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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고 굵었던 서울 인턴 생활 -

마지막 출근길




호주로의 출국 2주 전인 지난 주 금요일.

2015년 4월부터 무려 10개월동안이나 근무한 정든 회사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여느 때와 같은 신나는 금요일 아침이었지만 조금 특별한 기분.

소풍 가기 전 날의 초등학생 마냥 아침 일찍 눈이 떠지고 전날 밤 마사지라도 받은 듯 가벼운 내 몸.

아...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사일인가!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 좋은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 -이렇게 신나도 되나 싶을 정도로!-



4호선 하행선 9-1칸



회사는 용산구 갈월동 숙대입구역 1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벌써 과거형-

4호선 하행선 9-1번 칸은 숙대입구역에서 내리면 바로 출구 계단이 있는 최고의 출근 칸!

매일 아침 9시 39분이면 승강장에 들어오는 4호선 안산행 열차 9-1번 칸에 내 몸을 실었-었-다.




숙대입구역 1번 출구



9-1번 칸에서 내려 최단거리로 티머니 카드를 찍고, 갈월동/서울역 방면인 1번 출구로 나오는 평범한 출근길.

지난 10개월간 매일 아침이면 반복했던, 익숙하다 못해 지겨웠던 이 출근길도 이젠 안녕~!



숙대입구역 1번 출구



너무 지겨워서 하루라도 덜 보고 싶던 이 출구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괜히 다르게 느껴졌다.

회사 출퇴근이 아니면 절대 갈 일 없는 숙대입구역 1번 출입구.

이제부터 아침마다 너의 그 거대한 입에서 터벅터벅 걸어나오지 않아도 된다니 너무 행복하구나 *_*





1번 출구를 빠져나와 디지털프라자를 지나고, 맛있는 찌개냄새 진동하는 길목식당을 지나고, SK 주유소를 지나면 짠! 나타나는 회사 건물

아침잠이 많은 나는 이 길을 대체로 정신없이 뛰어다녔었는데 이 날은 맑은 하늘을 보며 여유롭게 걸어갔다.

가을이면 은행냄새에 악취-똥냄새-가 진동하던 이 길도 이제는 안녕!





그리고 무엇보다,

아침마다 또 지겨운 평일 아침이 시작됨을 시끄럽게 알리던 알람들도 안녕! 굿바이!!!

세상에서 제일 짜증나는 것들 중 하나지만 알람 없었으면 10개월이 아니라 10일만에 회사를 관둬야 했을거다.

7시 20분부터 시작해 출근하라는 9시 20분까지 줄기차게 울어준 알람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thumb눈 내리던 1월의 어느 출근길



그래도 10개월간 다니면서 좋은 정 미운 정 많이 든 회사를 떠나자니.. 섭섭하다.

-물론 섭섭보다는 홀가분함이 훨씬 더 크지만-

정말 재미 없는게 회사 생활이라지만 그래도 이따금씩 재밌는 사건들도 빵빵 터지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앞으로 계속 연락하고 지낼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 아닌가 싶다.

-점심마다 도시락을, 수요일이면 함께 외식하던 입사 동기 언니들,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배울 점이 많았던 올해 서른이 된 Dean님,

 새로운 기술과 나도 모르던 내 능력을 알게 해주신 오 팀장님께 Special Thanks! 행복하세요 여러분 ;D-



이로써 나는 공식적인 백수가 되었다.

이렇게 2주 간 백수 생활을 즐기고나면 회사가 아닌 한국에 인사를 하고 호주로 떠나게 되겠지..

마냥 멀게만 느껴졌던 출국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설레고, 긴장 되고, 걱정 되고, 기대도 되고.. 두근두근하다.


마지막 퇴근을 앞두고 대표님으로부터 인턴 수료증을 건네 받으며 회사 동료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호주 잘 다녀오세요, 수고 하셨어요, 감사했어요... 생각지 못한 따뜻한 말들과 큰 박수 소리에 쑥스럽고, 감사했다.

그 감사한 박수 소리에 은근하게 묻어 내 스스로에게도 수고했다는 칭찬의 박수를 짝짝짝.

회사에서의 마지막처럼 다가오는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마지막에도 이렇게 나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수고했다. 이번에도, 잘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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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