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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11-

호주 피쉬 앤 칩스. 반찬에서 메인이 된 물고기 




 대표적인 영국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 영연방 국가여서 그런지 호주에서도 피쉬 앤 칩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요외식회에서는 영국보다 호주에서 먹는 피쉬 앤 칩스가 더 맛있다고 했다. 대체 영국음식은 왜...-

 물고기는 고등어, 갈치, 삼치 등으로 대표되는 생선구이로 밥 반찬으로나 먹어봤지 메인 요리로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게다가 밥이 아닌 감자튀김과 함께라니! 햄버거 친구 감자튀김, 밥 친구 생선의 안 어울리는 듯 어울릴 것 같은, 익숙한 재료들의 이국적인 만남에 기대가 됐다.



Tuppy's



 피쉬 앤 칩스를 먹어보겠다고 구글에 검색했더니 구글은 저~ 멀리 있는 동네의 별 4.6개짜리 맛집을 추천해줬다. 맛이 궁금하긴 했지만 한 끼를 위해 굳이 멀리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다. 내 혀의 만족을 위해 수 십분의 여행을 하기엔 배고픔과 귀찮음이 너무 지배적이었으므로. 


 구글님이 추천해준 맛집을 마다하고 우리는 *집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집에서 5분 정도 걸어나오면 있는 곳인데 맨날 페리 타고 시티로만 나가서 이쪽으로 와본 적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남자친구는 이 방향으로 처음 걸어와봤다고 하기도. -사실 나도 두 번째였지만- Night Owl이라는 편의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카페도 여럿 있고, 피자가게도 있고 꽤 많은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Tuppy's 메뉴



 사실 구글이 추천해 준 피쉬 앤 칩스를 포기하고 '아무거나 먹자'하며 들어온 곳인데 이곳에서도 피쉬 앤 칩스를 먹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피쉬 앤 칩스를 비롯한 온갖 음식을 다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 나라의 김밥천국에서 김밥도 팔고, 라면도 팔고, 떡볶이도 팔듯이 여기선 샌드위치도 팔고, 커피도 팔고, 피쉬 앤 칩스도 팔고 있었다.





 심지어 가게 뒷편은 편의점이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내 고향 경기도 안산에 슈퍼가 딸린 김밥천국이 자꾸만 떠오르는 곳이었다.





 우리는 피쉬 앤 칩스와 샌드위치를 하나씩 주문했다. 피쉬 앤 칩스도 종류가 엄청 다양했는데 영어로 써있는 물고기 이름을 알아보기 힘들어서 그냥 맨 위에 써있는 물고기를 골랐다. Barramundi라는 생소한 이름의 물고기. 검색해보니 한국의 농어와 비슷한 토종 호주 물고기라고 한다. 어쨌든 농어도, Barramundi도 뭔지 모르겠다.

 물고기 뿐만 아니라 조리법도 다양했다. Grilled, Battered, Crumbed... 도통 뭔지 몰라서 역시나 맨 위에 써있으면서 그나마 친숙한 Grilled로 선택했다. 이 또한 나중에 찾아보니 Grilled는 말 그대로 그릴에 구운 것, Battered는 튀김옷을 입고 튀긴 것, Crumbed는 빵가루를 묻혀서 튀긴 것이었다. 이곳에서 Grilled로 시작해서 지금은 -Grilled Barramundi를 먹은 게 벌써 한 달 전- 세 종류를 모두 다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Grilled = Crumbed > Battered 순으로 맛있는 것 같다. 


 중국인 가게 주인이 대체 왜 이렇게 오래걸리냐며 타박을 줄만큼 한참동안 메뉴를 고민한 끝에 Grilled Barramundi & Chips와 햄치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원래는 Beef 뭐시기 샌드위치를 하려고 했는데 Easter 때는 고기 먹는거 아니라며 주인 아주머니한테 거절 당했다... -빨리 고르라면서요..-



thumbTuppy's Grilled Barramundi & Chips



 열심히 메뉴 고르느라 모든 에너지를 써버려서 배가 더 우렁차게 꼬르륵 거릴 때 쯤 우리의 첫 피쉬 앤 칩스가 등장했다. 노릇노릇한 감자는 맛있어 보였으나 기대했던 생선의 모습은 별로였다. 어딘가 너덜너덜 해보이는 흰살 생선의 모습.. 이렇게 또 돈 낭비를 하는구나 싶었다.

