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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03-

우리집은 어디에 (부제: 워홀 쉐어하우스 구하기)




 *에어비앤비(Airbnb) 숙소에서 6일동안 머물면서 우리가 호주에서의 우리집을 찾느라 바빴다. 대부분의 워홀러들처럼 이곳저곳, 하루종일 온갖 사이트를 뒤지며 저렴하고, 깨끗한 쉐어하우스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우리가 집을 구하는데 있어 가장 우선시 했던 사항은 위치도, 깨끗함도 아닌 '사람'이었다. 먼 나라 호주까지 와서 한국 사람들과 지내고 싶지 않았기에, 좋은 외국인들이 있는 쉐어하우스를 구하느라 남들보다 조금 더 시간을 썼던 것 같다.






 대부분의 워홀러들은 *썬브리즈번(SUNBRISBANE)이라는 커뮤니티에서 방을 구한다. 시티에서부터 브리즈번 외곽까지 위치도 다양하고, 마스터룸, 세컨룸 등 방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 올라오는 방들은 거의 한국인 쉐어여서 쌀, 김치 등 기본적인 한국 음식 재료들이 제공되는 경우도 있고 호주에 도착하기 전에 방을 계약하면 공항에서부터 픽업을 해주기도 한다. 많은 편의가 제공되지만 불편함이 있더라도 외국인 친구들과 살고 싶었던 우리에게 썬브리즈번은 그닥 유용하지 않았다.





 외국인 쉐어를 찾기 위해 우리는 *Flatmates.com을 주로 이용했다. 썬브리즈번에 올라오는 쉐어하우스보다 방값이 살짝 비쌌지만 비싼만큼 조건이 좋은 것 같았다. -물론 방에 따라 다르다.-

 

 



 Flatmates.com은 위에 사진처럼 리스트 형태로 검색하는 것보다 지도로 검색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리스트로 보면 -기분탓인지- 몇몇개의 방들이 생략되는 것 같은데 지도로 보면 생략되는 것 없이 다 보여진다. 또 이렇게 지도를 보면서 방을 검색하다보면 브리즈번 지리에도 익숙해진다.


 이 수많은 방들 중에서 우리가 찾고 있었던 방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했다. - 1) 커플룸 2) 주당, 일인당 가격이 $150 이하일 것 (즉, 주당 $300 이하) 3) 시티에서 멀지 않을 것, 무료 교통수단(버스, 페리)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음 4) 집에 우리를 제외하고는 한국인이 없을 것 5) 청결! 6) 정상적인 하우스 메이트들 (마약쟁이, 감당할 수 없는 또라이, 변태 절대 금지)

 정말 많은 방들이 게시되어 있었지만 첫번째 커플룸과 두번째 가격 면에서 정말 많은 후보들이 떨어져나갔다. 대부분은 싱글룸이었고, 커플룸이면 가격이 엄청 비쌌다. 거기에 3번부터 6번까지의 조건까지 더하고나니 남는 것은 몇 개 없었다. 그리고 몇 개 남지 않은 그 방들 중에서, 우리의 방을 찾았다.


 



 우리집을 찾기 위해 총 4번의 Inspection이 있었다. 캥거루 포인트(Kangaroo Point), 싸우스 뱅크(South Bank), 이스트 브리즈번(East Brisbane)... 집을 보러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페리도 타고, 땡볕에 걷기도 하고. 그렇게 열심히 집을 보러 다닌 끝에 우리는 지금, 브리즈번 강 앞의 캥거루 포인트에 자리 잡았다.


 Inspection에 대한 후기를 살짝 쓰자면, 이스트 브리즈번에 위치한 집은 '최악'이었다. 가격은 일인당 $150으로 비싼 편이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시골 주택의 차고지에 침대만 들여놓은, 말도 안되는 방이었다. 누가 봐도 차고지인 이곳을 집 주인은 킹사이즈 침대만 들여놓고 방이라며 비싼 가격에 내놓은 것이었다. 게다가 위치도 시티에서 꽤나 멀었고, 주변에 마트도 없었다. 비싸기만 한 최악의 집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우리가 보고 난 뒤 바로 방이 빠졌다며 문자가 왔다. 대체 누가 이런 곳에 살겠다고 계약을 한건지...

