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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63-

걸어서 무인도까지, Wellington Point(웰링턴 포인트)




 브리즈번(Brisbane) 근교 여행지 중 최고를 꼽으라면 아마 이곳이 아닐까.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바다가 갈라지면 아무도 없는 작은 섬까지 걸어 닿을 수 있는 이색적인 해변 마을 Wellington Point(웰링턴 포인트)! 여태 가보았던 *Redcliffe(레드클리프), *Shorncliffe(숀클리프), *Nudgee Beach(넛지 해변), *Gold Coast(골드코스트) 등 많은 브리즈번 근교 해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바로 이 곳, 웰링턴 포인트다.



웰링턴 포인트 피쉬 앤 칩스(Fish n' Chips)



 간만에 일찍 일어나 침대 위에 늘어진 남자친구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익숙한 브리즈번 Central(센트럴) 역에서 Cleveland행 열차를 타고 한 시간을 꼬박 달려 Birkdale역에 내리고보니 벌써 12시. 점심시간을 알리는 배꼽시계가 꼬르륵 울리기에 정류장 근처의 작은 가게에서 *피쉬 앤 칩스(Fish n' Chips)로 끼니를 해결했다. -호주 생활에 힘이 되어준(?) 내 소울 푸드 피쉬 앤 칩스..♥-



웰링턴 포인트는 유명한 낚시 포인트!



 담백한 생선요리로 배를 채우고 다시 버스로 한참을 달려 종점인 웰링턴 포인트에 도착! 푸르른 바다 위 길게 뻗은 다리와 그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때만 해도 *낚시의 맛을 알기 전이라 별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보니 풍경보다 저 사람들이 물고기를 얼마나 잡았는지에 더 관심이 가는구만.-



웰링턴 포인트 모래 갯벌



 낚시꾼들의 다리를 뒤로 하고 사람 소리가 많이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옆의 푸른 바다와 상반되는 갈색빛 갯벌 풍경에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마침 썰물 때여서 열린 바닷길 위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 갯벌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찐득찐득한 진흙 갯벌이 아니라 적당히 촉촉한 모래 갯벌이어서 산책하기에 딱 좋았다. 




멍멍!



 폭신폭신한 모래 갯벌은 강아지들에게도 인기만점이었다. 드넓은 갯벌 놀이터 위를 신나게 뛰어노는 귀여운 강아지들의 모습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갯벌하면 게!



 갯벌 위를 산책하는 사람들과 강아지들 사이에는 이 갯벌의 진짜 주인들이 숨어있었다. 무릎을 굽히거나 허리를 숙이면 눈에 띄던 뽕 뚫린 구멍 사이를 오고가는 작은 게들. 이 작은 게가 어쩜 그리 쏜살같이 빠른지,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구멍들을 살피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엄마 아빠 손 잡고 산책 나온 꼬마들도 요 작은 게들에게 온 마음을 빼앗겨 요리조리 뛰어다니느라 바빴다. 



갯벌 위 게 줍는 워홀러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패러디: 갯벌 위 게 줍는 워홀러 -진짜로 게를 줍지는 않았다. 찔릴까 무서워 만지지도 못함..-



조옿다!



 어느새 멀어진 육지를 바라보며 신이 나서 또 찰칵. 지화자 좋구나.



여기는 무인도 킹 아일랜드(King Island)



 한~참을 걸어서 썰물 때만 닿을 수 있는 킹 아일랜드(King Island)에 도착했다.





 웰링턴 포인트에서 약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킹 아일랜드. 밀물 때는 새들이 쉬었다가는 작은 무인도지만 썰물 때가 되면 모래 갯벌 산책로의 종착지가 되는 섬이다. 정말정말 작은 섬이라서 울창한 나무들 틈에 작은 길 하나 나있는 것이 전부지만 걸어갈 수 있는 무인도라는 자체로 흥미로운 곳이다. 킹 아일랜드로 향하는 갯벌 산책로를 걸으며 구글 지도를 켜면, 내가 바다 한 가운데에 있다고 나오는 것도 신기했다. 





