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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폭발 고생 폭발 베트남 여름휴가]

-EPISODE 20-

곳곳에 남은 프랑스의 흔적 - 성요셉 성당과 호아로 형무소

 

 

 

 베트남은 19세기 후반부터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국가 중 하나이다. 때문에 베트남에는 곳곳에 프랑스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여행자들에게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동남아에서 느껴지는 오묘한 유럽의 향기(?)라고나 할까.

 대한민국 사람인 우리에게 일본이 그렇듯, 베트남 사람들에게 프랑스란 가슴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기분 나쁜 나라일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문화를 지금까지 대부분 간직하고 있는데 이는 투쟁에 승리해 값진 독립을 얻어냈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나쁜 것들이 우리나라에 흔적을 남기다니 치욕적이군!'이 아니라, '이 나쁜 것들이 우리를 지배했지만 결국 이겼어! 남은 흔적들은 자랑스러운 승리의 역사야!'라고 생각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멋진 자부심!

 

 

베트남 하노이 - 호안끼엠 호수 광장

 

 

 이 날도 역시 하노이 여행의 시작점인 *호안끼엠 호수(Ho Hoan Kiem) 광장에서 시작했다. 주말이라 차는 못 들어오고 대신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수많은 사람들 중 같은 색깔의 옷을 입고 무리 지어 있는 젊은 사람들-물론 나도 젊은이...-이 눈에 띄었다.

 

 

젊은 런닝맨들

 

 

 이 눈에 띄는 젊은 사람들은 우리의 목적지인 성요셉 성당(Cathédrale Saint-Joseph) 앞에서도 옹기종이 모여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런닝맨' 놀이(?) 중이었다. 실제로 런닝맨-뛰어다니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들이 입은 단체복에 런닝맨이라 써져있어서.. 보면서 한국 방송의 파워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이 날씨에 유재석처럼 뛰어 댕기면 제 아무리 팔팔한 젊은이여도 목숨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팔팔한 젊은이 시절이 끝나버린 사람의 쓸데없는 걱정-

 

 

베트남 하노이 - 성요셉 성당

 

 

 런닝맨 친구들 걱정은 접어두고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인 성요셉 성당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봐도 프랑스의 흔적이라는 게 느껴질 만큼 자기주장이 강한 성당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인 노트르담 대성당(Notre-Dame Cathedral)이 퐉! 떠오르는 익숙한 비주얼. 낡은 베트남식 건물들 사이에 다소 쌩뚱맞은 느낌도 있었지만 그 어색함이 묘하게 매력적인 곳이었다.

 

 

베트남 하노이 - 성요셉 성당 앞에서

 

 

 미사가 있는 날이면 수십명의 사람들이 성당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는데 아쉽게도 그 장면은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안 맞아서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참고] 성요셉 성당의 개방시간은 월~토요일 오전 8시 ~ 11시/오후 2시 ~ 5시, 일요일 오전 7시 ~ 11시 30분/오후 3시~9시- 아쉽지만 자연스럽게 낡은 빈티지 매력 뿜뿜하는 성당 외관을 배경으로 인증샷만 남기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베트남 하노이 - 골목 구석구석

 

 더워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5조 5억 번 넘게 하면서도 우리는 꿋꿋히 걸어 다녔다. 남들은 동남아 여행 때 택시를 자가용처럼 잘만 타고 다닌다던데 참.. 런닝맨 젊은이들을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열심히 걸어다닌 덕분에 하노이 골목 구석구석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과 온 동네를 지배한 오토바이들, 낯선 음악과 코 끝을 찌르는 생소한 냄새까지~ 오감만족 도보여행! -단 체력이 후달릴 수 있음 주의-

 

 

하노이에서 걸어다닐 땐 바닥을 조심하세요!

