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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17 - 

엄마를 부탁해, 피에타




이탈리아 로마 여행, 그 시작은 바티칸이었다.

새로운 땅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밤.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가는 무서운 시간이었다.

다행히 그 위험하다는 로마에서의 도착 첫 날을 아무 일 없이 넘기고.

두근거림과 시차로 밤잠을 설친 진짜 여행의 첫 날, 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 중 하나인 바티칸으로 향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산 피에트로 대성당 (St. Peter's Basilica)



약 한 달 동안의 여행 기간 중 가장 에너지가 넘쳤던 첫 날!

설레는 마음에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지만 새벽 같이 일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착한 성 베드로 대성당

여행 전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광장을 꽉 채우는 줄을 서야한댔는데 이른 아침인데다 비까지 와서 사람이 별로 없었다.

덕분에 줄을 설 필요 없이 가방 검사만 하고 대성당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침 11시 이전에만 가면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비수기인 겨울에는..-





입구부터 웅장한 성 베드로 대성당!





첫 해외여행의 첫 여행지는 온통 신기하고 놀라운 것 투성이었다.







바티칸 대성당의 내부는 성인(聖人)들의 대리석 조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투어 가이드들이 여행자들에게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유명한 조각상부터 사람들이 무심하게 지나치는 조각들까지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감탄이 나오지 않는 것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이, '돌'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생생했다.

발가락, 손가락, 머리카락 한 마디... 눈동자만 검은색이었다면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후에 이탈리아를 계속 여행하면서 이 조각들에 무뎌졌다. 하도 많이 봐서..-



베드로의 의자(Cathedra Petri)와 성체 경당



베드로의 의자 위 창에는 비둘기가 새겨져 있었는데 카메라를 아직 잘 다룰 줄 몰라 찍지를 못했다.

-[참고] 비둘기는 성령을 상징하며 이 비둘기가 하늘에서 비치는 빛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라고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_성 베드로 대성당-



성 베드로 청동상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인 성 베드로 청동상

많은 사람들이 이 앞에서 기도를 하고 동상의 발을 문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순례자들이 이 발등을 만지고 입을 맞추어 동상의 발은 매우 닳아있었다. -왼발은 거의 발의 형태를 잃었다.-


나도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처럼 기도를 하고 성 베드로 청동상의 발을 문지르며 소원을 빌었다.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주세요.'






성당의 성수대를 지키는 천사들

이 천사들 역시 눈동자가 하얗다는 것 외에는 정말 살아있는 천사 같았다.

-처음으로 내 눈으로 진짜 천사를 봤다!-


여느 아기들처럼 소세지 같이 오동통한 팔다리와 볼이 정말 귀여웠다.

그리고 깃털 하나하나 디테일한 날개에 또 한 번 감탄.



thumb피에타(Pieta), 미켈란젤로



그리고... 바티칸 대성당 안 명작 중의 명작으로 꼽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훼손을 막기 위해 유리벽 안에 있었지만 그 아름다움은 강화유리를 뚫고 나와 나를 감동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바티칸 성당에 피에타상을 보러 온다. 나 또한 그러했다.

유럽여행을 하기 얼마 전,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읽으며 피에타상은 내 눈으로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피에타를 보기 위해 바티칸에 갔다고 해도 될만큼 정말정말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 기대와 감동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일부러 다른 작품들을 먼저 감상하고, 마지막에 피에타를 보러 갔다.


그렇게 한껏 기대를 하고 드디어 만난 피에타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소설에 나오는 문구, 그대로였다.



"...죽은 아들은 아직도 체온을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아들의 시신을 무릎에 누이고 내려다보고 있는 성모의 눈은 고통에 잠겨 있다.

모자의 몸은 손가락이 물컹거리며 들어갈 것같이 육감적이었다. 그들은 살아 있는 듯 생생했다."

 - 엄마를 부탁해 中



피에타(Pieta), 미켈란젤로



소설 속 등장인물은 이 곳에서 잃어버린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슬픈 성모의 얼굴이 엄마 같아서, 저 생생한 손가락이 엄마의 손이 되어 자신을 어루만지는 것 같아서.



어렸을 땐 그랬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엄마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면 식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엄마'라는 말이 단어 그 이상임을 알아버렸다.

아직은 몰랐어도 괜찮았을, 엄마라는 단어의 울림을.


그렇게 피에타상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며, 신경숙 작가의 소설을 생각하며, 엄마를 생각하며.. 소설 속 인물처럼 작게 읊조렸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 피에타상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이 거대한 성당을 입구에서 다시 한 번 바라봤다.

설렘 가득한 여행의 첫 날. 사소한 것 하나도 잊지 않기 위해 한참을 바라보며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길 바랐는데.

이 거대한 성당에서 눈에 담은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엔 뇌 용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을 나왔을 때도 여전히 비는 살랑살랑 내리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두고두고 아쉬운 것은 이 날 성당 쿠폴라에 올라가보지 못한 것이다.

첫 날 모든게 신기하면서 낯설었던 나는 쿠폴라에 올라가는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끝내 가보지 못했다.

바티칸 박물관에 다녀온 후 다시 가려고 했는데 성당의 몇 배나 더 큰 박물관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관람하고나니 돌아갈 체력이..

-바티칸 박물관을 '꼼꼼하게' 관람하고 나면 여행이고 뭐고 침대에 눕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아무튼 쿠폴라에 올라 열쇠 모양의 성 베드로 광장을 보지 못한 건 정말 아쉽다.




이렇게 이 작은 나라 바티칸 시국에서 나의 첫 유럽여행이 시작되었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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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나홀로 유럽 | 2015.01-0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