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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폭발 고생 폭발 베트남 여름휴가]

-EPISODE 02-

베트남의 민낯, 하이퐁 시내 둘러보기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기대 이상의 습한 더위와 질서라곤 찾아볼 수 없는 풍경에 멘탈이 바스라진 우리 커플... 처음하는 동남아 여행, 처음 마주한 정신없는 상황. 우리에게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택시에서 내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내려놓은 뒤 털레털레 밖으로 나왔다. 천천히 동네를 걸으며 우리를 둘러싼 낯선 풍경에 익숙해지기 위함이었다. 



베트남 하이퐁하이퐁 거리 풍경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내 눈에 들어온 베트남은 아득한 기억 속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더위를 쫓기 위해 활짝 열어놓은 문과 그 앞 계단에 걸터앉아 이웃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혹은 낡은 선풍기가 힘없이 돌아가는 카페, 낮은 의자에 자리를 잡고 얼음이 동동 띄워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각자의 방식으로 더운 오후를 보내던 거리의 사람들은 흔하지 않은 외국인 여행자의 등장에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우리의 모습을 훑기도 했다. 남자친구는 경계 섞인 그 눈빛을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시선들이 밉지만은 않았다. 어린 날, 집 안이 훤히 다 보이도록 문을 열어 놓고 계단에 걸터 앉아 이웃과 담소를 나누시던 할머니와 그 앞에서 동네 친구들과 뛰놀던 나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때 처음 보는 아저씨가 길을 지나갈 때 내가 보냈던 시선이 아마 그런게 아니었을까.



베트남 하이퐁


베트남 하이퐁



 바쁜 도시 생활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이 모든 풍경들이 낯설고 새로웠다. 특히나 거리 곳곳에 파라솔 그늘 아래 아주 낮은 의자를 펼쳐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깊었던 것은 핸드폰을 보기 힘들었다는 것. 하이퐁 거리에서 만난 베트남 사람들은 모두 이웃들과의 대화에 집중하거나 먹고 있는 음식에 집중할 뿐, 핸드폰에 빠져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리는 물론 친구들과 함께 있는 카페에서도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한국 사람들과는 한참 달랐다. 놀랍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인터넷 없이 현재 그들의 삶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베트남 하이퐁거리의 조류들



 하이퐁의 거리에서는 동물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집집마다 가축으로 사육 중인 닭, 오리와 같은 조류들이 흔했다. 작은 철창 안에 갇힌 저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조류 독감이 걱정되기도 하는 풍경이었다. 



베트남 하이퐁 음식


베트남 하이퐁 음식하이퐁에서 먹은 첫 점심. 알수없음



 어느새 찾아온 점심시간. 우리는 호텔 주변의 골목골목을 싸돌아다니다가 발견한 한 식당으로 들어섰다. 곳곳에 베트남 대표 음식인 쌀국수를 파는 곳이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은건 '위생' 때문이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의외로 음식 위생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남자친구는 오토바이 매연 가득한 거리에서 파는 음식이나 허름한 가게에서 파는 음식을 먹기 싫어했다. 그 나라의 방식대로 뭐든지 해보고 싶어하는 나와 달라서 작은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베트남 방식대로 경험해보지 못하는게 아쉽기는 했지만, 도저히 못 먹겠다는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는걸 어쩌나. 이번 여행에서 음식만큼은 내가 져주기로 했다.


 그리하여 찾은 베트남에서의 첫 번째 식당. 관광지 주변이 아니다보니 남자친구가 원하는 퀄리티의 식당이 없어 한참을 돌아다니다 겨우 찾은 곳이다. 뭐를 파는 가게인지도 모른채 그냥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는데 식당 직원들이 모두 우리를 보고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테이블에 밥을 차려주기 시작했다. 뭘 물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밥을 갖다주니 '뭐지?' 싶었다. 대충 살펴보니 밤에는 재즈바로 운영되고 낮에는 주변 직장인들을 위한 간편 점심을 제공하는 곳인 것 같았다. 우리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점심을 차려준 것은 점심 메뉴가 하나 뿐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의 첫 끼는 위 사진과 같이 구성되었다. 따끈따끈한 밥 위에 털이 채 다 벗겨지지 않은(...) 돼지고기, 신기한 맛이 나는 계란말이 같은 어떤 것,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절미 색깔의 어떤 것, 토마토 오이 샐러드와 우리가 싫어하는 고수 향이 아주 강한 냉국 그리고 칠리소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그냥.. 비위생적이어 보이는 허름한 가게에서 쌀국수를 먹는게 나았을 것 같다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싶다.



베트남 하이퐁 오페라하우스


베트남 하이퐁 오페라하우스베트남 하이퐁 오페라하우스





 배를 채운 뒤, 하이퐁의 중심이자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하이퐁 오페라하우스를 찾았다. 하이퐁 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하우스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절대 모를 것 같은 외관의 오페라하우스였다. 공산주의 국가답게 건물 위 펄럭이는 빨간 국기와 한 가운데 걸린 호찌민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베트남 하이퐁지나가는 베트남 오토바이를 배경으로



 하이퐁의 중심지인만큼 이 주변은 정신없는 오토바이 행렬이 끊이질 않는 번화가였다. 넓게 펼쳐진 푸른 공원도 있고, 영화관과 쇼핑몰도 있고.



