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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01-

멘붕의 첫째날




 그렇게나 꿈꾸던 브리즈번에서 생활한 지 벌써 일주일째. 이것저것 처리하고, 알아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이곳의 지리에도 익숙해졌고, 길거리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영어에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제야 블로그를 관리할 여유도 생겼다. -물론 마음의 여유와 시간의 여유일 뿐, 경제적으로는 벌써부터 빠듯하다.-

 지난 일주일동안은 매일매일이 새롭고, 낯설고... 정말 그냥 정신이 없었다. -1도 없었다.- 7일 내내 밤마다 기절할만큼 정신이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정신 없었고, 또 머리가 아팠던 건 역시 첫날이었다.



thumb골드코스트 공항, 에어아시아



 3월 5일 토요일 새벽 4시에 집에서 나와 호주 땅에 발을 디딘건 3월 6일 아침 7시였다. *에어아시아 빅세일 기간에 구입한 항공권이어서 호주까지 오는데 약 30만 원이라는 적은 돈이 들었지만 대신에 많은 시간이 들었다. 긴 시간 하늘에 있었고, 또 몇 시간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보냈다. 그 지루한 시간동안 못잔 잠을 잤어야 했지만 노트북에 다운 받아온 시그널에 빠져서 잠도 제대로 못잤다. -비행하면서 7화까지 내리봤다. 왜 이렇게 재밌지 이 드라마는... 이재한 살려주세요..- 덕분에 몇 배는 더 피곤했지만 드디어 호주에 도착했다는 설렘에 내리자마자 펄쩍펄쩍 뛰었다. 우리가 진짜 호주에 왔어! 라며.



골드코스트 공항



 우리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목표 도시는 브리즈번(Brisbane)이었지만 발을 디딘 공항은 브리즈번 공항이 아닌 골드코스트 공항이었다. 이유가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골드코스트에서 놀고 싶었어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역시 "돈" 때문이다. 서울에서 브리즈번과 가까운 골드코스트까지 오는 항공권이 에어아시아 프로모션 가격으로 30만 원이 채 되지 않았으니.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매우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골드코스트에서 브리즈번까지 가느라 돈도 쓰고 시간도 더 썼지만 비행기 착륙할 때 말그대로 '골드'인 너무 아름다운 골드코스트를 구경할 수 있었고, 버스와 기차를 타서도 아름다운 바깥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도, 아니 오히려 더 비싸더라도 브리즈번에 갈 때에는 골드코스트 공항을 이용하는 것을 꼭꼭 추천하고 싶다. 더 여유가 된다면 브리즈번에 가기 전 골드코스트에서 따사로운 햇살 받으며 며칠 놀다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워홀러라면 고생하기 전 마지막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호주의 하늘



 비행기에서 내려서 가장 먼저 날 반겨준건 서울과는 확연히 다른 하늘이었다. 일주일째인 지금까지도 정말 신기한게 여기는 하늘이 매일 이렇다. 한국에서는 가을에 공기 좋은 날 볼까말까한 높고, 푸르고, 구름 뭉실뭉실한 하늘을 여기, 호주에서는 매일 볼 수 있다. 과학 시간에 졸아서인가 하늘은 여기나 저기나 다 똑같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호주의 하늘은 정~말 다르다. 일본, 유럽에서도 본 적 없는 너무 예쁜 호주의 하늘 *_*





 길고 길었던 출국심사장을 지나 밖으로 나왔을 땐 휑- 했다. 높고 푸른 하늘은 우리를 반겨주었지만 공항에 우리를 데리러 마중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괜히 외로워질뻔 했지만 혼자가 아니라 남자친구와 함께였기에 그냥 짐 끌고 수다떨며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다. 드디어, 드디어 진짜 호주에 들어왔다.



The Coast Cafe & Bar



 공항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꼬르륵거리는 배를 채우는 일이었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에어아시아는 우리에게 아무 먹을 것도 주지 않았다. 비행기 티켓을 구매할 때 기내식을 돈 주고 하나씩 예약하긴 했지만 그 긴 시간동안 딱 한 번 먹을 수 있었다. 물론 기내에서 사먹을 수도 있지만 비싸고, 맛이 없다. -특히 에어아시아 샌드위치는 정말 맛이 없다. 에어아시아를 탈 예정인 분들이 이 글을 보고있다면 이왕이면 밥 메뉴를 고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샌드위치 진짜 먹기 힘들다.. 맛 없어서......-

