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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02 -

오사카 살짝 맛보기




오사카 첫째 날, 비행기가 애매한 시간에 도착하는 바람에 모든 게 애매했다.





도착 예정 시간은 분명 오후 4시 55분이었는데, *피치 항공의 빈번한 연착을 나도 피할 수는 없었다.

원래는 오후 6시 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고 오사카 시내를 구경할 계획이었는데

공항을 빠져나온 시간이 오후 6시였다.



오사카 JR 신이마미야역



공항 터미널에서 1,060엔짜리 JR선을 타고 우리의 숙소가 위치한 신이마미야역에 내렸을 땐 이미 오후 7시.

뭘 하기에도 안 하기에도 참 애매한 시간이었다.

역시 비행기는 여행지에 아침 일찍 도착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오사카 지하철 도부츠엔마에역



숙소까지 찾아가고, 짐을 내려놓고, 이것저것 살펴보고, 작은 가방도 챙기고...

사소한 일들을 하고 나니 또 훌쩍 한 시간이 다 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행 첫 날, 의욕과 에너지가 콸콸 넘쳐 흐르던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나왔다.


숙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오사카의 중심! 난바(Namba)로~



일본 지하철



일본의 지하철 풍경은 우리 나라의 지하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날은 토요일, 휴일이었는데 우리 나라 토요일 저녁 지하철처럼 지친 사람들, 놀러가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

유럽 여행할 때는 지하철 조차도 낯선 느낌이었는데 일본 지하철은 낯설기보다는 친숙한 느낌이었다.


지하철 구조도 비슷하고, 사람들 얼굴도 크게 다르지 않고, 또 깨!끗!하고

지하철 플랫폼은 옛날 느낌이 조금 났지만 -낡은 건물의 화장실 타일을 붙여놓은 듯한 내부였다.- 이 마저도 옛날 느낌이어서 친숙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어라는 것과...





이렇게 정신없는 광고판이 붙어있다는 것 정도?


일본 여행을 하면서 계속 느낀거지만 일본의 광고판은 어디에 눈을 둬야할 지 모를 정도로 난잡하고 조잡하고 정신 없다.

내 생각에 일본 사람들은 광고판의 여백을 못 견디는 것 같다.

여행 내내 여기저기서 글자와 말풍선과 사진을 마구 때려 박은 광고들을 볼 수 있었다.

-음식점 앞에 메뉴판도 그렇고 유니클로도 그렇다. 종이를 보는데 정신이 없다.-





그렇게 한참 사람 많을 토요일 저녁, 오사카의 중심에 도착했다.

이 또한 토요일 저녁의 명동이나 강남과 비슷했다. 

지하철 출구부터 사람이 바글바글바글... 그치만 또 조금 벗어나면 비교적 한적해지고 그랬다.

조금 더 깔끔하고 세련된, 뚜껑도 달린 -지붕이 있어서 비를 피할 수 있다. 코엑스랑도 비슷- 버전의 강남이었다.



오사카의 강남에서 기내에서 물 한 잔도 안 주는 피치항공 덕분에 배가 고팠던 우리는 식당 찾아 나섰다.





식당 찾아 다니다가 우연히 유명한 게 간판도 보고

-이 거리에는 사람이 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 많았다-





수 없이 많은 타코야끼 집도 지나갔지만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의 식당은 찾을 수가 없었다.



오사카 법선사(호젠지)



한참 배회하다가 또 우연히 이런 곳을 발견!

법선사라는 이름의 술집인 줄 알았는데 정말 '절'이었다.



오사카 법선사(호젠지)



이런 복잡한 도시의 중심에 절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진짜 절이었다.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는 술집일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죄송스럽게도 너무 신성한 곳이었다.


이곳에는 늦은 시간에도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우리도 기도를 드려볼까 했지만 크레셴도 마냥 점점 더 커지는 꼬르륵 소리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밤에 본 모습이 예뻐서 출국하기 전에 다시 와야지 했었는데 그러기에 3박 4일은 너무 짧았다.





