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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폭발 고생 폭발 베트남 여름휴가]

-EPISODE 13-

망망대해에 카약 한 척 (부제: 아찔한 깟바 카약킹)




 우리는 일일 대여한 오토바이를 타고 깟바섬에 와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인 카약킹(Kayaking)을 하기 위해 달려갔다. 부릉부릉! 시속 -겨우- 20km로 시원하게 깟바의 바람의 가르며 향한 곳은 *깟바 여행 첫 날, 씁쓸한 기억만 남기고 돌아온 벤 베오(Bến Bèo) 선착장이었다.



베트남 깟바섬오빠 달려 빠라바라바라밤





 그 날, 몽키 아일랜드(Monkey Island)에 닿지 못한 채 쓸쓸하게 돌아온 우리는 *숙소에서 폭풍 검색을 하며 밤을 보냈다. '어떻게 하면 덤터기를 쓰지 않고 몽키 아일랜드에 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 그렇게 한동안 정보의 바다를 헤엄쳐 알아낸 것이 바로 '카약'이었다. 카약을 타면 저렴하고 다이나믹하게(?) 몽키 아일랜드에 갈 수 있다는 사실! 마침 베트남 초록빛 바다에서의 카약킹을 꿈꾸고 있던 우리에게는 아주 반가운 정보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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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우리는 오토바이 바퀴에 날개를 단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벤 베오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리곤 바로 먹잇감을 발견한 한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카약 대여점에 들어섰다.


 아주머니가 처음에 제시한 2인용 카약 대여금액은 40만 동. 한화로 약 2만 원 정도였다. 당연히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시간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구명조끼와 귀중품 보관용 방수 가방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며칠 간 베트남에 머물면서 생긴 흥정 스킬(!)을 발휘해 반값보다 더 저렴한 15만 동을 제시했다. 아주머니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20만 동을 제시했다. 실랑이 끝에 최종적으로 협의된 가격은 18만 동! 한국 돈으로 약 9천 원 정도를 내고 시간 제한 없는 2인용 카약보트 한 척을 빌렸다. 좀 더 밀어 붙였으면 15만 동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동남아 패치가 덜 됐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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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당 약 4,500원으로 한강 자전거 대여보다 저렴한 가격에 카약을 얻어낸 우리는 신나는 마음으로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초록빛 바다를 정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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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때부터 조금.. 불안해졌던 것 같다. 그 어떤 배 한 척도 보이지 않는 바다, 허술하게 땅바닥에 뒤집어져 있는 아주머니의 카약 보트... 그리고 문득 저 초록빛 바다 속에 괴물이 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괴상한 생각까지 들었다. 괴물까진 아니더라도 상어는..? 해파리는..?



베트남 깟바 카약안전한걸까..



 허나 이미 우리가 탈 카약보트는 물에 동동 띄워져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내 불안한 마음처럼 흔들거리는 카약에 몸을 싣고 아주머니로부터 A4용지에 인쇄된 지도를 한 장 건네 받았다. '우리는 여기 있고, 니들이 가고 싶어하는 몽키 아일랜드는 저어~기 있다. 바이바이' 라는 말을 남기고 쌩 사라져버리는 아주머니. 내 위치와 방향까지 찍어주는 최첨단 구글지도만 보다가 흑백의 동그란 섬만 그려져 있는 종이지도를 들여다보자니.. 그저 어리둥절할 뿐.



베트남 깟바 카약마음은 무섭지만 즐거운 척하는 뒷모습



 지도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르겠으니 그냥 아주머니의 손가락이 가리켰던 방향으로 노를 저었다. 처음에는 물도 잔잔하고 주변에 사람도, 소음도 없이 찰랑거리는 물소리만 들리는게 그저 좋았다. '이런게 힐링이지!'라고 생각하면서 나를 둘러싼 초록빛 바다와 초록빛 섬을 감상하기에 바빴다. 정말 좋은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잠깐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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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깟바 카약둥~둥~



 그러나 배가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물살이 거세졌다. 찰랑찰랑 하던 물소리는 추울~렁 하는 걸죽한 소리로 바뀌었고 엉덩이 균형을 조금만 잘못 맞추면 옆으로 기울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방금 전까지 내가 꿈꾸었던 초록빛 바다 위의 카약킹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베트남 깟바 카약여긴 어디