베트남 하이퐁 분수 광장분수 광장의 펄럭이는 베트남 국기 앞에서



 대형 호찌민 사진이 걸린 오페라하우스 바로 맞은편에는 커다란 베트남 국기가 펄럭이는 광장도 있었다. 이 넓은 광장에 사람은 나와 남자친구 둘 뿐.. 그도 그럴 것이 펄럭이는 국기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 더웠다. 너무.. 너무너무 더웠다.........



베트남 하이퐁 오페라하우스베트남 하이퐁 오페라하우스 야경


베트남 하이퐁 분수 광장베트남 하이퐁 분수 광장 야경



 하지만 해가 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에 이 분수 광장은 가족/친구들과 함께 피서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확실히 해가 떨어지고 분수대에서 시원한 물줄기까지 뿜어져 나오니 보다 쾌적했다. 한 가지 문제는 낮 동안 땀 뻘뻘 흘리며 돌아다닌 탓에 체력이 바닥났다는 것.. -@_@-



베트남 하이퐁 공원하이퐁 공원, 베트남식 작업복을 입은 여성들



 다시 낮으로 돌아와, 광장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 자판기에서 물을 뽑기 위해 공원에 잠시 들렀다가 베트남 전통 모자인 넝 라(Nón lá)를 쓰고 작업 중이신 여성분들을 보았다. 공원의 잡초 제거 작업 중이신 것 같았는데, 너무나도 베트남스러운 작업 복장이 눈에 확 띄었다. 신기하면서 재밌기도 한 베트남식 작업 복장! 그 특이함에 여행 기념품으로 갖고 싶을 정도였다. 



베트남 하이퐁



 특별히 목적지가 없었던 우리는 번화가의 중심에 서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비교적 깔끔해보이는 마트로 시작된 이 골목은 하이퐁 시장 골목이었다.



베트남 하이퐁베트남 하이퐁 시장 골목



 오토바이로 가득찬 하이퐁 시내의 도로가 '혼란'이었다면 이 시장 골목은 '대혼란' 그 자체였다. 좁은 골목, 양 옆으로 늘어선 상인들과 그 사이를 지나는 수많은 행인, 오토바이, 개... 모든 것이 뒤섞인 그야말로 아수라장. 이런 곳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베트남 사람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시장 음식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갈 때는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나도 뭔가 사먹어 보고 싶었는데 출근길 지옥철 마냥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음식을 구입할 겨를이 없었다. 카메라 꺼내기도 힘들어서 사진도 복잡한 시장 거리에서 벗어난 후에야 한 장 겨우 찍을 수 있었다. 평생 걸어본 골목길 중 가장 힘든 골목길이지 않았나 싶다.



베트남 하이퐁식용 비둘기들...



 시장 골목의 끝에서는 비둘기를 판매하는, 꽤 충격적인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비둘기 고기를 먹는다는게 사실이었구나.. 그나마 여기 있는 비둘기들은 서울에 널린 닭둘기들보다 멀쩡하게 생겨서 다행이다. 



베트남 하이퐁 기찻길 마을


베트남 하이퐁 기찻길 마을하이퐁 기찻길 마을에서.



 그 후로도 계속 사람들을 따라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하이퐁 기찻길 마을을 발견했다. 하노이에 관광지로 유명한 기찻길 마을이 있다고 들었는데 하이퐁에도 있을 줄이야!



베트남 하이퐁 기찻길 마을



 직접 방문한 기찻길 마을은 TV나 블로그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훨씬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사진으로는 넓어보이는데 실제로 본 집 건물과 철도 사이의 거리는 정말 가까웠다. 더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아서 괜찮은건가 싶었는데...





 때마침 기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와우! 철길 위를 지나는 기차를 안전 장치 하나도 없이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되다니!!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기차가 달려오는걸 정면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쭉 내밀고 보다가 저 멀리 기차가 나타나자마자 무서워서 금방 뒤로 물러났다.. 우리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바로 코앞을 지나가는 기차를 구경하며 재밌어했고, 동네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보며 재밌어했다. 




 이제 막 여행지로 각광 받기 시작한 베트남의 작은 도시 하이퐁은 관광지로 꾸며지지 않아 인공미가 전혀 없는 베트남 고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곳이었다. 낯선 풍경들에 가끔은 놀라기도 했지만, 이런 낯섦들이 하이퐁을 더 매력있는 여행지로 만들어주는게 아닐까. 

 하루종일 골목골목 둘러본 하이퐁은 순도 100%, 베트남의 민낯을 보여주는 순수하고도 낯선 매력이 있는 여행지로 기억에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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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자 베트남 놀아보자 베트남 | 2017.08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