 그치만 역시 겉모습은 겉모습일 뿐! 생긴 것과 달리 맛있었다. 하얀 색의 타르타르 소스에 하얀 속살을 콕 찍어서 입에 쏙 넣으니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향이 퍼지며 부드럽게 미각을 자극했다. 씹지 않고도 넘길 수 있을만큼 살이 부드러웠다. 의외로 맛있고, 또 의외로 배도 불렀다. 단점은 살이 너무 쉽게 부서지는 것이었는데 포크와 칼로 슥슥 떠 먹으면 됐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저 맛만 있으면 됐다. -어떻게든 먹을터이니.-



Tuppy's 햄치즈 샌드위치



 오히려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가 좀 별로였다. 생긴거로 예측 가능한 딱 바로 그 맛이었는데 식감이 퍽퍽하고, 빵에서 탄맛도 났다. 배고프니 꾸역꾸역 먹다가 생선으로 남은 배를 채우고 조금 남은 건 버렸다. 웬만하면 정말 음식 안 남기는데 너무 퍽퍽하고 먹을수록 탄맛이 나서 끝까지 먹기 힘들었다. 햄 넣고 치즈 넣은 버터 바른 빵이 맛이 없을 수가 있다니...





 가장 짜증났던 건 처음부터 우리를 괴롭히던 이 파리놈이었다. 음식 나오기 전부터 웽웽거리며 우리의 식사를 방해하더니 3.5달러나 주고 산 오렌지쥬스도 못 먹게 만들어버렸다. 왔다갔다하며 귀찮게 하던 파리가 없어져서 나갔나 했더니.. 바보같이 쥬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괴롭히던 놈이 빠져 죽어서 좋긴 했는데 왜 그게 하필 내가 마실 쥬스였어야 했는가. 쥬스도 3.5달러 치고 너무 작은 컵에 나와서 홀짝홀짝 아껴 마시고 있었는데.. Stupid 파리놈......





 생각보다 괜찮았던 첫 피쉬 앤 칩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소화 시킬 겸, 카페 바로 앞에 있는 계단을 타고 스토리 브릿지로 올라갔다. 사진은 계단 올라가면서 찍은 사진. 에펠탑도 그렇고 다리도 그렇고 철근 구조물은 차가우면서도 묘하게 섹시한 느낌을 준다. 어쩌면 그래서 아이언맨이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도 모르겠다.





 스토리 브릿지는 항상 페리 타는 곳인 Eagle Street에서 보기만 했지 직접 올라와 보기는 이 때가 처음이었다. 밤에 불 켜질 땐 정말 아름다운데 가까이서 보니 그냥 살짝 섹시해보이는 철 덩어리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너도 그렇다-고 하던데 이런건 멀리서 보는게 더 예쁜 것 같다.





 스토리 브릿지 위에서 바라본 Tuppy's. 나쁘지 않은 식사였지만 이 때 이후로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여기에 다시 방문한 적은 없다. 자주 가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또 가격도 저렴한 편이 아니어서 이 날처럼 집에서 밥 하기도, 시티까지 페리 타고 나가서 밥 먹기도 귀찮은 날에 갈만한 곳인 것 같다. 구글에 검색해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Brekkie-호주식 아침식사-를 먹으러 많이 가고, 또 괜찮다고 하는 것 같은데.. 다음엔 피쉬 앤 칩스가 아니라 아침을 먹으러 가봐야겠다. 물론 출근 전에 아침을 밖에서 먹을 수 있을만큼 부지런하진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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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