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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지기들과 기타큐슈로 떠난 쩐다투어]

-EPISODE 09-

모지코에서는 야끼카레가 제맛!




 10여 분을 걸어 빠져나온 *간몬터널. 깊었던 해저터널의 바깥으로는 가로등도 별로 없는 깜깜한 밤거리가 펼쳐졌다. 낯선 어둠에 쫄은 4명의 20대 여성들은 휴대폰 후레쉬에 의존하며 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 시각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어둠이 아니었다. 새벽 4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기타큐슈 곳곳을 쑤시고 다닌 탓에 바닥난 체력.. 그것이 진짜 문제였다. 아린 발바닥과 쑤시는 삭신, 우렁찬 뱃고동 소리를 내는 위장, 그리고 놓아버린 정신줄.. 빨간포션이 시급했다. 



시모노세키 야경시모노세키 야경



 어둠 속 바다 건너편에는 방금 전까지 머물렀던 시모노세키의 화려한 야경이 빛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빛나는 *대관람차를 보고 있자니 타보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게 다 그놈의 *케이블카 때문...



모지코 맥주공방모지코 맥주공방, 다음에 만나요...



 기타큐슈의 밤길을 걷고 걸어 도착한 곳은 기타큐슈 모지코의 유명 맛집, 모지코 맥주공방. 3만 보의 피로를 날려줄 맥주와 야끼카레를 잔뜩 기대하고 왔건만 우리에게는 '10분 대기'라는 잔혹한 명령이 내려졌다. 다른 때 같았으면 흔쾌히 기다렸을 짧은 시간이지만 이 때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우리는 '지금 당장' 어딘가에 앉아 무언가를 입에 넣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정말로..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로...-


 우리는 잠시 토론의 시간을 가진 뒤, 결국 맥주공방을 나왔다. 바로 앉혀주고 먹여줄 한가한 식당을 찾아서..



오늘의 한 잔쥬스 맥주 칵테일 진저에일





 다행히 그닥 멀지 않은 곳에서 조건을 충족하는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우연히 찾은 이곳은 분위기가 좋고, 현지인들로 가득 찬 한 식당이었다. 딱 우리를 위한 4인 테이블 하나만 비워진 채로. 나는 잘 다듬어진 나무 의자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일단 심호흡을 한 번 내쉬었다. 이 호흡은 하루종일 혹사 당한 발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진, 말그대로 '깊은 호흡'이었다. 아, 살 것 같아...


 친절한 가게 사장님으로부터 메뉴판을 건네 받고 각자의 스타일대로 음식을 주문했다. 색색깔의 음료가 먼저 나오고, 고단했던 하루의 끝을 기념하며 잔을 한 번 부딪혔다. 고생 끝에 들이킨 음료는 칼칼해진 목구멍을 시원하게 지나며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캬~



지쳤지만 안 지친 척 하는 쩐다투어



 가게 분위기만큼이나 스타일이 멋지던 일본인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사진도 찍어주셨다. 은은한 조명 덕분에 고생으로 찌든 얼굴이 티가 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테이블에 놓여진 수저통까지 치워가며 열정적으로 예쁜 사진을 찍어주신 사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싶다. :)



모지코 야끼카레오늘의 만찬: 야끼카레



 그리고 드디어 테이블 위에 올려진 오늘의 메인! 모지코의 명물! 야끼카레가 그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등장했다. 먹음직스러운 비쥬얼과 위장을 자극하는 향긋한 카레 냄새에 하루의 고단함이 싹 가시며 황홀해졌다..♥

 


모지코 야끼카레모지코 야끼카레



 주문할 때 카레 종류가 꽤 많아서 다 다른 종류로 시켰는데 하나를 제외하고는 다 똑같이 생긴 카레가 나왔다. 메뉴를 찍지 못해서 정확히 뭐가 달랐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맛이 묘하게 다르기는 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맵기랑 토핑이 달랐던 것 같은데.. -그 좋던 기억력도 잃을만큼 힘들었던 이 날- 뭐 아무튼 다 맛있었다. 



모지코 야끼카레모지코 정체불명 카레 (+소고기)



 계획없이, 후기도 보지 않고 찾은 식당이지만 모지코의 대표 메뉴답게 야끼카레맛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사실 뭘 먹어도 맛있게 느껴질만큼 배가 고팠던지라.. 내가 느낀 맛이 이 집의 진짜 맛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겠다. 그래도 여행 중 지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과 달콤한 휴식, 더불어 예쁜 사진까지 제공해준 곳인만큼 최고의 저녁식사 장소로 기억하고 싶다. :D



 급격한 체력저하로 인해 모지코의 명물 중 하나인 '모지코 맥주공방'에서 카레와 맥주를 먹어보지 못한 데에는 크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였는지, 이름이 뭐였는지, 어떤 카레를 먹은건지 알 수 없는 로컬 레스토랑에서 보낸 저녁시간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고생 끝에 찾아온 모지코 야끼카레.. 그렇게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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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큐슈로 떠난 쩐다투어 | 2017.10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