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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44-

브리즈번 주변 가성비 좋은 여행지 Stradbroke Island




 때때로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불던 6월의 어느날, Stradbroke Island(스트라드브로크 섬)에 다녀왔다.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는 이곳, Stradbroke Island. 나와 남자친구는 운좋게도 함께 사는 콜롬비아 커플 친구들로부터 이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함께 수다를 떨던 어느 저녁에 콜롬비아 친구들은 본인들이 여행해본 곳들 중 가장 가성비 좋은 곳이라며 쌍따봉을 들이밀며 이곳을 추천해주었고, 그렇게 그 주의 주말 여행지는 이곳, Stradbroke Island로 결정되었다.



Cleveland행 열차



 냄새꼬로의 진화를 앞둔 뚜벅초 커플은 아침 일찍 Cleveland(클리브랜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북적이던 열차는 브리즈번 중심지를 지나니 이내 쾌적해졌다. 종점인 Cleveland가 우리의 1차 목적지였기에 꽤 오랜 시간을 열차 내에서 지루하게 보냈다. 집에서 챙겨온 젤리도 몇 개 집어먹고,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졸기도 하면서.



Stradbroke Island로 가는 배 선착장까지 무료 셔틀버스 탑승!



 섬까지 들어가는 우리의 여정은 험하지는 않았지만 길고, 지루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콜롬비아 친구들이 추천한 '가성비 좋은' 여행지였기에 교통비가 생각보다는 덜 들었다는 것 정도? 브리즈번 시티에서 Cleveland까지는 두둑하게 충전되어 있던 고카드(Go card)를 이용해 열차를 탔고, Cleveland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배 선착장까지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무료 셔틀버스는 역에서 안내 화살표-Buses to Stradbroke Island ferry sevices라며 친절하게 표지판이 붙어있다.-를 따라 나가면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탈 수 있다.

 역에서 나오기는 했는데 셔틀버스 정류장을 못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던 때마침! FREE BUS라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버스가 우리 앞에 끼익 멈춰섰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사람 좋아보이는 운전기사 할아버지께 선착장으로 가는 Free bus가 맞는지 다시 한 번 되묻고는 편안하게 착석했다.



왕복 15달러(국제학생증 할인) 승선권



 미소가 멋지신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선착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승선권을 구입했다. 이날 우리는 한국에서 가져온 국제학생증을 처음으로 사용해볼 수 있었다. 성인 가격은 왕복 가격이 19달러지만 국제학생증으로 학생 할인을 받아 왕복 15달러에, 4달러나 저렴하게 승차권을 구입했다. 돈을 아꼈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돈만큼이나 소중한 시간은 아끼지 못했다.

 꽤나 꼼꼼한 성격이라 전날 *Stradbroke Flyer-섬으로 들어가는 페리 회사- 홈페이지에서 시간표를 확인하고 출발한 것이었는데 어디에선가 시간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었나보다. 우리가 승차권을 구입한 시간은 오후 12시가 조금 되기 전. 그로부터 가장 가까운 페리 출발 시간은 12시 55분... 약 한 시간을 기다려야했다. 주차장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우리는 기나긴 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지루하게...


 



 다행히도 우리만 한 시간을 기다리는게 아니라서 조금은 덜 억울했다. 심심함에 아무것도 없는 드넓은 선착장을 헤집고 다닌 우리와는 달리 한 시간 전부터 대기줄에 서서 수다 떨며 기다리시던 호주 아주머니들. 추측컨대 양손 가득 들고 계시던 봉다리들로 미루어보아 저분들은 잠시 육지에 쇼핑하러 다녀오신 Stradbroke 섬 주민 같아보였다.





 휘몰아치는 지루함에 난데없는 주차장 차 구경도 하고





 선착장 옆으로 이상하게 길이 난 곳으로 내려가 물 구경도 했다. 내리쬐는 호주의 햇빛과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을 보고 있으니 잠이 절로 솔솔. 이런 날, 이런 곳에다 해먹 달아놓고 낮잠을 잘 수 있다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텐데.





