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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08 -

또다른 교토, 교토의 시내




일본스러움이 폴폴 풍겨나는 교토 아라시야마 지역의 *단풍부터 *대나무숲, 그리고 *무지개까지! 

알차게 구경하고 난 뒤 이대로 교토를 떠나기 아쉬웠던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교토의 시내로 향했다.



thumb교토 시내



교토 중심가인 시조도리(四条通, Shijo Street)에 가기 위해서 가와라마치역(阪急河原町駅, Kawaramachi Station)에서 내렸다.

-한큐 패스를 사용해 아라시야마역에서 가와라마치역까지 한큐 전철로 이동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조금 전에 있었던 아라시야마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교토가 우리를 반겼다.

많은 사람들, 높은 빌딩, 소란스러움... 익숙한 도시의 모습이었다.



교토 거리의 아이돌



도시의 소음으로 소란스러운 사이에 까랑까랑한 -일본 애니메이션 하면 딱 떠오르는 멜로디와 목소리의- 음악이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보니 색색의 특이한 복장을 한 소녀들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재미나겠다 싶어 구경하려던 찰나에 노래가 끝났고 이 친구들은 방금 도착해 5초동안 무대를 감상한 우리에게 CD를 건네며 돈을 요구했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그 와중에도 가난했던 우리는 타이밍을 탓하며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움직이는 사람들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또다른 거리의 예술가가 있었다.

방금 전의 거리의 아이돌처럼 화려하고 시끄럽지 않으면서 풍기는 포스가 남달랐다.

진짜 인형처럼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으셨는데 그걸 증명하는듯 눈 밑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커다란 눈물 방울이 아슬하게 붙어있었다.





점점 차올라 무거워져 떨어지는 눈물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신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눈가의 눈물도, 기계같던 그 움직임도 정말 멋있었던 예술가님.

여행 중에 종종 만나는 거리의 아티스트들은 예상치 못한 볼거리와 함께 여행의 재미를 선물해주시는 것 같다.




가모가와(鴨川, kamogawa)



조금 더 걸으니 교토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가모강(鴨川, kamogawa)이 나왔다.

점점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과 가모강의 맑은 물은 북적거리는 많은 사람들 틈에서 잔잔한 느낌을 주었다.





우연히 내려다 본 다리 밑에는 일본 전통의상을 예쁘게 차려입은 일본인 커플이 있었다.

물론 이들도 전통의상을 빌려입은 여행자겠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신기했다.



교토 타워



시조도리, 게이샤 지역으로 유명한 기온(祇園), 하나미코지까지 구석구석 구경하고..

교토에서의 마지막 목적지인 교토 타워가 있는 지역으로 버스 타고 이동했다.

야사카신사를 둘러보고 그 앞에서 버스를 탔는데 의외로 가는 버스가 많지 않아서 꽤나 오래 기다렸었다.


원래는 교토 타워에도 올라보고 싶었는데 배가 고파서 타워는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먹을 것만 한참을 찾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교토 타워가 보였다.

그제서야 뒤늦게 우리가 있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도 키 큰 교토 타워가 잘 보인다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장어덮밥에 이은 두 번째 분노.

늦은 점심을 먹은 이후로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우리는 정말정말 배가 고팠는데 그 어느 식당도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도 좀 괜찮은걸 먹어보려 여러 곳에 들어갔는데 다들 대기자가 수두룩..

맨 처음 규카츠 맛집에 줄 서있다가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중간에 포기하고 나왔는데 그냥 줄을 서있는게 나았을 뻔 했다.

이 구역을 한 바퀴, 두 바퀴.. 계속 돌아도 다들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며 우리를 내쫓았다.


배고픔과 짜증이 쌓여 여행의 설렘이나 재미는 증발해버렸고.. 폭발하기 일보직전인 위기 상황이었다.

밥 한 끼 먹기가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니, 신이시여!





그렇게 돌고 돌아 일본의 김밥천국 같은 곳에 들어왔다.

우동이며 돈가스며 함박 스테이크며 안 파는 메뉴가 없는 곳으로.


무난할 것 같은 우동과 돈가스를 주문했는데 배가 안 고팠으면 그냥 뛰쳐나왔을 퀄리티였다.

우동은 생생우동이 더 맛있을 것 같고, 돈가스는 초등학교 급식으로 나올 법한... 그런 음식이었다.

너무 화가 나서 묵묵히 배를 채우느라 사진도, 대화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밥 못 먹는 것에 짜증과 화가 났다는게 창피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또 화가 나려고 한다.

규카츠집 줄에서 그냥 계속 기다릴걸, 교토 타워는 가지말걸 하는 이미 늦어버린 후회와 함께.



교토는 정말정말, 다시 가면 3일 내내 교토에만 묵고 싶을 정도로 멋있는 곳이었지만.. 먹는 게 너무 힘들었다.

점심 한 끼 먹으려고 3시간을 기다리고, 저녁 한 끼 먹으려고 1시간 넘게 온 동네를 뒤지고.

지금 생각해보면 오사카와 교토를 여행하는 3박 4일 내내 밥 챙겨먹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음식만 빼면 완벽했던 교토... 다음 번 여행에는 그냥 편의점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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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주말을 | 2015.1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