 줄을 사와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김밥 한 줄을 다 먹을 때 쯤 버스가 도착했다. 나이스 타이밍.

 

 

쩐다투어
공항에서 쩐다투어 일행들과 함께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전 8시 35분. 그보다 4시간이나 앞선 새벽 4시 30분 첫 버스에 탑승한 건 공항에 도착해 해야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몇 주 전부터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던 면세 상품도 받아야 했고 아침도 해결해야 했으니까. 얼마 전 추석 때 공항이 난리가 났다는 뉴스를 봐서 그런지 더 걱정스러웠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20대 아리따운 내 친구들이 면세점을 그냥 지나칠리 없으니.

 

 해도 뜨지 않은 아침부터 돌아다니느라 힘들긴 했지만 뭐 여유롭고 좋았다. 비행기를 놓치지도 않았고, 면세품도 여유롭게 양도 받고, 파리바게트 샌드위치로 아침도 건강하게 챙겨 먹었으며 면세점 구경도 아주 빡세게 잘 했다. -일본 도착 전부터 돈 다 써버릴 기세로-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서 정성껏 만든 쩐다투어 깃발을 들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버건디로 맞춰입은 옷, 한 손에 쥔 피치색의 쩐다투어 깃발이 우리를 더 친해보이게 만들어주었다. 창피하다고 도망다닌건 사진에 안 보여서 다행이다.

 

 

비행기 탑승
두근두근 비행기 탑승!

 

 

 여유롭게 할일 다 하고서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가 처음인 친구 조개굴씨는 긴장한 듯 보였지만 곧 괜찮아졌다. 혹시나 비행기를 못 타는 몸이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다. 덧붙여 여권 개시자인 조개굴와 강백수씨의 첫 해외여행을 함께한다는 사실이 참 영광스러웠다. '처음'이 붙은건 아무래도 잘 잊혀지지 않는 법이니까. 나로인해 시작된 친구들의 첫 해외여행이 부디 좋은 기억으로 오래도록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행기
비행기 안에서 본 순두부 같은 구름

 

 

 어느새 비행기는 두둥실 떠올라 창밖으로 몽글몽글 순두부 같은 구름들이 보였다. 이런 잔잔한 풍경을 자장가 삼아 밤새 못 잔 잠을 좀 자고 싶었는데..

 

 

하늘에서 본 기타큐슈
기타큐슈!

 

 

 창밖에 기타큐슈가 보일 때까지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었다. 이 여행.. 대체 뭐길래 이렇게 긴장되고 부담되는거지.. -T_T- 

 

 

기타큐슈 공항

 

 

 커피 10잔 마신 것 같은 정신으로 일본 땅에 발을 디뎠다. 역시나 깔끔했던 일본의 첫 인상.  

 

 

기타큐슈 수하물 찾는 곳

 

 

 비행기에서 내려 가장 먼저 보인 수하물 찾는 곳. 지루하게 느껴진 이 기다림에 재미를 더하고자 내기를 걸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캐리어 주인이 스타벅스 커피 쏘기! 모두가 쿨하게 동의를 하고 캐리어가 뱉어지는 구멍을 바라보는데.. 이렇게 심장이 쫄깃쫄깃 할 수가 없었다. 제발 저 캐리어가 내것이 아니길, 제발! 

 

 다행히도 내가 아니라 강백수씨가 당첨이 되어 스타벅스에서도 비싼 축에 속하는 프라푸치노를 기쁜 마음으로 얻어먹을 수 있었다. ^_^

 


 

 

기타큐슈 공항 일본인 봉사자들

 

 

 입국 검사를 마치고 문을 열고 나오니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쭈뼛쭈뼛 다가와 어눌한 한국말로 말을 걸었다. 공항에서 안내를 돕는 한국인 직원분께서 말씀하시길, 주변 고등학교 학생들인데 배운 한국어를 활용해보고 싶어서 봉사활동 중인 것이라고 했다. 이 귀여운 친구들의 미션은 문 열고 나오는 한국인들에게 환영의 인사와 공항버스 승차권을 나눠주는 것. 낯선 외국인에게 외국말로 말을 거는게 쉽지 않은 일일텐데.. 대단해보였다.