 어쨌든 허기진 우리는 THE COAST라는 골드코스트 공항 내 카페에서 배를 채웠는데 여기서부터 호주 물가에 심장이 덜컹했다. 둘이서 샌드위치 하나에 호주식 아침(Aussie Breakfast)를 시켰는데 20.4달러(약 20,000원)가 나왔다. 뭔가 있어보이는 호주식 아침은 구워진 식빵, 달걀후라이, 토마토, 베이컨 2장, 야채 조금이 끝이었다. 게다가 목이 메어서 구입한 립톤 아이스티는 4.9달러. 내가 밥을 먹는건지 돈을 먹는건지...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4달러를 벌 수가 있었는데 이건 실수이면서 -어쩌면- 사기였다. 영어와 호주 화폐에 익숙하지 않았던 남자친구는 20.4달러를 계산하며 점원에게 50달러짜리 한 장을 건넸고, 거스름돈을 받아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4달러를 덜 받은 것 같다며 점원에게 가서 따지기 시작했다. 짧은 영어의 벽에 부딪힌 남자친구는 나를 불렀고, 나는 짧은 영어지만 나름대로 정중하게 "우리가 29.6달러를 받아야하는데 당신이 20달러, 5달러, 60센트만 주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4달러를 받아왔..는데 웬걸, 나중에 보니 남자친구는 처음에 29.6달러를 받아온 게 맞았다. 2달러짜리가 동전일 줄은, 그리고 50센트 동전보다 작을 줄은 몰랐다며... 자기는 이게 센트인 줄 알았댄다. 뭐, 덕분에 우리는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4달러를 벌었다. 




골드코스트 관광 안내소



 어느 정도 배를 채운 우리가 해야할 다음 일은 브리즈번으로 가는 것이었다. 버스와 기차를 저렴하게 이용하기 위해 고카드-Go Card, 호주의 티머니-를 구입하려고 했지만 골드코스트 공항에서는 구입할 수 없었다. 이전에는 위 사진의 골드코스트 공항 관광 안내소와 이 옆에 위치한 교통 티켓 판매소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는데 우리가 갔을 땐 판매하지 않았다. 찾는 사람은 많은지 고카드 안 판다고 안내문까지 써붙어있던데 왜 안 파는지는 모르겠다. 둘 다 고카드가 아니라 Go Explore Card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브리즈번까지 가는 버스와 기차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그냥 쌩돈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시내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고카드를 구입할 수 있지만 버스타러, 기차타러 가는 길에 세븐일레븐은 없었다. 공항 내에 있는 편의점에서도 팔지 않았다. 아깝지만 그냥 돈을 써야한다.-




호주 동네 풍경



 공항을 완전히 빠져나왔을 때 첫번째 멘붕이 왔다. 시원한 가을을 생각하며 반팔에 긴팔 청남방을 입고 왔는데.. 여름이었다. 초여름, 늦여름이 아니라 한여름. 게다가 각각 20kg, 30kg 가방에 벗어던진 패딩을 쑤셔넣은 쇼핑백, 어깨를 뭉게 버릴 것 같이 무거운 백팩과 함께였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약 20분동안 온 몸의 모든 땀구멍으로 끈적끈적한 육수가 뿜어져나왔다. 너무, 너무 더웠다... 더운걸 정말 싫어하는 나는 이때부터 정신줄이 하나씩 끊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호주 신호등



 그래도 여전히 하늘은 예뻤고 처음 만난 호주의 신호등은 신기했다. 버튼을 눌러야 신호등 불이 바뀌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우리 나라와는 달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초록불이 깜빡이는게 아니라 빨간불이 깜빡거렸다. 처음엔 저 경고문구를 보지 못하고 빨간불로 1초만에 바뀌길래 깜짝 놀랐다. 이 나라 사람들은 다 퀵실버인줄. 1초만에 바뀐 빨간불은 깜빡 거리며 이미 건너고 있는 사람들을 재촉(?)하는 역할이었다. 신기했다. 그리고 더웠다.



골드코스트의 흔한 집 앞 바다



 신같은 구글지도님을 따라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는데 뜬금없이 바다가 나왔다. 주택가 바로 앞이 천도, 강도 아닌 바다라니... 그것도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바닷가를 따라 쭉 이어진 산책길을 유모차를 끌며, 강아지를 끌며 여유롭게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호주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한가로운 주말 아침의, 아니 주말 아침치고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에 더위도, 무거운 짐도 잊었다. 당장이라도 다 내팽겨치고 버려진 분홍 크록스 신발을 주워들고선 바다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함에 아쉬웠다. 너무 예쁜 하늘, 바다, 그리고 바람과 사람들의 여유를 내 눈에 가득 담고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20kg 캐리어와 30kg 이민가방


호주 버스정류장, Johnston Street



 버스정류장은 바다로부터 딱 한 블럭 떨어져있었다. Johnston Street의 한 버스정류장. 여기서 760번 버스를 타고 Varsity Lakes Station까지 가야했다. 버스정류장을 찾는게 꽤나 어려웠었는데 이유는 차들이 달리는 방향이 우리 나라와 반대였기 때문이다. 차들도 사람도 우측통행이 아닌 좌측통행, 당연히 버스의 문도 왼쪽에 있었다. 방향이 반대다보니 구글지도가 친절하게 알려주는데도 꽤나 헷갈렸다. 어쨌든 50kg짜리 짐들을 끌고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힘들었다. 골드코스트 공항에서 브리즈번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는건 쉽지 않은 것임을 깨달았다.. 땀 뻘뻘 흘려가며.



