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05-

브리즈번강(Brisbane River) 밤산책




 내가 살고 있는 캥거루 포인트(Kangaroo Point)는 브리즈번강(Brisbane River)이 보이는 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쉐어하우스의 테라스에서도 이 멋진 뷰를 볼 수 있지만 좀 더 가깝게, 그리고 색다르게 느껴보기 위해서 집 근처 밤산책을 다녀왔다. 사진을 찍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이런 곳이 '집 근처'라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서울 집 근처에는 맛집만 있었지 이런 멋진 풍경은 없었는데.. 몇 발자국만 나가면 안구가 절로 정화되는 리버뷰를 볼 수 있다니. 그런 곳에 내가 살고 있다니!



브리즈번강 풍경



 사실 브리즈번강은 밤이나 낮이나 한결같이 예쁘다. 비가 와서 먹구름이 껴있어도 까만 구름은 또 까만 구름대로 예쁘다. 내 눈에 호주 콩깍지가 씌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매일매일 이 풍경에 반하고, 이 도시에 반하는 중이다. -미안하지만 서울은 잊은지 오래.. I'm so sorry but, I LOVE KOREA-



thumb브리즈번강 야경



 밤산책을 마음 먹은 것은 사실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함이 더 컸다. 이제 정착도 하고, 어느 정도 이곳 생활에 익숙해졌으니 내 일상과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시작하고 싶은데 늦은 시간 공원은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나도-1도- 위험하지 않았다. 해는 져서 깜깜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과 물통만 들고 공원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은 그저 얼른 마음 먹고 그들 틈에 끼어서 뛰어다는 것 뿐이었다. 공원은 위험하지 않았지만 마음 먹는 것은 어렵다. -내일부터... 다음주부터...-





 캥거루 포인트의 강변을 따라 난 산책로에서는 시티의 고층 건물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제 각기 다른 디자인과 조명으로 치장된 고층 건물들은 밤이 되자 더 화려하게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감탄하며 사진으로 남기는 것 밖엔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내가 이곳에 살고 있음에 감사했다. 브리즈번에 또 한 번 반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산책로 중간중간 브리즈번강에 대한 이야기들도 볼 수 있었는데 별로 재미는 없었다. 알아두면 어딘가엔 쓸 데가 있겠지만.. -딱히..-





 또 이렇게 쉼터(?)처럼 생긴 공간도 많이 있었는데 경치를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벤치와 밝은 조명이 있었다. 지나가다가 이곳에서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만삭의 부인도 보았는데 정말 행복해보였다. 분명 무겁고 힘들텐데 빵빵하게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포즈를 취하는 부인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같았다.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곧 태어날 뱃속의 아이가 아름다운 브리즈번강의 야경을 닮기를 :)






 사진 찍으며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꽤 멀리 와있었다. 겁먹었던 것과는 달리 깜깜할 때의 공원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퇴근 후 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생기 넘쳐 보였다. 또 건너편의 빛나는 불빛들도 이 밤에 생기를 불어넣는데 크게 한 몫 하고 있었다.




브리즈번 하늘의 별



 물론 밤하늘의 별도 한 몫 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는 미러리스 카메라로 그다지 좋은 카메라가 아님에도 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별이 많고, 밝았다. 브리즈번은 분명 시티인데도 매일 밤 하늘을 보면 별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는 듯하다. 같은 집에 사는 대만 친구의 말로는 시골에 가면 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는데, 거긴 정말로 별이 쏟아지고 있는 곳인걸까? 같은 도시인데도 브리즈번과 서울은 너무 다른 하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미세먼지 싫어요-

 북반구의 북두칠성처럼 남반구인 호주에서는 남쪽을 알려주는 남십자성을 볼 수 있다는데 어쩌면 사진 속의 유난히 밝은 별이 그 별자리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산책을 즐기고 있을 때 시티로 운동을 간 남자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집으로 오는 무료 페리-City Hopper-를 탔다며. 산책도 이 정도면 충분히 즐긴 것 같아서 다시 남자친구가 내릴 페리 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제 앞으로 이렇게 저녁 운동을 즐기면 되겠구나 싶었다. 겸사겸사 남자친구 배웅도 할 겸~.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친구는 시티에 있는 Jetts라는 헬스장에 다니는데 꽤나 만족스러운가 보다. 여행할 때 돌아다니는 것 외의 운동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나는 그런 남자친구가 신기할 따름이다. 호주까지 와서 가장 먼저 찾은게 헬스장이라니. 





 밤이지만 가로등도 밝고, 건물들이 내뿜는 무작위한 조명들도 밝고, 하늘 위의 별도 밝고. 모두 다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앞으로의 내 인생도 이렇게 반짝반짝 밝았으면 좋겠다. :D 새벽이 되기 전부터 스믈스믈 오글거리는 감성이 터져나오는 산뜻한 밤이다.





 

 운동을 마치고 -땀냄새 풍기는- 남자친구를 태운 페리가 반대편 이글 스트릿(Eagle Street)에서부터 오고있었다. 문득 한강에도 이런 페리가 운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상택시인가, 있다고 본 것 같긴 한데 내가 알기론 가격도 비싸고 이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이름부터 비쌀 것 같은 수상'택시'말고 시민들을 위한 무료 페리 같은게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늦은 시간이었지만 페리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30분에 한 번 씩 듬성듬성 오는 무료 페리이지만 한 번 오고 갈때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내려주고, 또 태운다. City Hopper 외에 유료로 이용되는 City Ferry도 있지만 역시 유료라 항상 텅텅 비어있다. City Ferry는 유료인만큼 10분에 한 대 씩 있어서 정말 급한 때에는 또 유용하다. 그치만 나는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 워홀러기에 그냥 30분을 여유롭게 기다린다.



브리즈번 하늘의 별



 페리에서 내린 남자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하늘의 별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예전에 어느 책인가 방송에서 '하루에 10번 이상 하늘을 보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래'라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면 호주에 도착한 이래로 나는 매일 행복한 사람이었다. 음.. 꽤나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다. 여기 와서는 스트레스도 없고, 매일매일 예쁜 풍경에 그저 행복하기만 했으니.



쉐어하우스 테라스에서 본 브리즈번강 야경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에 무서워하기만 했던 밤산책은 무섭기는 커녕 신나기만 했다. 아름다운 야경에 반하고, 별빛에 반하고.. 무섭지 않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종종 나가게 될 것 같다.


 이런 아름다움을 매일 즐길 수 있게 됐음에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주에도 이 아름다움에 감사하며 이곳에 있는 지금을 충분히 즐겨야겠다. 아, 좋다! 호주생활! XD





반응형

워홀러의 호주별곡 | 2016/브리즈번에 살어리랏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