한참을 방황하다가 우리는 '카무쿠라'라는 한 라멘집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맨 처음 이 가게 앞을 지나가며 '면요리는 별로야' 했었는데.. 결국 처음으로 돌아왔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기저기 맛집도 꽤나 알아봤었는데 가보니 다.. 줄이... 엄청..... 길다..

-지금 당장 배가 고파 쓰러질 것 같은데! 내 배에서 나는 소리가 지구를 울릴 것만 같은데! 1시간을 기다리라니!-


너무 배고팠던 우리는 맛집들 앞에 발자국만 찍고 결국,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라멘집으로 돌아왔다.



오사카 카무쿠라 메뉴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지만 이 때는 가격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배고픔에 눈이 멀어 나도 모르게 지폐와 동전을 가게 앞 티켓 판매기에 꾸역꾸역 먹이고 있었을 뿐


우리는 구석에 보이는 라멘 + 군만두 + 주먹밥 세트대표 라멘-1번! 어느 음식점이든 1번이 최고-을 주문했다.

각 880엔으로 약 16,000원 정도.






가게는 평범하게 생긴 것 같았는데 들어와보니 완전 신기한 곳이었다.

따로 떨어진 테이블이 없고 주방을 중심으로 손님들이 삥 둘러앉는 바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음식 만드는 걸 구경할 수 있어서 기다리는게 지루하지 않았다. -그치만 배는 계속 울었다. 꼬오르으르르륵-







주문한 라멘과 주먹밥, 군만두가 차례로 나오고 폭!풍!흡!입! .....하다가 멈췄다.

라멘이 생각보다 짰는데 이 때 처음 느낀 짠 맛은 3박 4일 여행 내내 모든 음식점에서 계속.. 계속.. 맛볼 수 있었다.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우리 나라 음식이 짜다는 말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유럽에서 스파게티와 피자도 엄청 짰고, 심지어 이웃나라 일본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짠 소스를 듬뿍 넣어 먹는데.-


게다가 주먹밥은 주먹밥이라기 보다는 그냥 맨밥을 뭉쳐놓은 것이었고 -오니기리를 기대했는데!!-

군만두는 군데군데 타서 바삭한 탄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신기하게 익힌 달걀이 제일 맛있었다.

이 후에 먹은 요리에 얹어진 후라이도 저렇게 신기하게 익어있었는데 일본 특유의 반숙 기술인가보다.


어쨌든 오사카에서의 첫 식사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도톤보리



-맛은 별로였지만- 꼬르륵 소리가 멈추니 좀 여행을 하는 느낌이 났다.



오사카 글리코



엄청나게 유명한 오사카의 글리코상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전광판(?) 크기가 커서 놀랐다.

또 글리코상 옆의 전광판에서 너무 야한 광고가 나와서 흠칫흠칫 했다.. -일본......-



thumb




이렇게 여행 첫 날의 밤은 오사카의 중심에서 어벙벙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오사카 지하철 난바역



이제 좀 재밌겠구나 싶을 때, 숙소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됐다.

난바에서 출발해 돌아가는 지하철에는 토요일 밤을 즐긴 사람들로 올 때보다 더 북적북적했다.





일본 편의점



첫 날이 벌써 지나가는 아쉬움에 어떻게든 붙잡아 보고자 편의점 투어를 했다.

일본에는 혜자한 편의점 음식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막상 그곳에 들어오니 뭘 먹어야 할 지..

한참을 구경하다가 그냥 맘에 드는 요깃거리를 하나씩 집어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편의점에 떡하니 성인잡지가 널려있어서 깜놀. 일본..........-



짧은 시간동안 정말 새끼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맛만 본 오사카에서의 첫 날

여행이 시작됐음에 한참을 설레어하다 뒤늦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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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주말을 | 2015.1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