 

 

진에어 버스 무료 승차권
기타큐슈 진에어 버스 무료 승차권

 

 

 한국어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일본 학생들로부터 진에어에서 이벤트로 제공하는 공항버스 무료 승차권을 받아들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버스 탑승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화장실도 다녀오기, 건조한 비행기에서 빼앗긴 수분 충전하기, 짐이 되는 면세품들 캐리어에 쑤셔넣기까지 후다닥 완료! 같은 비행기를 타고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서 아마 우리가 가장 부산스러웠을거다. -번갈아서 왔다갔다하며 짐정리 한다고 부스럭부스럭..-

 

 

기타큐슈 공항 편의점

 

 

 한국에서 환전해 소중히 챙겨온 엔화는 기타큐슈 공항의 편의점에서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나면 화장실도 가고 싶고 목도 마른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기타큐슈 공항 버스 시간표

 

 

 공항 출구 옆에 공항버스 시간표가 모니터에 친절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기타큐슈의 중심지 고쿠라역(小倉駅 ( こくらえき)). 거기서 기차를 타고 숙소가 있는 모지코역으로 향할 계획이었다.

 고쿠라까지 가는 버스는 자주 오는 편인 것 같았다. 비행기 도착 시간에 맞춰서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는 친절한 일본 학생들이 알려준대로 11시 5분에 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 대기중이었다.

 

 

기타큐슈 공항 출구

 

 

 버스 도착 시간에 맞춰서 출구로~ 드디어 일본의 생(生)공기를 마시게 되는 순간!

 

 

기타큐슈 버스 대기줄

 

 

 바다 짠내가 그윽한 일본의 공기 냄새는 좋았으나 타이밍이 좋지 못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놀러온 부지런한 한국분들이 아주 길~게 줄을 서 계셔서.. 안내해주시는 분이 분명 버스 도착 10분 전에 나가서 줄을 서면 된다고 했는데 15분 전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딱 봐도 다음 버스 타야할 각.

 

 그치만 운 좋게 우리는 11시 5분에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일본의 신기한 버스 형태 덕분이었다. 일반 버스처럼 좌우로 2줄씩 좌석이 있는데 오른편 좌석에 복도로 펼쳐지는 간이의자가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만석인데 태우길래 '서서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의자를 펴고 앉으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게 된 건 좋았지만 양 옆에 모르는 사람 사이에 앉으니 참.. 어색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옆 사람 카톡하는 것도 다 보이고 맞고 치는 것도 다 보여서 괜히 앞사람 뒷통수에 시선을 고정하고 얼른 도착하기만을 바랐다. 

 

 

 

 

 복도로 펼쳐지는 간이좌석 외에 또 신기했던 건 의자 옆의 USB 충전 포트! 우리나라 고속버스 중에서도 우등버스에만 있는걸 여기서 만나니 반가웠다. 각 좌석 등에 작게 붙어있는 USB 포트 설명문을 우연히 발견해서 당당하게 내가 차지했다. -간이좌석 주제에- 새벽부터 일어나서 이것저것 검색하느라 배터리가 많이 닳아있었는데 아주 유용했다. 핸드폰 충전 기능까지 갖춘 고쿠라행 공항버스 아주 칭찬해~

 

 

 

 

 버스는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고쿠라역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가는 길에 바다도 보이고 기타큐슈 시내도 보이고 뭐 구경거리가 많았는데 자리가 복도인지라 앞사람 뒷통수 너머의 앞창문만 겨우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연신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 푹신한 자리에 앉아 머리를 대고 자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목까지 커버해주지 않는 간이좌석 고객의 설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새벽부터 기대하던 기타큐슈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밝은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맑은 가을 날씨, 일본인들의 미소, 깔끔한 도시 그리고 바다내음 섞인 공기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서로 알거 모를거 다 아는 친구들과 함께여서 모든 순간순간이 꺄르르꺄르르 즐겁기만 했다. 다시 -대략- 10년 전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달까.

 처음부터 좋은 느낌 가득한 설레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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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큐슈로 떠난 쩐다투어 | 2017.10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