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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06 -

미슐랭 1스타 장어 덮밥집, 히로카와




여행을 매우매우 사랑하는 나는 여행 일정을 짜는 -대체로 귀찮은- 작업도 사랑한다.

어디를 가야할지, 또 어떻게 움직여야 가장 효율적인지, 그 경우 숙소는 어디쯤에서 가장 싸게 묵을 수 있는지까지!

여행의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찾아보며 일정을 계획하는 것은 나에겐 매우 재미있고, 설레는 일이다.


그런 나에게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A-Z 중 'F', Food.

먹방이 대세인 요즘, 여행도 먹으러 가는 여행이 흥하고 있지만 난 그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지 여행을 할 땐 먹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하루종일 맥도날드 저렴이 세트로 때우거나 마트에서 파는 과일만 먹어도 여행 중이라는 자체로 그저 좋았다.


그치만 여행에 함께가기로 한 남자친구는 먹는 것을 무척 소중히여기는 밥돌이.

게다가 우리의 목적지인 오사카는 먹다 죽을수도 있는 일본의 부엌이라 하여 밥돌이에게 과제를 내줬다.

"나는 여행지를 계획할테니 넌 맛집을 알아오거라!"

과제를 착실히 수행한 남자친구는 무려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식당을 알아왔고, 난 기특해하며 여행 일정의 한 부분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우나기야 히로카와 (うなぎや廣川, Unagiya Hirokawa)



우나기야 히로카와 (うなぎや廣川, Unagiya Hirokawa)

교토 아라시야마에 위치한 장어 덮밥 전문점으로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1개를 받은 검증된 맛집이다.

-미슐랭 가이드가 뭔지도 몰랐는데 이 곳을 알아보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미슐랭 뿐만 아니라 많은 후기들이 교토 맛집, 장어 덮밥 맛집, 최고의 장어 덮밥집 등으로 이 곳을 표현하고 있었다.


-[참고] 미슐랭 가이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정보안내서로 프랑스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Michelin)사에서 발간한다. [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_미슐랭가이드-





검증된 맛집답게 대기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긴 대기줄만큼이나 대기시간도 길었는데 우린 무려 3시간을 기다려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깝고도 아깝고도 아까운 3시간이었다. -이때를 생각하면 슬슬 화가 나는 것 같다...-



히로카와 대기 중



지루한 대기시간동안 사람들은 동행인들과 수다를 떨고, 노트북으로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의 오고가는 대화와 수다는 대부분 한국어여서 마치 강남 맛집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정말 모두가 다 한국인이었다.



히로카와 주방 염탐



밥 한 번 먹겠다고 3시간씩이나 기다리는게 썩 달갑진 않았지만

남자친구가 먹고 싶다고 아침부터 노래를 부른 곳이니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참고 기다렸다.

-맛 없으면 혼난다는 귀여운 협박도 잊지 않았다.-


심심했던 우리는 희미하게 열려있는 창문 틈 사이로 몇 시간 뒤 우리가 섭취하게 될 장어덮밥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살짝 염탐해보고,



교토 아라시야마의 푸른 하늘



오래 서있느라 쿡쿡 쑤시는 온 몸을 휘저으며 파아란 하늘 구경도 하고,



교토 아라시야마 주말 풍경



그마저도 지루해서 남자친구 줄 세워두고 나갔다오기도 했다.

나간 김에 거리에서 파는 두유맛과 녹차맛 아이스크림도 사왔는데 두 개 양손에 들고 오느라 손이 모자라 사진은 못 찍었다.

두유맛이 생소했지만 의외로 아이스크림으로 먹으니 달달하고 맛있었다.


사실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에-비가 오락가락 하긴 했지만-, 딱 좋은 시간이었는데...

착한 여자친구는 남자친구를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하하.





그렇게 정말 3시간을 기다려서 들어간 최고의 장어 덮밥집.

최고인만큼 가격도 최고였다.


코스요리도 있었는데 과하게 비싸서 -무려 만 엔...- 빠르게 포기했다.

크기에 따라 대/중/소로 나눠져 있는데 무난하고 덜 비싸게 2,900엔짜리 중 사이즈 장어 덮밥 2개를 주문했다.

두구두구두구두구.. 얼마나 대단하길래 우리를 3시간 씩이나 서있게 했는지 아주 기대가 됐다.

 



우나기야 히로카와 장어 덮밥 (중)



3시간 기다려서 주문한 약 3만원짜리 장어 덮밥은 생각보다 조촐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많은 반찬을 제공해주는 우리 나라 식당에 익숙하기 때문이었을까...



thumb



그리고 그 맛은...........


산도 올라본 사람이 잘 오르고, 먹는 것도 먹어본 사람이 아는 법.

한국에서도 잘 먹어보지 못한 장어를 그것도 일본식 덮밥으로 먹었으니 맛을 알 턱이 있나 -내가 먹은게 맛있는건지 어떤건지..-

일반적인 장어 덮밥 맛을 모른채로 맛있다는 장어 덮밥을 먹었으니 우리에겐 그냥 "장어 덮밥 맛"이었다.


확실한건 장어가 입 안에서 녹을 정도로 부드러웠다는 것과

일본 특유의 소스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너무 짰다는 것

장어의 부드러움보다 듬뿍 뿌려진 갈색 소스가 짠 게 더 커서 사실 실망이 조금 더 컸다.

3시간을 기다려 실망스러운 한 끼라니, 아... 내 소중한 여행의 오후 시간.....



교토 무지개



3시간을 기다려 실망스러운 식사를 30분만에 마치고 나왔을 땐 나를 달래주는 듯한 무지개가 있었다.

화창하고 더운 날씨, 마른 하늘에 비가 계속 오락가락 하더니 크고 선명한 무지개가 샤랄라~

아까운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에 시무룩 했었는데 무지개를 만나니 다시 여행의 시작인 것처럼 설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우나기야 히로카와의 장어 덮밥은 맛있었다. -좀 짜긴 했지만- 절대 맛없지 않았다.

하지만 3시간을 기다려서 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적당한 것 같다.-

우리보다 먼저 들어온 영어 잘하는 외국인 커플은 크게 실망했는지 식당 직원과 "내가 이거 먹으려고 몇 시간을 기다렸어!"하며 싸우기도 했다.

다행히도 친절친절 열매를 먹은 직원이 잘 대해주시긴 했지만 그 커플은 나가면서도 외국 욕을 했다.

그 커플을 보고 영감을 얻어 나도 싸워보고 싶었지만 말이 안 통해서 얌전하게 나왔다.


아라시야마에 도착해 신나게 *덴류지*치쿠린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일찍 오지 못한게 후회스럽다.

-11시 30분에 오픈하는 이 곳은 한 시간 전 쯤 와서 기다리면 대기시간이 덜하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 간 날은 날씨가 아주 좋은 가을의 일요일이었으니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기다림이었을지도.


이 날은 점심 뿐 아니라 저녁까지도 밥 때문에 고생을 해서 막판에는 짜증 만땅이었다.

하지만 부처같은 마음씨의 남자친구 덕분에 싸우지도 않고 다행히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썩 좋지 않은 경험이었지만 남자친구의 배려심 깊은 모습을 발견하고, 밥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은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맞지 않지만 혀 끝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먹방 여행도 충분히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먹방 여행을 응원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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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주말을 | 2015.1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