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큐슈 2박3일: 고쿠라(小倉)에서 모지코(門司港)까지


[십년지기들과 기타큐슈로 떠난 쩐다투어]

-EPISODE 03-

고쿠라(小倉)에서 모지코(門司港)까지




 달달달달. 아스팔트 바닥을 구르며 합창하는 네 대의 캐리어를 질질 끌고 고쿠라역(小倉駅, こくらえき)에 도착했다. 고쿠라역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넓어서 시끄러운 캐리어를 끌고서 한참을 걷고, 에스컬레이터도 두 번이나 타야했다. 생각보다 힘이 드는 길이었음에도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뚝뚝 떨어지는 체력보다도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차서 모든게 다 좋게만 느껴졌던 것 같다. 조금 힘들면 어때, 이마저도 너무 재밌는걸!



기타큐슈 고쿠라역 철이와 메텔철이와 메텔 동상 그리고 윤공무원씨



 고쿠라역 관광보다 얼른 숙소에 들어가 시끄럽고 무거운 캐리어를 놓고 나오는 것이 우선이었던 우리. 그렇지만 눈앞에 나타난 추억 속 철이와 메텔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고쿠라역 입구부터 기타큐슈에 도착한 우리를 맞아준 반가운 철이와 메텔 동상. 출근하는 현지인들의 시선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우리는 한 명 씩 돌아가며 인증샷을 남겼다. 사람들을 등지고 사진을 찍어줄 땐 몰랐는데 의자에 앉아 모델이 되니 정말 창피스러웠다. 너그러운 일본분들께서 부디 출근길의 소소한 웃음거리로 여겨주셨길 바란다.


 고쿠라역에 철이와 메텔 동상이 설치된 것은 기타큐슈가 은하철도999의 작가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타큐슈는 은하철도999의 고향이라고 불리기도. 고쿠라역 외에도 기타큐슈 구석구석에서 은하철도999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고쿠라역의 동상 + 고쿠라역 인포센터 내 메텔 모형을 만날 수 있었다.-

 92년생인 내 기억 속의 은하철도999는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으로 시작하는 김국환님의 만화주제가가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만화다. 당시 유행하던 다른 만화들보다 어두워서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하얀 피부에 까만 털모자를 쓴 메텔은 정말 인상 깊었다. 어느 만화에 나오는 여주인공들보다 아름다우면서도 신비롭고 또 때론 무섭기도 한, 어린 나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캐릭터였던 것 같다. 언젠가 만화에 메텔이 귀신으로 변하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는데, 그 날 밤은 그 귀신이 꿈에 나올까 무서워 할머니 품에서 겨우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기타큐슈 고쿠라역 하록 선장


기타큐슈 고쿠라역 하록 선장하록 선장과 아이들



 철이와 메텔 옆에는 카리스마 뿜뿜 하는 잘생긴 남자 동상도 하나 세워져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잘생긴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포즈가 맘에 들어 함께 사진을 찍었다. -키 큰 캐리어가 삼각대 역할을 제대로 해줌!- 키도 크고 얼굴도 자그마한게 다시 데뷔해도 인기 있을 것 같은 비쥬얼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동상의 정체는 또 다른 만화영화인 하록 선장(또는 캡틴 하록)의 주인공 하록이라고. 그래도 누군지 모르겠으니 하록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고쿠라역 표사는곳고쿠라역 표사는곳



 겨우 고쿠라역에 들어와 숙소가 위치한 모지코(門司港)로 향하는 티켓을 사기 위해 표사는곳을 찾았다. 친절하게 한국어로 쓰여져 찾기 쉬웠다.





고쿠라역 표사는곳



 깔끔한 외부와 달리 내부가 아주 화려하게 꾸며져있어 잠시 정신을 잃을 뻔 했다. 사진에서는 일부만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 지 모르겠는 아주 정신없는 인테리어였다.



모지코행 열차 티켓모지코행 열차표



 잠깐 멘붕이 왔지만 친구들의 응원에 힘을 입어 역 직원에게 직진! 성공적으로 고쿠라에서 모지코로 향하는 전철표를 얻어내었다. 가격은 1인당 280엔으로 비쌌다. 겨우 5정거장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환율을 900원으로 쳐도 한국돈으로 2,520원. 대중교통은 역시 한국이 최고다.



고쿠라역고쿠라역



 모지코행을 알려주는 전광판을 따라 플랫폼에 입장! 열차 도착까지 8분 정도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 사이에 다시 올라가서 육즙 흐르는 만두호빵 사먹은 건 비밀. -한참 성장기인 스물여섯짤.-



일본 전철일본 전철


전철 타서 신난 강백수와 윤공무원



 시간 맞춰 전철이 들어와 안전하게 탑승했다. 서울 지하철과 달리 가장자리 좌석이 노약자석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냉큼 차지했다. 한국에서는 감히 앉을 수 없는 자리기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넓은 자리 놔두고 굳이 좁은 곳에 낑겨 앉는게 좀 이상해보였을 수도 있겠다.





 또 신기하게 기관실과 연결된 벽에 창문이 나 있어서 창문 너머로 일본 전철의 기관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사진은 기관실을 찍었는데 우연히 찍힌 기관사님.. 창문이 까맣고 빛이 반사되서 사람이 있는 줄 몰랐는데 사진에 찍혀서 놀랐다. 기관사님께서도 창문에다 -못난- 얼굴 대고 구경하면서 카메라까지 들이대는 나를 보며 많이 놀라셨겠지.. -죄송합니다..-



모지코역모지코역에서 쩐다투어



 잘생긴 기관사님이 운전하는 전철을 타고 목적지인 모지코역에 도착했다. 사람이 하~나도 없는 모지코역 도착 기념으로 단체사진을 찰칵! 혼자였다면 창피했을 일, 넷이서 함께하니 창피함이 1/4이 되어서인지 용기가 넘쳤다. 이 기세를 몰아 기관사님한테 같이 사진 찍자고 해볼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철이와 메텔과 함께 은하철도에 탑승하는 마음으로(?) 타고 온 일본 전철. 비록 우주로 가지는 못했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에 마음만은 우주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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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