 

 

 참고로 베트남은 길이 제대로 정리가 안 되어 있어서 이렇게 중간중간 불쑥 튀어나와 있는 돌 덩어리(?), 나무 뿌리 등등이 많으므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걸어야 한다. 한국에서처럼 핸드폰 보면서 걷다가는 무릎 그냥 나간다.

 

 

베트남 하노이 - 호아로 형무소

 

 

 베트남 냄새 물씬 나는 골목을 지나 호아로 형무소(Hoa Lo Prison) -또는 호아로 수용소-. 프랑스가 지배하던 시절, 항불투쟁 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가둬놓고 고문하던 아픈 역사가 남아있는 장소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하노이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베트남 하노이 - 호아로 형무소

 

베트남 하노이 - 호아로 형무소

 

 호아로 형무소 입장료는 인당 3만 동-한화 약 1,500원-

 


 

 

 

베트남 하노이 - 호아로 형무소

 

 

 호아로 형무소 초입에는 당시 베트남의 생활 환경을 보여주는 전시물 등과 같은 가벼운 주제로 꾸며져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들어온 실내여서 시원하기도 하고.. 흥미로운 공간은 아니었지만 땀을 식히기에 좋았다. 너무 좋았다..

 

 

 

 적당히 땀을 식히고 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 호아로 형무소 탐방. 노란 벽에 붙어있는 안내 문구를 시작으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안내 문구는 호아로 형무소가 당시 인도차이나에서 가장 크고 삼엄한 교도소였다는 내용-

 

 

 

베트남 하노이 - 호아로 형무소 내부

 

 

 당시의 형무소를 재현해 놓은 내부는.. 사진을 찍는데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었고, 충격적이었다. 그때의 공기가 아직 남아있는 듯, 퀘퀘한 냄새가 가득한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발이 묶여있는 사람들의 모습. 모형이었지만 눈동자의 초점을 잃은 이들의 표정이 너무나 실감이 나서 소름 끼칠 정도였다.

 

 

베트남 하노이 - 호아로 형무소 내부

 

 

 여성 포로들이 수감된 방에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어른들과 다르게 해맑은 표정에 더 마음이 아팠다. 

 정말이지 너무 실감나게 만들어놔서 충격적이고, 소름이 끼치고.. 마치 내가 이곳에 수감된 것처럼 숨통이 턱 막히고 공포감마저 들었다. 돈 내고 이런 찝찝한 감정을 굳이 느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형무소라는 곳을 여행객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온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나 같은 아픔을 가진 나라의 사람이기에 더더욱.

 

 

 

베트남 하노이 - 호아로 형무소 독방

 

 

 공포감과 답답함이 배가 되는 독방도 있었다. 빛도 잘 들지 않는 이곳에 수감된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베트남 하노이 - 호아로 형무소 단두대

 

 

 호아로 형무소의 마지막 전시실에는 당시에 쓰였던 고문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정말 생각만해도 끔찍한 여러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중앙에 있는 단두대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교과서나 영화에서나 보던 단두대를 실제로 보니.. 근처에만 가도 머리가 잘려 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냥 등골이 오싹했다. 그 당시엔 어떻게 이런 걸 광장에 갖다 두고 공개 처형을 하고 그랬을까. 비교적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다.

 단두대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이상해서 이 전시실은 거의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다. 꿈에 나오지 않길 바라면서.

 

 

베트남 하노이 - 호아로 형무소

 

 

 호아로 형무소 관람은 수많은 독립투쟁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공간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과거 역사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던 베트남 여행 중 가장 뜻깊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일본 식민지라는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이 공간이 조금 더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다른 관광지와는 다르게 분위기가 무거운 곳이지만 한번쯤 방문해보길 권하고 싶다. 호아로 형무소를 다녀와서, 혹은 가기 전에 서울에 있는 서대문 형무소-일제강점기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을 가두고 고문했던 곳. 호아로 형무소만큼이나 충격적이고 화나는 곳이다.-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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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자 베트남 놀아보자 베트남 | 2017.08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