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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15 - 

살고 싶은 동네 에즈




니스에서 있는 동안 근교 마을인 에즈와 모나코에 다녀왔다.

호스텔에서 만난 언니와 함께!





에즈는 니스에서 버스로 40분 정도 걸린다.

그치만 호스텔에서 니스 버스터미널까지 트램을 타고,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었다.

특히 에즈까지 가는 버스는 배차간격이 큰 편이라 빠르게 빠르게 이동하기는 어렵다.

-트램은 지하철만큼 자주 왔고 터미널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지만 제일 중요한 버스가 안 온다..-





니스에서 에즈로 가는 버스는 82번, 112번, 100번. 이렇게 세 종류의 버스가 있다.

82번과 112번은 비슷한 경로인데 82번이 배차간격이 짧고, 100번은 에즈 꼭대기가 아니라 해안가에 있어서 내리면 등산을 해야한다.

-[참고] 82번 버스 시간표 / 100번 버스 시간표 / 112번 버스 시간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내 앞을 알짱거리던 새

무슨 종류의 새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의 비둘기만큼이나 많이 보였다.

-비둘기도 이렇게 깨끗하고 귀엽게 생겼으면 싫어하진 않았을텐데-





40분 동안 버스를 기다리고 40분 동안 버스를 타면 짠! 이렇게 에즈 빌리지, 에즈 마을에 내려준다.

버스 탈 때 오른쪽 창가 쪽에 앉으면 40분 동안 산을 오르는 버스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에즈 여행이 시작된다.


버스를 기다리는게 너무 지루했지만 도착하니 그깟 지루함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날씨도 정말 좋았고 에즈 마을은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너무 예뻤다.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이어서 어딜가도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예술이었다.

골목골목은 또 어쩜 그리 아기자기하고 예쁜지!

마을에 어울리는 작은 소품 가게들이 많아서 구경하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그치만 아쉽게도 함께 간 언니와 수다 떨며 구경을 해서인지 카메라에는 남아있는게 없다...





그리고 마을 꼭대기에 위치한 열대정원으로 향했다.

굉장히 추상적으로 그려진 약도-버스정류장 주변의 관광안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한 장 들고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입구에.


사실 좀 찾아가기가 힘든 곳이었다.

그 흔한 표지판 하나 없고, 믿을 건 약도 뿐인데 약도는 화가가 그린 것 같고..

무작정 오르고 오르는데 오르막길이라 힘들고, 정말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가다보면 신기하게도.. 나온다.


그냥 봐도 멋진 곳인데 굳이 정원에 들어가야하나 싶었지만 국제학생증 학생 할인 해준다길래 들어갔다.

-일반 성인은 6유로인데 할인 받아서 4유로였던 것 같다.-





열대정원 들어가서 느낀건 할인 안 해줘도 돈 내고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열대 식물들이 있지만 사실 식물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에즈 빌리지의 가장 높은 곳에서 보이는 환상적인 경치가 내 눈 앞에 펼쳐지는데 열대식물이 안중에 있을리가.


붉은 지붕의 집들과, 푸른 숲 그리고 파란 하늘, 파란 바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었다.



thumb



이 곳에 서서 매일 이 경치를 감상할 조각상이 부럽기까지 했다.






내 생각에 이 곳은 이름이 열대 정원이면 안 될 것 같다.

정원 입장료가 무슨 6유로 씩이나 되냐며 식물원은 우리 나라에도 있다고, 하마터면 안 들어갈 뻔 하지 않았나.

분명 나같은 생각으로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간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그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여긴 에즈에 방문했다면 꼭! 두 번, 세 번 들러도 모자란 곳이다.





열대 정원에서 에즈에 더 흠뻔 반해서는 니체의 산책로(nietzsche's footpath)로 향했다.

'산책로'라길래 그냥 설렁설렁 걷기 좋은 곳이겠거니 했는데 유명한 사람들은 산책도 참.. 힘들게 하는가보다.


좀 전에 열대 정원에서 함께 간 언니와 나는 내려다 보이는 산 속에 길이 나 있는 것을 봤었다.

'여기로 등산하러 오는 사람도 있겠구나 했었는데' 그 길이 바로 니체의 산책로였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길을 '산책'하면서 니체가 영감을 얻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길의 이름이 니체의 산책로라고. -그냥 니체의 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에즈 자체를 니체의 마을이라고 하기도.-

우리는 내려가면서 그저 갈수록 다리가 후들거림을 느낄 뿐이었다.

그나마 우리가 나은 편이라고 느꼈던 건 내려가면서 이 길을 오르는 사람들을 만날 때였다.

긴 팔에 털 달린 조끼를 입고 있을만큼 추운 날씨였는데 마주친 사람들은 다들 반팔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으니..





내려가면서 올려다 본 산은 내려다 볼때와는 달리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다리가 좀 더 후들거림을 느낄수록 에즈의 바다와 가까워졌다.

바다색은 점점 더 푸르러지는 것 같았고 위에서 볼 때 개미 같았던 자동차들이 장난감 크기로, 자동차 크기로 커져갔다.


사진에 자세히보면 기찻길이 보이는데 100번 버스를 타고 에즈에 오면 저 기차 정류장 앞에 내려준다.

니체의 산책로를 등산할 계획이라면 100번을 타고 내리면 될 것 같다.





호스텔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몇 시간동안 하산했더니 배가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다행히 산 아래에는 우리를 보며 손짓하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고, 이 곳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샌드위치가 꽤 비싸서 언니와 하나를 나눠먹었는데 두 개 샀으면 다 못 먹었을 크기였다.-



에즈는 조용하고, 황금빛 바다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작은 마을이었다.

시끌시끌하고 바쁜 도시보다 아늑한 시골 생활을 꿈꾸는 나는 에즈에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스를 여행한다면 하루는 꼭 에즈에 방문할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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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나홀로 유럽 | 2015.01-0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