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수록 매력적인 신비한 춘천여행 -
소양강 댐
*춘천의 명물 닭갈비와 막국수를 클리어 하고 원활한 소화를 위해 소양강 댐 정상으로 향했다. 뚜벅이인 우리 삼남매는 버스 안내 전광판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한참동안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들과 함께여서 작은 것 하나에도 빵빵 터지느라 지루한 줄 몰랐지만, 옛날에는 정말 도착 알림도 없이 답답해서 어찌 기다렸을까 싶다.
소양강댐준공기념탑
소양강 댐 정상 정류장에 내리니 먼저 넓은 광장과 그 중심에 서있는 탑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소양호
기대보다 훨씬 멋진 풍경이! 시원하게 탁 트인 시야는 뜨겁고 습한 여름 날씨를 잊게 만들었다. 날씨가 쨍했으면 더 멋졌을텐데. 하늘이 청명한 가을에 오면 알록달록하니 더 예쁠 것 같다.
물론 그 반대편 풍경도 좋았다. 우뚝우뚝 솟은 산 봉우리들 사이에 졸졸 흐르는 물길. -가뭄 때문인지 물이 좀 말라있기는 했지만- 미술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그림이였다. 댐 아래 한국수자원공사 건물이 있었지만 풍경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용너미길
이 산책길로부터 수자원공사 건물까지의 내리막길은 위험하지 않도록 길이 꼬불꼬불 나 있었는데, 누군지 아주 작명 센스가 넘치는 사람이 그 길에 '용너미길'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덕분에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길을 한 번 더 돌아보며 '오 진짜 용처럼 보이네~' 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저 멀리에 정자가
소양강 댐 산책로는 반대편의 콩알 만하게 보이는 정자까지 쭉 길게 이어져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 아까워 더위에 쩔은 동생들의 투정을 사뿐히 무시하고 저 멀리 보이는 정자를 향해 힘차게 걸어나갔다.
소양강 댐 산책로에서
다행히 산책로 중간중간 포토존들이 설치되어 있어 걷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다. 알 거 모를 거 다 아는 사이인만큼 요상한 사진도 정말 많이 찍었는데 차마 블로그에 올릴 수 없어 일반적이게 나온 사진 하나만..
아무튼 이 외에도 여러 조형물들이 있으니 연인/친구와 함께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추천!
한참을 꺄르르거리며 웃다가 팔각정에 거의 다다라서 큰 고비를 맞았다. 흐리고 간간히 바람이 불던 날씨가 오르막의 등장과 함께 쨍해지기 시작했다. 사진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똑바로 서도 바닥이 얼굴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정말 가파른 경사였다. 아무 말 없이 따라오던 여동생도 꼭 저길 올라가야 되겠냐며 곡소리를 냈다. 내 몸은 갑작스런 햇빛과 오르막길에 놀랐는지 전신의 땀구멍을 오픈해버렸다. 내 뺨을 타고 흐르는 액체가 눈물인지 정수리에서부터 내려온 땀인지. 그 와중에도 막내 남동생은 '훗, 저 노인네들..' 하는 사춘기 소년 특유의 썩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오르막을 올랐다. 아, 저 얄미운 것.
소양강댐 수연정(水然亭)
씩씩거리면서 오르막길을 오른 끝에 드디어 도착! 그냥 팔각정인줄 알았는데 수연정(水然亭)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정자였다. 이 길이 조금만 덜 가팔랐어도 더 예뻐보였으련만.
정자는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동네 아주머니들로 가득했다.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에 다들 한 번 씩 우리를 쳐다보셨는데, 마치 '젊은 것들이 뭐 그리 힘들다고 헥헥대노~'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엄마 목소리가 생각나게 만든 아주머니들의 눈빛 잔소리(?)는 기분 나쁘기 보다는 정겨웠다.
우리도 정자 한 귀퉁이, 아주머니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멍 때리는 시간을 가졌다. 땀을 식혀줄 시원한 바람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뜨거운 환풍기 바람.. 애꿎은 생수만 벌컥벌컥 들이켜댔다. -그마저도 미지근했지만-
하지만 휴식도 잠시, 체력 넘치는 막내 동생께서 벌레가 꼬인다며 내려가기를 재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연정 주변은 모두 활짝 핀 꽃들로 가득했다. 벌과 파리와 이름 모를 정체불명의 거대 벌레들로 가득한 이곳.. 확실히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저 아래 촘촘히 핀 향기 나는 꽃들을 두고 왜 땀냄새 나는 우리한테 들러 붙는건지 참, 이해할 수 없는 벌레들이다.
신나는 내리막길
땀냄새를 좋아하는 벌레들로부터 탈출한 우리는 힘들게 오른 오르막길을 단숨에 내려왔다. 어떤 거대한 힘-아마도 중력-에 이끌려 저절로 다리가 움직이는 듯 했다. 빠른 속도에 겁이 나서 옆에 돌담을 짚고 내려올 정도. 겨울에 눈이 쌓이면 스릴 넘치는 썰매장이 만들어 질 것 같다.
내리막길을 내려와 다시 소양강 댐 산책로 위에 서니 거짓말 같이 하늘이 또 흐려졌다. 진짜 신이 우리를 가지고 노는 줄.. 오르막길에 만났던 쨍쨍한 해는 온데간데 없이 오히려 아까보다 더 칙칙해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게다가 또 산책로는 왜 이렇게 긴건지... 걸어도 걸어도 끝이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았다.
소양강처녀상
한~참을 걸어 겨우 산책로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화장실과 마실 물을 찾아 주변을 탐색했다. 한 쪽 끝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게 보여 가봤더니 K-water 소양강댐 물문화관이라 이름 붙여진 건물이 하나 있었다. 물문화관이니 마실 물도 있고 물 배출할 곳도 있겠다 싶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은 소양강댐 광장에서 물문화관까지 가는 길에 있던 소양강 처녀상. 무슨 사연이 있는건지 슬픔 가득한 표정이 참 안쓰럽게 보였다.
K-water 소양강댐 물문화관
물문화관은 더위에 지친 우리를 비롯한 다른 여행객들에게 최고의 쉼터가 되어주었다. 빵빵하게 틀어진 에어컨 아래 친절하게 놓여져있는 의자와 테이블. 천국이 따로 없었다.
우리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한동안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았다. 정확히 하자면 창 밖 풍경을 바라본 건 아니고 시선이 닿는 곳에 풍경이 있었을 뿐이다. 너무 힘들었다..
그렇다고 마냥 멍 때리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어 다시 으쌰으쌰! 멍해진 정신을 깨우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어냈다.
소양강처녀와
노를 젓자 노를 젓자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물문화관을 한바퀴 슥 돌아봤다. 지하에 카페가 있다기에 지하로 갔는데 카페는 없고, 탁 트인 테라스에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런 건 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인증샷을 찰칵찰칵!
우린 지금, 춘천간다!
지하에서 1층으로 오르는 계단길은 특이하게도 유리로 된 벽 위에 글자들이 붙어있어 마치 소양호 위로 글자가 둥둥 떠있는 것 같았다. 춘천에 여행 온 우리를 위한 글 같아 카메라에 담아왔다. -감성폭발!-
우린 지금, 춘천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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