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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08 - 

콜로세움에서 사라진 시간




로마에서는 *한인민박에서 지냈다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총 4일을 머물렀는데 바티칸시티, 로마 근교인 나폴리, 로마 주요 관광지, 로마 시내를 테마(?)로 하루 씩 보냈다.

주로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첫 날에는 비가 왔고, 내가 나폴리에 갔을 때는 -민박집 언니들이 말하길- 로마에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나폴리는 일기예보에서 말하는 '조금 흐림'의 날씨, 돌아다니기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로마 주요 관광지를 가기로 마음 먹은 셋째 날의 날씨는 유럽 여행 30여일을 통틀어, 가장 그림 같았다.




메트로 B호선 콜로세오역




이 날의 테마는 로마의 주요 관광지,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의 랜드마크인 콜로세움이 주요 중의 주요!

아침 일찍 일어나 메트로를 타고 콜로세오역으로 곧장 갔다.




콜로세움 입구




콜로세움은 줄이 길기로 유명한데, 아침 일찍 도착해서 내가 갔을 때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실 난 로마패스가 있어서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여행 계획할 때 로마 시내구경에 2일을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로마패스를 구입해뒀다.


로마 패스



로마패스로는 지정된 시간동안 대중교통(메트로, 트램, 버스)을 이용할 수 있고, 처음 방문하는 관광지 입장료가 무료다.

첫 방문 이후의 관광지 입장료 또한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28유로로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틀동안 뽕은 뽑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콜로세움/포로로마노/팔라티노 언덕 통합권이 12유로로 가장 비싸기 때문에 로마패스 무료 입장을 여기다 쓰면 좋다. -이득! 개이득!-

나는 로마 시내 관광에 2일을 투자했기 때문에 로마패스 48시간권을 구입했는데, 일반 로마패스는 3일권이다.

-[참고] 로마패스 공식 홈페이지-




콜로세움 내부




입장하면 이런 큰 돌들이 웅장하게 서있는 길을 지나가야한다.

아무도 없으면 조금 으스스한 느낌도 든다.







WHAT A BEAUTIFUL DAY!

큰 돌덩이들을 지나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니 아, 교과서에서 보던 그 곳이었다.








날씨가 정말 '오지게' 좋았다.

그 어떤 격한 표현을 써도 좋을만큼 완벽한 날씨였다.

빨래 널기 좋은 날씨, 여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 이 날 '나'라는 여행자에게 선물같이 주어진 날씨.


하늘을 보면 신이 그림 그리다가 파란색 물감을 쏟았나 싶고, 주위에 날 감싸고있는 이 건축물은 이젠 신이 되셨을 이태리 조상님들의 작품이고.

과장 조금 보태어 신들의 놀이에 초대된 어벙벙한 관람객 같았다.







여행 전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콜로세움은 한 바퀴 돌고 나면 끝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날 나는 콜로세움 전 층을 2-3바퀴 씩 돌면서 쉼없이 셔터를 누른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내 사진도 찍고 싶은데,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서 쭈뼛쭈뼛 하느라 걷기만 했다. 바보... 소심이..-







가이드 없이 여행 전에 읽은 책의 내용과 간간히 들여다보는 인터넷 속 정보에 의존하는 여행이어서 이 곳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들은 바 없다.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가끔 보고 들은 설명과 지식을 가끔씩 초월(?)하고는 하는데 콜로세움에서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옛날 옛적에는 여기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관중들은 무슨 옷을 입고 무슨 표정으로 무엇을 먹으며 어떤 경기를 봤을지 마음껏 상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어쨌든 지금은 없어져버린 부족한 부분들을 -보잘 것 없는- 상상력으로 보태가며 재밌게 돌아다녔다.





콜로세움 내부에서 바라본 풍경




콜로세움 내부에서는 뻥뻥 뚫린 돌 구멍 사이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멋있었다.

콜로세움에서 바깥을 보면 포로로마노와 팔라티노의 일부를 볼 수 있는데, 포로로마노/팔라티노 언덕 가기 전에 예고편을 보는 느낌이다.




thumb콜로세움




콜로세움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다 되어있었다.

분명 아침 일찍 온 것 같은데 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싶을 정도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일반적으로는 콜로세움을 구경하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몇 시간만에 콜로세움을 나와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개선문을 통과하러!