 출발지로부터 10분 쯤 노를 저어왔을 때, 큰 위기가 한 번 왔다. 저 멀리에서부터 다가오던 낮은 파도를 한 번 탔는데 그 느낌이 아주.. 참.. 짜릿했다. 캐리비안베이에서 만들어내는 파도만큼 높지는 않았지만 두려움은 10배 정도 되었다. 이 파도에 배가 뒤집어지면 누가 우리를 구해주나 하는 생각에. 이 망망대해에서 보이는 생명체라고는 허술한 카약에 몸을 맡긴 우리밖에 없는데..? 그 때 깨달았던 것 같다. 동남아의 저렴한 가격은 '보험'이 빠진 가격이라는 것을.. 내가 여기서 바닷괴물에게 먹히거나 무인도에 갇히게 되더라도 구해줄 사람이 없다는 아주 치명적인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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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겁을 먹은 우리는 결국 뱃머리를 틀어 다시 육지로 향했다. 다음날 뉴스에 뜨고 싶지는 않았다. 돈이 아무리 아까워도 살아서 가족들에게 돌아가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 때, 바다 위의 작은 섬들 사이로 금빛 모래사장이 보였다. 그 모래사장 위에서 뛰어노는 사람들도 보였다. 우리가 *첫날부터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몽키 아일랜드였다. 처음에는 그저 좋아하는 방송에 나온 곳이라 가보고 싶었는데, 자꾸 못가게 되니까 도전정신 같은게 막 불타올랐던 것 같다. '대체 저기가 뭐길래 이렇게 가기가 힘든건지! 내 기필코 너를 꼭 가보고야 말겠다!!' 뭐 대충 이런 마음?

 ..그래서 다시 뱃머리를 돌렸다. 저 작은 섬 사이만 통과하면 나를 그렇게 약올리는 몽키 아일랜드에 닿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시 힘차게 노를 저었다.



깟바섬 몽키 아일랜드[출처] tripadvisor



 너란 몽키 아일랜드.. 정말.. 가고 싶다.....



베트남 깟바 카약


베트남 깟바 카약여길 봐도 저길 봐도 다 똑같은 배경



 그치만 역시 쉽지 않았다. 분명 눈 앞에 보이는데 왜 노를 저어도, 또 저어도 가까워지지 않는건지. 좀 가까워진다 싶으면 무슨 결계가 쳐져있는 것 마냥 물살은 왜 세지는건지! 



베트남 깟바 카약보트를 집어삼킬 것 같은 섬



 그렇게 뱃머리 돌리기를 여러 번.. 거듭된 도전과 포기 속에서 진짜 배가 뒤집어질 뻔한 경험을 한 뒤 우리는 마지막으로 몽키 아일랜드를 등지고 돌아섰다.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을 이럴 때 하는걸까.. 정말 열심히 노를 저었지만 물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했으며, 노를 젓는 내 팔뚝은 약했다. -사실상 남자친구 혼자서 노를 저은 거나 마찬가지.. 미안 나는 도움이 안 되는 여자친구였어- 

 그리하여 깟바섬에서 몽키 아일랜드까지의 카약킹은 아쉽게도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베트남 깟바 카약



 육지로 돌아오는 길의 물살은 처음 탈 때처럼 잔잔하고 고요했다. 다시 육지의 품으로 돌아오는 우리를 반겨주는 것처럼 따뜻하기도 했다. 거센 물살은 무서웠고, 보트 옆으로 둥둥 지나가는 해파리는 위협적이었고, 난생 처음해보는 노질은 팔에 알이 배길만큼 힘들었지만, 무섭고 힘들었던만큼 기억에 많이 남는 순간이다. 



베트남 깟바 카약


베트남 깟바 카약카약킹 기념사진!



 무사히 육지에 발을 디딘 우리는 첫 카약킹을, 살아돌아왔음을 기념하며 사진을 남겼다. 비록 그토록 바라던 몽키 아일랜드는 못 가봤지만 잔잔한 바다 위에서 조용히 노를 젓는 경험은 충분히 특별했다. 드문드문 작은 섬이 심어져 있는 초록바다 위에 덩그러니 동동 떠있는 경험을 지금 아니면 언제 또 해보겠나.

 ...그치만 두 번은 못하겠다. 추천도 하지는 못하겠다. 카약킹은 여행사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체험하기를 권장한다. 물론 -나처럼- 신체 건장(?)하고 겁없는 젊은이들이라면 더 늙기 전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무사 귀국은 보장하지 않습니다.- 



 베트남에서 물귀신 될 뻔한 이야기는 이렇게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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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자 베트남 놀아보자 베트남 | 2017.08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