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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폭발 고생 폭발 베트남 여름휴가]

-EPISODE 08-

씁쓸한 전쟁의 잔재, 깟바 동굴병원(Hospital Cave)




 오토바이를 타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전쟁의 역사가 담긴 관광지, 동굴병원(Hospital Cave)이었다. 전쟁 중 떨어지는 폭탄과 적군의 눈을 피해 산 속 깊은 동굴 안에 병원을 만들었다고. 관광지이지만, 전쟁 중 이곳에서 희생된 분들을 생각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입장했다.



베트남 깟바 동굴병원(Hospital Cave)[출처] Google Maps - Hospital Cave



 Hospital Cave라 적힌 표지판을 따라 계단을 올라오면 동굴 입구에서 전쟁 당시를 재현해놓은 모형들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렇게 쓰였구나'하며 상상해 볼 수 있어 좋기도 했지만 모형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조금 섬뜩하기도 했다.


 진짜 동굴병원 내부로 입장하기 전, 입구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티켓을 보여줘야 한다. 동굴병원 티켓은 인당 4만 동(한화 약 2천 원)으로 동굴병원 맞은 편에 위치한 식당에서 구입할 수 있다. 티켓을 내면 직원이 '가이드가 필요하냐'고 묻는데 우리는 안 하겠다고 했다. 설명을 들으면 더 좋을 것 같긴 한데 뭔가 또 돈 뜯길 것 같아서.. -베트남에서 너무 많이 당해서 의심병 걸림- 가이드가 필요없다고 하니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는데 첫째로, '이런 모형은 여기(입구)에만 있으니 사진을 찍으려면 지금 찍어라' 하는 것과 '내부가 미끄러우니 조심해라. 특히 3층 올라갈 때 조심해라' 하는 내용이었다.



베트남 깟바 동굴병원(Hospital Cave)[출처] Google Maps - Hospital Cave



 직원의 말대로 내부는 물기 때문에 꽤나 미끄러웠다. 그리고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통로와 텅 비어있는 -아마도 병실이었을- 여러 공간들 뿐. 여행 전 찾아본 사진에는 이곳저곳 더 다양한 모형들이 놓여져 있었는데 너무 아무것도 없어서 사실 그렇게 재미가 있지는 않았다. 그나마 방 하나에 침대 프레임이 있어서 '여긴 뭐가 있다!' 싶었는데 너무 새 것인 티가 나서 별 감흥은 없었다.



베트남 깟바 동굴병원(Hospital Cave)



 기대보다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방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다친 병사들로 북적였을 과거를 상상하는건 꽤 재밌는 일이었다. 어두침침하고 습한 이곳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다친 그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또 그 사람들을 돌보던 의사나 간호사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혼자 상상을 나래를 펼치다 보니 어떤 방의 얼룩덜룩한 바닥이 핏자국처럼 보여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했다. 





베트남 깟바 동굴병원(Hospital Cave)동굴병원 귀신 아님



 어둡지만 그래도 방문한 기념으로 사진 한 장은 남겨야 할 것 같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공포영화에 나올 것 마냥 무섭게 찍혀서 깜짝 놀랐다. 옷이 노란색이었기에 망정이지 펑퍼짐한 흰옷이었으면 처녀귀신 될 뻔;



베트남 깟바 동굴병원(Hospital Cave)이게 끝..?



 좌우로 방들이 있던 통로를 지나니 광장처럼 넓은 공간이 나왔다. 입장하기 전 3층 올라가는게 미끄럽다던 직원의 말이 생각나 올라가는 길을 찾아봤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길이 없었다. 그나마 계단처럼 보이는 곳은 금지구역이라 쓰여있었다. 방금 지나온 길 외에는 출구 밖에 없는데.. 이 넓은 공간에 숨겨진 공간이 있나 싶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이드 필요하다고 할 걸..-



베트남 깟바 동굴병원(Hospital Cave)기어들어가도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라도 다른 길이 있나 싶어 절대 아닐 것 같은 좁은 틈새까지 굳이 들어가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돌에 머리 박아서 아프기만 할 뿐.. 동굴병원은 이게 끝이었다. 


 여행 후 다른 여행객들의 사진을 찾아보니 광장 같아보였던 넓은 곳에서 관련 전시를 하곤 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여행할 때가 워낙 비수기-베트남이 한창 더울 8월-여서 전시를 안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쉬워라



베트남 깟바 볶음밥 맛집언제나 옳은 치느님



 시원한 동굴에 있다 밖에 나오니 습하고 더운 공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온 몸을 감싸 모공을 열어제꼈다. 더위에 갈증도 나고 살짝 허기도 져서 동굴병원 맞은 편 식당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식당 이름은 Gà Đồi(Ga Doi), 번역하면 Chicken Hill-닭 언덕-로 치느님을 주재료로 하는 곳이었다.




베트남 깟바 볶음밥 맛집치킨 볶음밥과 스프링롤



 선풍기 바람이 잘 닿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치킨 볶음밥과 스프링롤, 그리고 탄산음료를 주문했다. -베트남에서 1년 치 탄산음료 다 마신 것 같다. 더워서 콜라가 쭉쭉 들어감!- 다 합친 가격이 9만 동(한화 약 4,500원)으로 역시 저렴했다.


 사실 여행 중간에 잠시 출출해져서 요기만 할 생각으로 들른 곳인데 와, 치킨 볶음밥이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 평소 볶음밥성애자인 남자친구가 먹으면서 감탄사를 5백 번은 내뱉은 듯. 개인적으로 볶음밥은 들어가는 재료만 다르지 기름맛으로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맛이었다. 살짝 땅콩버터잼의 향이 나서 달게 느껴지는 것도 같았는데.. 정확히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20여 년 간 겪어보지 못한 볶음밥 맛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스프링롤은 그냥 스프링롤이었다. 쏘쏘-

 뜻밖의 깟바 맛집을 발견해 밥 한 톨도 남김없이 슥삭 아주 잘 먹었다. 깟바에 다시 가면 다른 데는 몰라도 여긴 꼭 가야지.



베트남 강아지너도 배고파?



 번외로, 여기 식당 강아지가 너무 귀여웠다. 처음엔 아주머니가 음식 가져다 주실 때 쪼르르 쫓아와서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길래 신경 쓰이는 개라고 생각했는데



베트남 강아지나무 맛이쪄?



 계속 안 주니까 포기하고 탁자 밑에 들어가 밥 대신 탁자 다리를 물어 뜯는 모습에 빵 터졌다. 뭔가 저 아련한 표정으로 '느그들 맛있게 쳐무라, 난 나무나 뜯으련다.'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귀여워서 한 입 줄까 했는데 치킨 볶음밥이 너무 맛있어서 양보할 수가 없었다.. 허허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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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자 베트남 놀아보자 베트남 | 2017.08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