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자 베트남 놀아보자 베트남 | 2017.08

베트남 깟바 여행: 씁쓸한 전쟁의 잔재, 깟바 동굴병원(Hospital Cave)

Darney 2018. 5. 26. 02:49
반응형


[땀 폭발 고생 폭발 베트남 여름휴가]

-EPISODE 08-

씁쓸한 전쟁의 잔재, 깟바 동굴병원(Hospital Cave)




 오토바이를 타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전쟁의 역사가 담긴 관광지, 동굴병원(Hospital Cave)이었다. 전쟁 중 떨어지는 폭탄과 적군의 눈을 피해 산 속 깊은 동굴 안에 병원을 만들었다고. 관광지이지만, 전쟁 중 이곳에서 희생된 분들을 생각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입장했다.



[출처] Google Maps - Hospital Cave



 Hospital Cave라 적힌 표지판을 따라 계단을 올라오면 동굴 입구에서 전쟁 당시를 재현해놓은 모형들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렇게 쓰였구나'하며 상상해 볼 수 있어 좋기도 했지만 모형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조금 섬뜩하기도 했다.


 진짜 동굴병원 내부로 입장하기 전, 입구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티켓을 보여줘야 한다. 동굴병원 티켓은 인당 4만 동(한화 약 2천 원)으로 동굴병원 맞은 편에 위치한 식당에서 구입할 수 있다. 티켓을 내면 직원이 '가이드가 필요하냐'고 묻는데 우리는 안 하겠다고 했다. 설명을 들으면 더 좋을 것 같긴 한데 뭔가 또 돈 뜯길 것 같아서.. -베트남에서 너무 많이 당해서 의심병 걸림- 가이드가 필요없다고 하니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는데 첫째로, '이런 모형은 여기(입구)에만 있으니 사진을 찍으려면 지금 찍어라' 하는 것과 '내부가 미끄러우니 조심해라. 특히 3층 올라갈 때 조심해라' 하는 내용이었다.



[출처] Google Maps - Hospital Cave



 직원의 말대로 내부는 물기 때문에 꽤나 미끄러웠다. 그리고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통로와 텅 비어있는 -아마도 병실이었을- 여러 공간들 뿐. 여행 전 찾아본 사진에는 이곳저곳 더 다양한 모형들이 놓여져 있었는데 너무 아무것도 없어서 사실 그렇게 재미가 있지는 않았다. 그나마 방 하나에 침대 프레임이 있어서 '여긴 뭐가 있다!' 싶었는데 너무 새 것인 티가 나서 별 감흥은 없었다.





 기대보다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방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다친 병사들로 북적였을 과거를 상상하는건 꽤 재밌는 일이었다. 어두침침하고 습한 이곳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다친 그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또 그 사람들을 돌보던 의사나 간호사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혼자 상상을 나래를 펼치다 보니 어떤 방의 얼룩덜룩한 바닥이 핏자국처럼 보여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했다. 





동굴병원 귀신 아님



 어둡지만 그래도 방문한 기념으로 사진 한 장은 남겨야 할 것 같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공포영화에 나올 것 마냥 무섭게 찍혀서 깜짝 놀랐다. 옷이 노란색이었기에 망정이지 펑퍼짐한 흰옷이었으면 처녀귀신 될 뻔;



이게 끝..?



 좌우로 방들이 있던 통로를 지나니 광장처럼 넓은 공간이 나왔다. 입장하기 전 3층 올라가는게 미끄럽다던 직원의 말이 생각나 올라가는 길을 찾아봤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길이 없었다. 그나마 계단처럼 보이는 곳은 금지구역이라 쓰여있었다. 방금 지나온 길 외에는 출구 밖에 없는데.. 이 넓은 공간에 숨겨진 공간이 있나 싶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이드 필요하다고 할 걸..-



기어들어가도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라도 다른 길이 있나 싶어 절대 아닐 것 같은 좁은 틈새까지 굳이 들어가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돌에 머리 박아서 아프기만 할 뿐.. 동굴병원은 이게 끝이었다. 


 여행 후 다른 여행객들의 사진을 찾아보니 광장 같아보였던 넓은 곳에서 관련 전시를 하곤 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여행할 때가 워낙 비수기-베트남이 한창 더울 8월-여서 전시를 안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쉬워라



언제나 옳은 치느님



 시원한 동굴에 있다 밖에 나오니 습하고 더운 공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온 몸을 감싸 모공을 열어제꼈다. 더위에 갈증도 나고 살짝 허기도 져서 동굴병원 맞은 편 식당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식당 이름은 Gà Đồi(Ga Doi), 번역하면 Chicken Hill-닭 언덕-로 치느님을 주재료로 하는 곳이었다.




치킨 볶음밥과 스프링롤



 선풍기 바람이 잘 닿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치킨 볶음밥과 스프링롤, 그리고 탄산음료를 주문했다. -베트남에서 1년 치 탄산음료 다 마신 것 같다. 더워서 콜라가 쭉쭉 들어감!- 다 합친 가격이 9만 동(한화 약 4,500원)으로 역시 저렴했다.


 사실 여행 중간에 잠시 출출해져서 요기만 할 생각으로 들른 곳인데 와, 치킨 볶음밥이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 평소 볶음밥성애자인 남자친구가 먹으면서 감탄사를 5백 번은 내뱉은 듯. 개인적으로 볶음밥은 들어가는 재료만 다르지 기름맛으로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맛이었다. 살짝 땅콩버터잼의 향이 나서 달게 느껴지는 것도 같았는데.. 정확히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20여 년 간 겪어보지 못한 볶음밥 맛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스프링롤은 그냥 스프링롤이었다. 쏘쏘-

 뜻밖의 깟바 맛집을 발견해 밥 한 톨도 남김없이 슥삭 아주 잘 먹었다. 깟바에 다시 가면 다른 데는 몰라도 여긴 꼭 가야지.



너도 배고파?



 번외로, 여기 식당 강아지가 너무 귀여웠다. 처음엔 아주머니가 음식 가져다 주실 때 쪼르르 쫓아와서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길래 신경 쓰이는 개라고 생각했는데



나무 맛이쪄?



 계속 안 주니까 포기하고 탁자 밑에 들어가 밥 대신 탁자 다리를 물어 뜯는 모습에 빵 터졌다. 뭔가 저 아련한 표정으로 '느그들 맛있게 쳐무라, 난 나무나 뜯으련다.'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귀여워서 한 입 줄까 했는데 치킨 볶음밥이 너무 맛있어서 양보할 수가 없었다.. 허허 미안...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