 무인도답게 이곳에는 새소리, 파도소리, 바람소리, 나뭇잎끼리 스치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호주 바다 한 가운데, 아무도 없는 힐링 섬에서의 여유!




신발 열매가 자라는 나무



 나무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다다른 무인도의 뒷편에는 신발 나무(?)가 누워있었다. 신발 열매가 열려있던 신기한 나무. 사람 발자국도 흔치 않은 이곳에 과연 누가, 왜 신발을 달아놓고 간걸까. 누군가 젖은 신발을 널어놓고 깜빡 잠이 들었다가 물 들어오는 소리에 놀라 맨발로 육지까지 뛰어간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발 열매와 귀여운 새



 거꾸로 달린 신발 열매는 작은 새가 쉬어가는 곳이기도 했다. 안 어울리는 듯, 묘하게 어울리던 장면.





 아무도 없는 섬에서의 시간은 느리지만 꾸준히 흘러, 어느새 조금씩 물이 차오르는게 느껴졌다. 다시 모래 갯벌을 걸어 육지로 돌아가야할 시간이었다.



급한 자의 뒷모습



 킹 아일랜드까지 오는 길, 함께였던 남자친구는 돌아가는 길에는 나에게 뒷모습만 보이며 홀로 열심히 육지를 향해 뛰어갔다. 점심으로 먹은 피쉬 앤 칩스가 급하게 소화되어 뒷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나는 드넓은 갯벌 위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붙임성 좋은 호주 아주머니를 만나 긴 산책길이 외롭지 않았다. 장 운동이 활발한 남자친구에게 버려지고 털레털레 걷는 내 모습이 좀 처량해보였나, 아주머니께서 먼저 살갑게 인사를 건네 왔다. 아주머니께서는 호주의 작은 여행사의 직원이라고 하셨다. 모처럼만의 휴식이라 집 근처인 이곳에서 산책을 즐기고 계셨다고. 내가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서 지내고 있다고 하자 몇몇 여행지를 추천해주셨다. 워낙 말씀을 재밌게 해주셔서 함께 돌아오는 길이 참 즐거웠다. :)





 아주머니와 함께여서 즐거웠던 산책길의 끝, 육지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고 한결 가벼워진 표정의 남자친구와 재회했다. 육지 위에서 다시 돌아본 갯벌은 금세 물이 많이 차올라있었다.





 어느덧 해도 조금씩 저무는 시간.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웰링턴 포인트의 다른 모습도 눈에 담아가기 위해 낚시꾼들이 모여있던 곳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갯벌과는 달리 물이 가득 찬 이곳에는 수상 레저를 즐기는 사람도 있었고,



펠리컨과 갈매기 가족



 저녁 만찬을 즐기는 펠리컨과 갈매기들도 있었다. 호주 펠리컨들은 어느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새인 것 같다. 봐도봐도 신기한 비쥬얼에 사진을 또 찰칵.




해 저무는 웰링턴 포인트 풍경



 해는 점점 더 바다와 가까워지고.. 아름다운 웰링턴 포인트에서 아름다운 일몰도 보고 싶었지만 뚜벅이인 우리는 대중교통 시간에 맞춰 돌아가야 했다. 여기까지 와서 하이라이트인 일몰을 볼 수 없다니.. 뚜벅이라 서러운 순간. -흑흑-



여행의 마무리는 아이스크림 콘



 일몰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달한 아이스크림으로 달래며, 이 날 마지막으로 웰링턴 포인트를 떠나는 버스 위에 몸을 실었다. 오랜 걷기 운동으로 쌓인 피곤이 덜컹거리는 버스의 리듬에 맞춰 솔솔 몰려오더니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극에 달했다. 일정 간격으로 흔들리는 기차에 몸을 맡기니 눈이 스르르르..


 모래 갯벌을 걸어 무인도까지 다녀올 수 있었던 웰링턴 포인트에서의 특별한 하루는 그렇게 끝이 났다.

 몸은 고된 만큼 인상 깊은 여행지였던 웰링턴 포인트! 브리즈번 근교 여행지로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교통편이 있다면 꼭 아름다운 일몰까지 눈에 담아 오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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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