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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09 - 

말이 필요없는 스페인 론다(Ronda)




론다는 그냥, 말이 필요없다.







입 뻥끗하다가 할말 까먹을 풍경

나는 이 도시와 사랑에 빠져 돌아왔다.


내가 방문했을 때 론다는 날씨도 좋고, *바르셀로나, *그라나다처럼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최고!





론다에 도착한 건 오후 3시 쯤이었다.

숙소에 짐만 대충 풀어놓고 누에보 다리로 가는 길, 공원에서 만난 위 사진 속 풍경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 수다를 나누고, 강아지들이 쫄래쫄래 산책하는 일반적인 공원에서 보이는 풍경이 이 정도라니.

누에보 다리 가기도 전에 모든 감탄사를 다 써버렸다. 정말, 우와...


믿을_수_없는_론다_공원_클라스.park



누에보 다리 (Puente Nuevo)



공원부터 범상치 않더니 누에보 다리(Nuevo Bridge)는 정말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보고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했었는데 직접 보니 와, 진짜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싶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다리 길이는 짧았지만 깊이는 어마어마 했다. 상상 그 이상!





누에보 다리가 보이는 풍경도 멋있었지만 누에보 다리에서 보는 론다 마을 자체 풍경도 예뻤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특유의 하얀 집들이 내 안구와 마음을 새하얗게 정화하는 느낌




론다 호텔 아룬다 Ⅱ



1차 감상을 마치고 잠시 숙소에 들렀다.

날씨가 무척 좋았지만 그래도 겨울인지라 어두워질수록 점점 쌀쌀해져 겉옷을 챙기기 위해서


숙소는 위 사진 속 '호텔 아룬다 Ⅱ'라는 이름의 호스텔이었다. -분명 호스텔인데 이름만 호텔-

스페인 여행을 함께한 이모와 중딩 사촌동생, 3명이서 묵었는데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고, 깔끔하고, 누에보 다리와도 가까웠다. -도보 10분!-

그치만 직원들이 불친절했고 조식으로 나오는 빵이 아침 빈 속에 소화시키기엔 너무 딱딱했다.

빵이야 뭐 그렇다 치더라도 다음날 체크아웃 할 때 있던 뚱뚱보 아저씨는 매우 불친절. 별 한 개도 모자란 서비스였다.


처음 론다 숙소 정할 때는 누에보 다리가 보이는 호텔을 원했었는데 그러기엔 너무 가난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뷰가 내가 상상했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뚱뚱보 직원 빼고는 나름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따숩게 챙겨 입고 점심 겸 저녁도 먹고 누에보 다리로 돌아와 내려가보기로 했다.

다리 앞에 매표소 같은게 있길래 그 길이 내려가는 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건 누에보 다리 안으로 들어가는 곳.

누에보 다리와 관련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길래 별로 관심 없어서 패스했다.


꽃보다 할배에 나온 것처럼 밑으로 내려가고 싶었는데 길을 몰라서 헤매다보니... 길이 보였다.

내려가는 길은 아까부터 눈에 보이던 그 길이었다. 위 사진 속 하얀 집들 따라 보이는 바로 저 길!

누에보 다리를 건너서 하얀 집 사이 골목을 지나면 작은 공원이 나오고, 그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나오는데 여기가 내가 찾던 그 길이었다.

내려가는 길 안내 화살표가 없어서 찾아가기가 쉽지는 않았다.





이렇게 누에보 다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아보이는 골목길을 따라가면, 길 끝에 다리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이어진 공원이 나온다.




thumb



누에보 다리 내려가는 곳 앞에서 찍은 사진

왼쪽으로는 절벽 위에 줄지어 세워진 하얀집들, 오른쪽으로는 아까 들렀던 누에보 다리 가기 전의 공원이 보인다.

머릿속에 절로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울려퍼지는 풍경이었다.





그렇게 가파르지 않은 내리막길을 따라 졸졸 내려가다보면 이렇게 누에보 다리를 아래에서 볼 수 있다.

위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웅장함이었다.

아니, 오히려 아래에서 우러러(?)보니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누에보 다리보다 더 웅장하고 더 인상깊었던 절벽

어떻게 이런 절벽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사진 중간에 보면 관광객들을 위한 공포체험(?) 장소도 있다.

툭 튀어나온 저 곳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순간 정말 짜릿할 듯.

절벽을 이루고 있는 돌들과 대조되는 얇은 바닥이어서 더 부실해보이고 진짜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누에보 다리가 있는 곳과 반대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조금 가다보면 성벽 같이 생긴 것-초등학교의 조회대 같았다. 이하 조회대-이 나오는데 그 위에 올라가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조회대 같은 곳에 앉아서 멍하니 먼 곳만 바라보는데도 시간이 잘만 갔다.

따사롭지만 따갑지 않은, 지는 햇살 맞으며 탁 트인 풍경을 보고 있으니 잡생각도 사라지고 마음도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단어지만 이 때만큼은 정말 '힐링'타임이었다. -속세여 안녕, 안빈낙도란 이런 것이다.-

해가 서서히 지고 있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색을 보는 재미에 지루하지도 않았다.






한참을 조회대에 앉아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보다가 점점 추워져서 되돌아왔다.

돌아가는 길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벚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4월에나, 그것도 일주일 정도 밖에 보지 못하는 벚꽃을 보니 반가웠다.

2월에 벚꽃이 피다니 확실히 따뜻한 나라구나, 덕분에 올해는 이른 벚꽃구경을 했다.





내려가면서 찍었던 곳에서 올라오면서 또 찍고..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 론다






올라가면서 계속 미련이 남아 뒤돌아보며 갔는데 어느 순간, 우와..

적절하게 떨어진 해가 물들인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진짜루! 짱!-


아래 사진은 텔레토비 동산 같은 느낌도 든다. -해에서 왠지 아기 얼굴이 보이는 것 같다.-

따뜻한 햇살 색과, 붉게 물들어 보이는 잔디와 나무들 그리고 마치 반짝이는 듯한 벚꽃 잎들까지.

그저 좋다, 아름답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음이 아쉬웠다.





꽃보다 할배를 통해 본 론다도 인상 깊었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론다는 인상 깊다, 그 이상이었다. -너무 깊어.. 언더더씨-

스페인 여행 전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거치면서 이제 유럽 볼 거 다 봤다 생각했었는데 진짜는 역시 엔딩에 있었다.

처음부터 론다에 왔었다면 다른 풍경이 다 싱겁게 보여졌을지도 모르겠다.


스페인에서는 20여일간의 이태리-프랑스 혼자 여행을 마치고 이모, 사촌동생과 함께 여행을 했다.

여행 후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을 들었을 떄 우리 셋은 모두 론다가 최고였다고 말했을 정도로 론다는 최고 중에 최고였다.

-중2병 걸린 사촌동생도 '아름답다'라는 말했다. 오그라들지만-



블로그의 여행기를 보면 론다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은데 -계속 너무 찬양하는 것 같지만- 나에겐 완전 호, 호 중의 호였다.

론다가 별로였다는 글을 보면 대부분 론다에는 볼 게 누에보 다리 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건 부정할 수 없다.

그치만 이 하나 밖에 없는 누에보 다리가 다른 관광지에서의 여러 개 볼 것들 합친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론다는 고민할 것 없이, 스페인에 간다면 꼭 가봐야하는 곳인 것 같다. 절대 후회없을 곳!


일정 상 론다에는 하루 밖에 머물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2-3일 정도 길게 머물고 싶다.

그 때는 빈곤탈출해서 누에보 다리가 보이는 호텔에서 머물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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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나홀로 유럽 | 2015.01-0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