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32-

골드코스트 1박2일 1

QLD와 NSW의 중간 동네 트위드 헤드(Tweed Heads)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 파릇파릇한 워홀 새내기 시절에 다녀왔던 골드코스트 여행. 벌써 4개월도 더 전인 5월 1일부터 2일까지 근로자의 날 휴일을 이용해 다녀온 여행이었는데 뒤늦게 글을 남기게 됐다.

 어느 날 카메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만지작거리다 파일 저장 방식을 'RAW 파일'로 바꿔봤는데 그게 하필 이 때. 찍을 때는 몰랐는데 다녀와서 보니 용량은 더럽게 무겁고, 특정 프로그램 없이는 컴퓨터에서 열어보지도 못하는 형태의 사진들이 수두룩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4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이 때의 추억들.. 용량은 역대급으로 무겁지만 다룰 줄을 몰라 역대급으로 퀄리티가 낮은 사진들과 함께 골드코스트 1박 2일 여행기를 써내려가보려 한다.





 지나쳐 간 어느 글에서 보기를, 호주에서는 'Heads'나 'Point'로 끝나는 지명은 꼭 유명하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곳이라 하였다. 이 전에 다녀왔던 골드코스트의 *벌레이 헤드(Burleigh Heads)가 그랬고, 워홀 초반 잠시 살았었던 *캥거루 포인트(Kangaroo Point)도, 얼마 전 다녀왔지만 아직 포스팅하지 못한 *웰링턴 포인트(Wellington Point)도, 또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아름답기로 유명한 누사 헤드(Noosa Heads)까지. 내 눈으로 직접 다 보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의 1박 2일 골드코스트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트위드 헤드(Tweed Heads)로 탕탕! 결정 되었다.



QLD와 NSW의 경계!



 언제나 그랬듯, 차가 없었던 우리의 여행은 험난했다. 골드코스트행 열차를 타고 한참을 달리다 또 버스를 타고.. 너무 먼 곳까지 가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왠지 트위드 헤드에 도착하면 바다만 있고 먹거리는 없을 것 같아 상점가 사이를 달리는 버스를 세워 배를 채웠다.

 허름한 케밥 가게에서 끼니를 때우고 다시 버스를 타러 돌아가는 길, 우리는 호주에서의 첫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길을 가고 있던 우리 앞에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더니 '@#@&^#&@^*$&@^($)@^$ DOG!!'를 외치고 사라졌다. 흉기를 휘둘렀다거나, 몸에 손을 대지 않아 다행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귀신처럼 나타나서는 소리를 빽! 지르길래 깜짝 놀랐다.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상 동양인을 비하하는 말이었던 것 같다. 길 가다가 개똥 밟은 느낌, 드러웠다.



 


 다시 버스를 타고 몇 분 쯤 더 달리다 내린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구글에 목적지를 잘못 찍는 바람에 엄한 곳에 내렸는데 덕분에 퀸즐랜드(Queesland) 주와 뉴 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 주의 경계선에 서보는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별거 아닌거에 또 신이 난 우리는 저 구조물 사이에서 씐남!을 맘껏 표출하며 사진을 찍..었지만 역시 제대로 찍힌 사진이 없다. 그래도 지나가던 행인 분들께 웃음을 드렸으니 그거로 만족.



호주의 한 추모 공원



 신나게 사진을 찍고 나서는 또 한참 걸었다. 나의 여행은 언제나 걷는게 80%인 것 같다. 걷고, 또 걷고... 사진은 걷다가 만난 추모 공원. 시티에 있는 안작 스퀘어(Anzac Square) 같은 공원인 듯 했다. 



트위드 헤드 지역의 마을



 한~참을 걸어서 원하던 물이 보이는 곳에 도착을 하긴 했는데..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바다를 생각하며 걸어왔는데 우리 앞에 나타난 건 강. 어디에선가 길을 잘못 든 것이 분명했다. 허무했다. 길을 잘못 들어왔다는 사실도 허무했지만 걸어온 이 먼 길을 다시 "걸어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막막해졌다.



꽃을 좋아하시는 할머니와 다정한 할아버지가 살고 계실 것만 같은 집



 하지만 이 상황을 슈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하던 바다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발 디디고 있던 이름 모를 이곳은 반할 정도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몇 십 년 째 다정한 노부부가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예쁜 집들과 그 앞에 잔잔하게 흐르는 강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있는 여행지였다. 





 계속된 걸음에 지쳐있었지만 평화로운 이 마을의 매력에 빠진 우리는 강가를 따라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이왕 왔으니 마을 한 바퀴는 돌아봐야하지 않겠냐며. 



낚시



 좀 더 걷다보니 낚시를 하고 있는 분들이 보였다.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주민처럼 보였는데 온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여유로움이 참 부러웠다. 알록달록 내 맘대로 꾸민 집에서 쉬다가 심심하면 옆 집 친구와 함께 집 앞에서 낚시를 즐기고, 또 이따금씩 수다를 떨며 강가도 거닐고. 참 탐나는 일상이 아닐 수 없다.



멍멍! 킁킁! 멍!



 낚시하는 아저씨들을 따라나온 멍멍이마저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마당에 있는 멍멍이의 집도 이 사람들의 집을 닮아 예쁠 것만 같다. 진정 상팔자인 개팔자.





 강 곳곳에는 이곳에서 잡을 수 있는 물고기와 잡아서는 안 되는 물고기 종류, 또 법으로 정해진 하루 포획량(?) 등이 적혀진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다양한 물고기 종류.. 낚시가 잘만 되면 며칠 밥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천천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천천히 동네 구경을 마치고 방향을 틀었다. 가끔은 이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곳을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곳이 정확히 어디였는지도 모르고,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 관광 포인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난 아직도 이곳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기억 난다. 흐르는 강물만큼이나 잔잔했던 마을. 가능하다면 이 마을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멍...



 폭풍 도보에 지친 우리는 이곳에서 고향 생각, 엄마 생각, 친구 생각을 하며 잠시 쉬었다. 흘러가는 강물과 흘러가는 구름이 내 머릿속 칠판에 분필로 쓰여진 글들을 슥삭슥삭 지워나가는 듯 했다. 멍~ 해졌다. 힘들기도 하고, 그만큼 평화롭기도 하고. 정신건강에 좋은 멍 때리기 시간이었다.





 특별한 게 없었지만 특별하지 않아서 더 좋았던 트위드 헤드의 어느 마을에서, 잔잔한 강 위를 부웅~ 가르는 보트와 함께 잡생각도 부웅~.





 몸도 마음도 회복되는 명상의 시간을 가진 후, 해 저무는 마을을 뒤로 하고 우리는 걸어왔던 그 길을 다시 걸어갔다. 다행히도 가는 길은 올 때 보다 수월했다. 분명 같은 길, 같은 거리임에도 더 힘들거나 덜 힘든 것은 올 때와 갈 때의 생각이 달라서겠지. 도착했을 때는 원하던 목적지가 아님에 허무했지만 알고보니 더 좋은 여행지였던, 그래서 더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트위드 헤드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평화롭게 마무리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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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