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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22-

꿈과 희망의 나라 드림월드(Dreamworld)




 드디어 기대하던 호주 놀이공원에 다녀왔다. 이름에서부터 꿈과 희망이 느껴지는 그 곳, 드림월드로! 넓디 넓은 호주에서 가장 크다는 테마파크로 놀러갈 생각에 설레는 밤을 보냈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소풍 가기 전 날 밤 그랬던 것처럼.




호주 드림월드 시즌권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비용'이었다. 어딜가나 나를 괴롭히는 이 놈의 지긋지긋한 돈...

 드림월드의 입장권은 가난한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다. 1일 패스가 성인 1인당 자그마치 85달러로 우리 나라 돈으로 약 8만원 정도. 둘이서 즐기려면 입장료에만 16만 원이라는 거금을 써야했다. 4-5만 원 하는 한국 놀이공원 자유이용권도 돈이 아까워서 카드사 할인이나 쿠폰 할인 없이는 잘 가지 않는 곳인데 여기선 무려 16만 원이라니.. 일주일 방값을 써가면서까지 놀이공원에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 찬스를 썼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은 새 하우스메이트 친구들로부터 시즌권을 받은 것이다.

 드림월드의 시즌권은 우리 나라 놀이공원의 연간회원권과 같은 것인데 말 그대로 '회원'권이어서 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회원권에 이름도 쓰여있고 사진도 붙어있지만 다행히(?) 이 곳 호주에서는 그런걸 잘 검사하지 않는다. 사실 친구들이 빌려준 회원권도 그 친구들의 친구 것인데 본인들은 이 회원권으로 3번이나 다녀왔다며 괜찮다고 했다. 사진이 붙어있긴 하지만 흑백인데다 흐려서 잘 분간도 안 되고 들어갈 때 딱히 검사하는 사람도 없으니 '띡' 찍고 들어가면 된다며.

 그치만 아무리 사진이 흐리다한들 나는 누가봐도 동양 사람의 얼굴인데.. 전혀 Gomez 같이 생기지 않았는데..? 걱정했지만 정말로 아무 문제 없었다. 친구들 말과는 달리 직원이 회원권에 있는 이름도 보고, 내 얼굴도 확인했음에도 별 의심없이 통과시켜줬다. 또 시즌권이 한 장 뿐이어서 남자친구의 입장권은 구매해야했는데 운 좋게도 회원권 주인인 Gomez라는 친구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어서 동반인 입장권 구매에 5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드림월드 입장료로 170달러가 아닌 42달러만 지불했다. -이런게 바로 개이득 핵이득 꿀이득-





 날 좋은 금요일 아침, 우리는 브리즈번 시티(Brisbane City)에서 골드코스트(Gold Coast)행 기차를 타고 약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쿠메라(Coomera)역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했을 때가 9시 30분 쯤, 10시에 드림월드 문 열자마자 들어가려고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 같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역에서 드림월드로 가기 위해서는 오른쪽 방향으로 나가 버스를 타면 되는데 뭐 굳이 찾아볼 필요없이 그냥 사람들만 따라가면 된다.



thumb



 두근두근.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나보다 더 들뜬 꼬마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딱 한 정거장만 가면 드림월드가! 꿈과 희망의 나라가 눈 앞에 펼쳐진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드림월드의 조형물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양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김치~ 하는 소리와 함께 한국인 관광객 티 팍팍 나는 사진을 찍고 나면 이제 시작이다. 놀이기구 타러 출동!



[출처] Wikimedia The Claw



 우리는 곧바로 전투모드에 들어갔다. 호주 놀이공원은 널럴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놀이기구 하나 타려면 2-3시간은 기본인 한국 놀이공원에 익숙한 탓인지 우린 전투적이었다. 가장 먼저 즐긴 The Claw는 롯데월드의 자이로스윙 비슷한 놀이기구였다. 이건 지난 번 *Strathpine 쇼핑센터에서도 타봤었기에 Warm-up 하는 느낌으로 탑승! 했으나... 쇼핑센터에서 탄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첫 놀이기구에서부터 우리는 강한 어지러움과 토쏠림을 경험해버렸다.