 싸우스 뱅크에서 본 집은 아파트였고, 시설면에서는 가장 좋았다. 아파트 옥상에는 운동기구와 수영장도 있었고, 방에는 개별 화장실도 있고, 하우스 메이트들 중에 한국인도 없었다. 위치도 다리 하나만 건너가면 바로 시티였지만 이상하게 끌리지 않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캥거루 포인트에 있는, 지금의 우리집을 보고 갔었는데 아무래도 우리 둘 다 여기에 꽂혀서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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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캥거루 포인트의 집은 이렇게 생겼다. 사실 싸우스 뱅크에서 본 아파트만큼 깔끔하지도 않고, 사람도 우리를 포함해 15명이나 사는 정신없는 곳이다. 또 원래 살고 있던 커플이 일주일 후에 나간다고 해서 우리는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나온 후 -더 정신없는- *백팩커스(Backpackers, 호주의 호스텔)에서 5일이나 머물러야 했다. 가장 중요한 가격도 아파트와 동일한 일주일에 $150-일인당 가격, 총 $300-. 그럼에도 우리는 이 집을 선택했다.

 이 집에서 머문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왜 여기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우리 둘 다 뭐에 홀렸었는지.. 같은 가격의 아파트가 분명히 더 깨끗하고 좋았는데 왜 여길 선택했을까 싶다. -살짝 후회 중- 15명이서 함께 쓰는 거실은 정말 더럽지만 -아침마다 파리와의 전쟁- 이사 오자마자 깨끗하게 치워놓은 넓고 아늑한 우리 방이 있고, 아파트의 방보다 넓고 깨끗한 개별 화장실도 있고, 넓은 옷장도 있고, 무엇보다 매일매일 볼 수 있는 브리즈번 강의 아름다운 뷰가 있어 그럭저럭 살만하다.





 어쩌면 우리를 홀린 것은 이 경치인지도 모르겠다. 집이 브리즈번 강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서 아침에도, 새벽에도, 밤에도 이 멋진 뷰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함께 쓰는 테라스에서 -역시 더럽지만- 이 경치를 보고있으면 더러움 쯤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방세가 꽤나 비싼 편이어서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좋다.

 또 우리와 함께 지내는 13명의 하우스 메이트들은 이태리, 콜롬비아, 호주, 일본, 대만, 프랑스 등 멀리서 날아온 학생들과 워홀러들이다. 애들이 좀 더럽긴해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저녁 때마다 음식도 나눠먹고 수다도 떨고. -그치만 우리 옆방의 콜롬비아 커플은 좀... 얘네가 우리 옆방인게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점이다.- 






 또 다른 좋은 점은 집에서 1분 거리에 페리 정류장(Thornton Street Ferry)이 있다는 것이다. -초초초 역세권. 뛰어가면 1분도 안 걸린다.- 여기서 30분마다 한 번 씩 오는 City Hopper를 타면 무료로 시티 중심까지 갈 수 있다. City Hopper는 브리즈번 시에서 -아마도- 2012년부터 운영하는 무료 페리인데, 덕분에 이사온 이후로 교통비가 1도 들지 않았다. 만들어놓은 Go Card가 쓸모없을 정도로! -City Hopper는 Sidney Street에서부터 North Quay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자세한 정보는 *translink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저 단점이 있다면 30분에 한 번 씩 온다는 것인데 시간을 어찌나 칼같이 지키는지 놓치면 30분을 멍하니 기다려야 한다. 물론 중간에 10분마다 City Ferry가 와서 그걸 타고 갈 수도 있지만... City Ferry는 돈을 내야 하니까 돈 없고 시간 많은 나는 그냥 30분을 기다린다.





 페리 정류장 주변으로 강가를 따라서 공원도 있다. 아침 저녁으로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운동을 하는게 생활화되어 있어서인지 어느 공원이든 운동복을 입고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가득가득하다. 나도 어느 정도 내 '일상'이라는 것이 생기면 건강을 위해 호주 사람들처럼 공원을 뛰어다녀야겠다. -헛둘헛둘-




 

 그리고 집 앞 공원에서는 이렇게 생긴 도마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서울의 비둘기 수만큼 도마뱀이 있는 것 같다. 호주에는 도마뱀이 흔하다길래 되게 무서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만나니 웬걸, 엄청 귀여웠다. 가만히 서서 로봇처럼 고개만 좌로 우로 휘젓는게 꽤나 깜찍했다. 동물농장에 나오는 파충류 키우는 사람들이 왜 키우는지 알 것 같았다. 



 쉐어하우스로 이사를 오고나서야 진짜 워킹홀리데이가 시작되었음을 실감했다. 한국이 아닌 곳에 '우리집'이라 불릴 수 있는 곳이 생기다니.. 감회가 새롭다. 또 외국인들하고만 같이 사는 것이 때때로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하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경우가 더 많다.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손짓, 발짓, 몸짓 써가며 얘기하다 보면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게 말도 통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예비 워홀러가 있다면, 한국인들만 있는 쉐어하우스 보다는 어렵고, 낯설더라도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외국인 쉐어에 들어가는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정 겁이 난다면 마음 맞는 한국인 친구와 함께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앞으로 캥거루 포인트의 우리집에서 어떤 일들을 겪게 될 지, 두근두근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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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