확실히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많아졌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개선문




콜로세움도 콜로세움이지만 이 개선문은 정말 어릴 적 읽던 그리스로마신화 만화책에서 툭 튀어나온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져나간 부분에서도 오래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개선문을 지나면 그냥, 그냥 아무 생각없이 걷게 된다.

콜럼버스가 새 대륙 발견하듯 이리로 가보고 저리도 가보고, 그럼 자연스레 내가 어디 있는지를 잊게 된다.

정말로 잊게 된다...


어쩌면 길을 잃었다는 표현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개선문을 지나 처음 구글 지도로 방향을 잡고 걸으면서 나는 포로로마노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팔라티노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진짜 포로로마노에서 길 안내판을 보고서야 알았다.

-내가 멍청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민박집 가니까 다들 그랬다고 한다. 어려운 공간이다...-







개선문을 지나서 조금 걷다보면 이런 숲길을 지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감을 잃기 시작한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팔라티노나 포로로마노와는 달라서였던걸까, 출구로 나온 줄 알고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귀족들이 살았던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이렇게 숲이 우거진 줄은 몰랐다..







조금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내가 어느새 언덕에!

이래서 팔라티노 '언덕'이구나 싶었다.

조금 전에 오랜 시간을 보냈던 콜로세움과 콘스탄티누스의 개선문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포로 로마노




그리고 반대편으로 내려다보면 포로로마노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 뒤로는 로마 냄새 물씬나는 건물들도 눈에 띈다.




팔라티노




팔라티노의 전체적인 느낌은 위 사진과 같았다.

옛 로마인들이, 특히 귀족들이 머물렀을 흙색의 건물들이 주를 이룬다.

귀족들이 집이었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문이 나있고, 땅 밑으로 통로가 있고... 구조가 엄청 복잡해보였다.







그리고 흙색 건물들이 없거나, 없어진 곳에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 옛날 건물의 잔재들 틈에 보이는 노란 꽃이 사랑스러웠다.







갈매기가 쉬었다 가기도 하고.

-쉰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 찾으러 온 것 같았다. 서울에 닭둘기가 있다면 로마에는 닭매기-







팔라티노 숲에서는 이렇게 키 크고 독특하게 생긴 나무들도 볼 수 있었다.

어렸을 적 동화책에서나 보던 모습이었다.







팔라티노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가는 길에도 콜로세움은 잘 보인다.

개인적으로 여기가 사람도 없고, 콜로세움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였던 것 같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잘 알았다면 정말 멋지게 찍을 수 있었을텐데..... -역시 뭐든 공부가 필요하다.-


이렇게 팔라티노에서 나와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포로로마노는 이 쪽이라는 길 안내판을 발견했다.

이 때 나는 여태 내가 돌아다닌 곳이 팔라티노+포로로마노인 줄 알았다..

팔라티노에서 방방 뛰며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지만 으쌰으쌰 힘내서 포로로마노로 다시 출발!




포로 로마노




포로로마노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리스로마신화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것들이 많았다.

그치만 대부분은 터만 남아있었고,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이 떄의 나는 밥도 못 먹고 방방 돌아다니느라 체력은 1%, 배터리 빨간불.

그래서 포로로마노에서는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다.

-유적지를 지켜야하는건 맞지만 내부에 먹을거 좀 팔았으면 좋겠다. 배고파..-




포로 로마노




포로로마노까지 꾸역꾸역 다 보고 나와서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너무 배가 고파서 대충 아무 곳이나 들어가 익숙한 까르보나라를 시켰는데, 그 까르보나라가 아니었다..

-이태리 여행하신다면 까르보나라는 절대 먹지 마세요!!!-


배고프니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먹고 돌아다니다가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포로로마노를 다시 만났다.

그냥 발 닿는대로 걷다가 우연히 도착한 곳에서 보이는 풍경이 또 선물같았다.

'아까 힘들어서 제대로 못봤지?' 하면서 다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날 나는 콜로세움에서 약 2시간, 그리고 팔라티노와 포로로마노에서 약 3시간을 보냈다.

거의 5시간 가까이 밥도 못 먹고 돌아다니느라 정말정말정~말 힘들었지만, 배꼽시계 아니었으면 더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선물 같이 주어진 파란 하늘과 함께, 나는 다섯 시간동안 이 세 곳을 온 몸 가득 느꼈던 것 같다. -오그라들지만 정말 그랬다.-


내 시간은 나도 모르게 사라졌지만 그 날 이곳에서 느꼈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은 아직까지 내 맘 속에..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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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나홀로 유럽 | 2015.01-0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