 The Claw를 시작으로 가까이에 위치한 빡센(?) 놀이기구들을 즐기며 초반부터 무리한 우리는 잠시 범퍼카를 타며 휴식을 취했다. 확실히 대기시간이 없거나, 매우 짧아서 -대부분의 놀이기구는 대기시간이 10분 이내였다.- 짧은 시간동안 다양한 놀이기구들을 즐길 수 있었다. 대신 너무 넓어서 놀이기구 찾아다니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다.

 범퍼카는 남자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 중에 하나인데 여기에선 별로였다. 이름처럼 'Bump!' 하려고 타는 차인데 여기는 무슨 평화협정이라도 맺은 것 마냥 모두가 한 방향으로 빙빙 돌기만 했다. 한 방향으로 움직이니 부딪혀도 별 충격도 없고.. 좀 철없이 규칙 어기면서 놀아보고 싶었지만 범퍼카 드라이버들이 대부분 꼬마들이었고, 밖에선 그들의 엄마 아빠가, 가운데에서는 직원이 지켜보고 있어서 그냥 우리도 평화롭게 빙빙 돌았다. 위 사진의 귀여운 꼬마들이 내가 본 유일한 역주행 드라이버들이었다.



호주 드림월드 판다모니엄(Pandamonium)





 평화로운 범퍼카 운전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잠시, 그 후에 탄 용 놀이기구는 역대급이었다. 밥 먹고 탔으면 강제로 위 청소할 뻔... 놀이기구의 중심축인 저 용기둥이 빙글빙글 도는데 내가 앉아있는 의자도 빙글빙글 돈다. 그냥 온 세상이 돈다. 돌고 돌고 또 돌고 계속 돌다가 내리면 가만 서있는데 내장은 돌고 있는 것 같다. 점심 먹기 전에 타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호주 드림월드 Escape from Madagascar



 초딩 시절 좋아했던 독수리요새와 비슷한 롤러코스터도 있었다. 지금은 T 익스프레스에 밀려서 사라져버린 독수리요새.. 반가운 마음에 탔는데 그 때의 독수리요새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레일 길이도 짧고 뒤집어지거나 급속도로 떨어지는 구간도 별로 없다. 기대와는 달리 시시했던 놀이기구.



호주 드림월드 Gingy's Glider



 슈렉 존에는 엎드려서 타는 신선한 모양의 놀이기구도 있었다. 한국에는 없는 모양의 놀이기구라 타보고 싶었는데 용기둥 타고 내장이 빙빙 돌던 상태여서 또 도는 걸 탈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호주 드림월드 타워 오브 테러(Tower Of Terror)



 점심 먹기 전 마지막 놀이기구로 드림월드에서 가장 핫한 타워 오브 테러(Tower of terror)를 탔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호주편에서도 나왔던 놀이기구로 에버랜드의 T 익스프레스만큼이나 유명하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훨씬훨~씬, 훨씬! 재밌다.. 너무 좋아서 한 번 타고, 밥 먹고 또 타고, 집에 가기 전에 또 타고, 마지막으로 또 탔는데 질리기는 커녕 계속 재밌다. 이 재밌음을 '재밌다'라는 말로 밖에 설명을 못한다는게 너무나도 아쉽다. 네 번이나 탔지만 처음 탈때가 최고다. 진짜... 재미와 흥분에 벅차올라서 눈물이 나고 숨이 가빠질 정도. 누군가에게 드림월드를 추천한다면 그 이유의 80%는 타워 오브 테러 때문일거다. -나머지 20%는 동물원!-

 타기 전에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면 여자들의 경우 머리를 묶거나 또는 옷 안에 집어넣고 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뺨을 후려갈기는 머리카락들 때문에 제대로 즐길 수 없으니... 내 머리카락으로 뺨을 맞는게 그렇게 아플 줄은 몰랐다.