호주의 이름모를 새



 버스를 기다리며 처음보는 새도 만났다. 호주에는 사람 공격하는 무서운 새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얘는 아닌 것 같았다. 좀 무섭게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비둘기보다는 예쁜 새였다. 넌 이름이 뭐니 새야?



골드코스트 Varsity Lakes Station, 짐꾼 남자친구



 주택가 한복판에 있던 버스정류장은 버스가 절대 안 올 것 같이 생겼었지만 시간표에 적힌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사실 3분 늦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광판 보며 버스가 어디서 오고 있나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여긴 그런게 없어서 살짝 답답했다. 버스가 오긴 오는건지.. 더워죽겠는데 괜히 땡볕에 시간 허비하고 있는건 아닌지.. 그치만 다행히 버스는 제 시간에 맞게 도착했고, 우리는 첫번째 목적지인 Varsity Lakes 기차역까지 버스 씽씽 타고 잘 도착했다.

 참고로 버스 안에는 어느 역인지 알려주는 안내 방송도, 전광판도 없었다. 구글지도 켜고 GPS 켜고 버스가 어디를 달리고 있나 계속 확인해가며 벨을 눌러야했다. 이 버스만 그런줄 알았는데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의 모든 버스가 그런 것 같다. 안내 방송도, 전광판도 없다.. -대체 이 나라 사람들은 뭐로 자기가 내릴 곳을 아는지 모르겠다. 다들 구글지도만 쳐다보나? 아니면 바깥을 계속 보면서 가는건가?..-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정류장에서 자기가 타려는 버스가 오면 힘차게 손을 흔들어야 한다. 기사님! 저 탈거에요!라는 표시로. 안 그러면 한참동안 기다린 버스가 아주 쿨하게 쌩까고 지나가버린다. 그래서 모든 버스정류장엔 "hail driver"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위에 사진처럼.



골드코스트 <-> 브리즈번 공항 기차



 Varsity Lakes역에서 브리즈번까지 가는 기차를 탔다. 여기까진 참 좋았는데 여기서 아주 빅 이벤트가 발생했다. 첫날부터 우리 커플의 정신을 잃게 만든 엄청난 이벤트가.

 Varsity Lakes역에서 기차를 타고 우리는 한참을 달렸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브리즈번 공항까지 가는 이 기차는 무료로 와이파이도 되고-시간과 용량의 제한이 있지만-, 에어컨도 빵빵한 아주 좋은 기차였다. 더운데 짐 끌고 다니느라 고생한 나는 기차에서 꾸벅꾸벅 졸았고, 이상하게 남자친구는 쌩쌩해져서 회화책을 펴들고 읽고 있었다. 그렇게 약 1시간을 넘게 달렸다.


 어느덧 브리즈번에 도착한 기차는 인터넷에서 많이 본 South Bank, South Brisbane, Roma Street Station을 지나고 중앙역(Central Station)을 지나 우리의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는 Fortitude Valley역에 도착했다. 무거운 백팩을 다시 짊어지고 캐리어와 이민가방을 질질 끌고선 기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말했다. "지갑 두고 내렸다.." ...........................아, 신이시여.

 멘탈이 붕괴되다 못해 실수로 깔고 앉은 감자칩 마냥 바스라졌다. 자꾸만 지갑을 손에 들고 다니길래 아까부터 그렇게 조심하라, 조심하라 잔소리를 해댔는데 기어코 그걸 두고 내리다니. 그것도 방금 떠난 기차에다가! 두고 내린 걸 알았으면 1초 전에 기차 문 닫히기 전에 탔어야지 왜 멍하게 있는거니?... 남자친구와 함께 워홀을 간다고 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거기 가면 자주 싸울거라고 말했었는데 그게 이런 걸 예상하고 한 말들이었나. 2년동안 한 번도 싸우지 않았던 우리 커플에게 엄청난 위기가 왔다. 아니, 나의 위기였다. 너무나도 명백한 남자친구의 잘못이었으니..