호주 드림월드 자이언트드롭(The Giant Drop)



 타워 오브 테러와 타워를 공유하는 또 다른 드림월드의 명물, 자이언트 드롭(The Giant Drop). 이것도 참.. 놀라운 놀이기구다. 롯데월드에 있는 자이로드롭이 상공 70m, 아파트 25층 높이에서 시속 94km로 뚝 떨어진다는데 이건 119m,  39층 높이에서 시속 135km로 떨어지니 말 다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질 때 공기들이 코로 밀려 들어오면서 숨이 턱!하고 막히는 그 느낌을 싫어하는데 자이로드롭이 잠시 숨을 참는 느낌이라면 이건 숨 못 쉬어서 죽겠구나 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빨리 떨어지는데 왜 이렇게 오래걸리는지... 5초가 5분 같았다.

 그치만 떨어질 때보다 무서운 건 정상에 멈춰있을 때다.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앉아있는 의자가 심장박동 마냥 좌우로 아주 미세하게 둑-두둑- 거리며 움직이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길다. 자이로드롭은 올라가서 1, 2, 3! 하면 떨어지는데 이건 저 꼭대기에서 1분은 있는 것 같다. 이제 떨어지겠지, 떨어지는건가.. 왜 안 떨어지지?.. 지금인가? 아니네... 아 대체 언제야.. 고장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갑자기 떨어진다. 심장에 조금이라도 무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타면 안 될 것 같다. 문제 없던 사람도 심장병 걸릴 것 같은 놀이기구, 아주 쫄깃쫄깃하다.


 그나저나 저 꼭대기에서 보는 풍경이 참 호주스럽고 좋다. 자꾸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자이로드롭 꼭대기에서는 석촌호수가 작게 보이고 아파트나 차들이 장난감처럼 보이는 정도인데 자이언트드롭 꼭대기에서는 저~ 멀리에 눈이 간다. 높은 건물도 전혀 없고, 그저 차 몇 대 서있는 주차장과 저 멀리에 있는 산, 하늘 뿐이라 아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평화로움을 느낄 때 쯤에 급추락하는게 문제지만.





 밥 먹을 곳을 찾으러 돌아다니다보니 어린이동산을 지나게 됐다. 다른 놀이기구들과는 달리 100cm 이상이 아닌 이하만 탈 수 있는 귀여운 놀이기구들이 있었고, 아이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 색깔들로 가득 차 있었다. 화장실까지 알록달록하니 예뻤는데 그게 바로 사진 속의 무지개 건물이다. 나도 이런 곳에서 엄마 손 잡고 뛰어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커버린건지, 세월이 무심하여라.





 알록달록한 화장실에서 깨끗하게 손을 씻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호주에서의 외식은 언제나 비싸지만 놀이공원에서는 더 비쌌다. 작은 피자 한 판과 감자튀김 2개, 음료수 2개가 세트로 35.61달러. 무슨 부가세까지 붙어서 메뉴판에 있는 가격보다 3달러나 더 내야했다. 그 중에서도 맛있는걸 먹고 싶어서 새우랑 아보카도가 들어간 피자로 골랐는데 초록 잎사귀가 많이 올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느끼했다. 그저 피자 한 조각을 들었을 뿐인데 쥐어짜는 것 마냥 줄줄 흐르던 기름이란... 배고픈 상태에서 비싼 돈 주고 산거라 꾸역꾸역 먹긴 했지만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 피자였다. 차라리 도미노 피자에서 3판 시켜먹는게 나을 듯. 





 기름이 줄줄 흐르는 피자를 점심으로 먹으니 바로 놀이기구를 탈 수 없는 위장 상태가 되어서 소화도 시킬 겸 동물원 구경을 했다. 호주 마스코트인 캥거루와 코알라를 비롯한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심지어 만져보기까지 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놀이기구를 타는 것만큼이나 재미있어서 동물원에서 오후 시간의 대부분을 보낸 것 같다.


 한 번에 포스팅 하려고 했지만 안 올리기에는 아까운 사진이 너무 많아서.. 드림월드의 동물원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으로 미뤄야겠다. 꿈과 희망이 가득한 나라, 드림월드! 다음 편에 계속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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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