 일단은 정말 화가 났다. 도난을 당한 것도 아니고 제 손으로 두고 내리다니 이런 바보가 어디있나. 몇 분 전까지 그렇게나 조심하라고 귀가 아프도록 잔소리를 했었는데 분명히! 하지만 이미 문 닫힌 기차는 떠났고, 우리는 오늘이 첫 날이었다. 남자친구의 지갑엔 호주에 간다고 발급 받은 해외 사용 카드들과 국제학생증, 운전면허증 그리고 현금 약 30만 원이 들어있었다. 게다가 지갑은 내가 유럽 여행할 때 피렌체 가죽시장에서 사다준 지갑. 너무너무 화가 났지만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역무원에게 가서 말했다. '방금 떠난 기차에 지갑을 두고 내렸어요..' 다행히 호주에서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 외국인인 역무원님은 정말정말정~말 친절하셨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우리 얘기를 철썩 같이 알아 듣고 이것저것 다 알아봐주시고, 다 잘 될거라며 지갑 찾은 사례도 얘기해주고, 농담도 해주시고.. 하지만 끝내 지갑은 찾지 못했다. 그 기차의 직원하고 얘기했는데 지갑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래도 분실물 센터에 접수될 수 있으니 전화번호를 남기고 가라고 하셨다.





 첫 날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발생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우리는 말을 잃었다. 앞날이 깜깜했다. 첫 날부터 이 지경이라니...

 아직 심카드를 구매하지 않았던 우리는 전화번호가 없었기에 역에다가는 에어비앤비 숙소 호스트의 번호를 남기고 왔다. 그리고 다시 50kg의 짐과 백팩과 겨울 패딩이 든 쇼핑백 그리고 1톤은 되는 것 같은 마음의 짐까지 짊어지고 숙소로 향했다. 날은 해가 중천으로 옮겨가 아침보다 훨씬 더 더웠고, 에어비앤비 숙소는 역에서부터 약 20분거리로... 더럽게 멀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땐 내 몸의 70%를 구성하고 있는 수분이 70%는 빠져나가 있었다. 겨드랑이에 수도꼭지가 틀어진 것은 물론 양말도 땀으로 다 젖고 백팩을 짊어진 내 등짝도 흥건했다. 죽기 직전에 겨우 도착한 것 같다. 5분만 더 걸었으면 탈수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반기며 문을 열어준 호스트 Leon은 말했다. 오느라 수고 많았다, 반갑다, 아참! 너 지갑 찾았다고 연락왔다. 

 빠져나갔던 70%의 수분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지갑을 찾았다니! 의자 틈새에 빠져있어서 아무도 주워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단다. 그러니 이제 찾으러 다녀오라며. 아... 정말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신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뻤다. 다시는 못 볼 줄 알고 오는 길에 인터넷 뱅킹으로 돈도 다 내 계좌로 옮겨놨었는데, 하하.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지갑이 발견된 것은 Beeleigh역. 그 역에서 지갑을 보관하고 있어서 찾으러 가야했다. 또 다시 구글에 물어보니 그 역은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의 중간에 위치해있었다. 방금 몇 시간동안 기차 타고 겨우 왔는데 또 가야한다고? 그리고 또 와야한다고?... 당장 쓰러져서 24시간을 내리 자고싶었지만 어쩌겠나, 지갑은 찾아야지..

 그렇게 도착하자마자 짐만 놓고 또 다시 기차여행을 갔다. -너무 더워서 샤워는 하고 나갔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도 주워먹고, 세븐일레븐에서 고카드도 사고.. 다시 출발- Beenleigh까지는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내려서 또다른 친절한 역무원님에게 지갑을 건네받으며 'Lucky guy'라는 말도 들었다. 지갑을 찾은게 행운인 건 맞지만 안 잃어버렸으면 더 럭키한 하루였을텐데 허, 참. 그리고 또 다시 1시간이 조금 넘게 기차를 타고 한참 깜깜해졌을 때 숙소에 도착했다. 여기서 조금 더 말을 덧붙이자면 한밤 중의 Fortitude Valley역 주변은 여자 혼자 돌아다닐 곳이 못 된다. 노숙자들도 많고, 마약할 것 같아보이는 이상한 사람들도 많았다. 남자친구와 함께여서 좀 덜 무서웠지만 남자친구도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게 지갑은 왜 두고 내렸니-


 그렇게 호주에서의 첫째날은 저물어갔다.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를 되새기며 오늘이 정말 24시간이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이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있다니.

 어쨌거나 이렇게 우리의 워킹홀리데이는 시작되었다. 무사히 호주 땅을 밟은 것에, 지갑을 다시 되찾은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날지 기대되는 호주에서의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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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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