 지루했던 한 시간이 드디어! 흐르고 선착장의 아주머니 아저씨가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물 구경, 차 구경에 저~ 멀리 떨어져있던 달랑 하나 있는 카페-카페도 별로다. 그냥 배 출발 시간 딱 맞춰오는게 좋을 듯- 구경까지 마친 우리도 배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 틈에 섞였다. 티켓을 구입할 때만 해도 사람이 많지 않았었는데 배 떠나는 시간이 되니 북적북적했다.


 배는 생각보다 좋아보였다. 뭔가 포카리스웨트가 생각나는 청량한 느낌의 하얀 배는 괜히 나를 설레게 했..으나..



나를 섬까지 태워다 준 배



 우리가 탈 배는 왼쪽에 정박되어 있던 저 배가 아니라 오른쪽에 있던 노오란 이 배였다. 당연히 하얀 배를 탈거라 생각해서 오른쪽은 보지도 않고 있었는데 웬걸,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향하네...

 왼쪽의 Calypso 배와 굉장히 대조되는 작은 배였지만 그래도 승선감은 나쁘지 않았다. 다행히 배멀미도 없었고, 부릉부릉 잘만 나갔다. 배에는 우리 같은 여행자들 보다는 내 추측대로 쇼핑하러 나갔다오신 섬 주민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주 타는 배일텐데도 아이들은 신이 나서 풀쩍풀쩍 뛰어다녔고, 간만에 만난 주민분들은 서로 안부인사를 나누기 바빠보였다. 북적북적 시끌시끌한게 마치 시골의 마을버스를 탄 듯한 느낌이었다.





 동네 주민들의 만남의 장이 되어버린 배는 약 25분동안 물 위를 신나게 달렸다. 자리를 잡고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아름다웠지만 오래된 배의 창문이 더러워 감동이 조금 덜했다. 벽이 없는 바깥자리도 있었으나 빠르게 달리는 배만큼이나 얼굴을 때리는 바닷바람을 25분동안 버틸 자신이 없어 창가 자리에 만족하기로 했다. 


 사람과 -영어로 된- 이야기를 가득 실은 배는 거의 정확하게 25분을 달려 목적지인 Dunwich 선착장에 도착했다. 누군가는 주차되어있던 차로 향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선착장에 잠시 머물며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 축적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배를 타고 내린 Dunwich 선착장에서 Stradbroke Island의 핵심인 Point Lookout(전망대)까지 가기 위해서는 섬의 주요 구간을 순환하는 버스를 타야했다. 그렇게 또 뚜벅이들은 버스비에 왕복 8달러를 지출.. -버스 티켓은 운전사 아저씨에게서 구입할 수 있다. 꼭! 잔돈을 준비해야 한다.-



Stradbroke Island Point Lookout



 왕복 뱃삯 15달러에 버스비 8달러, 총 23달러. 당일치기 섬 여행치고는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지만 괜히 아까웠다. 이거면 뭘 먹을 수 있는데, 살 수 있는데 생각이 들 때 쯤 타고 있던 순환버스가 종점인 Point Lookout에 도착했다. 아.. 이 때였을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파도와 함께 부딪쳐 사라져버린 때가.

 버스 정류장에서 바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전망을 내려다보니 돈 걱정은 물론이고 한 주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오랜 시간 묵어있던 근심과 걱정이 쏴아아- 사라지는 듯 했다. 어쩜 이럴수가.. 참 잘 왔구나 싶었다.



달랑 하나 있는 음식점. Fishes at the Point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선착장에서 오랜 시간 배를 기다리느라 배가 고팠던 우리는 멋진 전망을 잠시 뒤로 하고 버스 정류장 바로 건너편의 가게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 이 날도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가 먹고 싶었는데 마침 하나 밖에 없는 가게가 피쉬 앤 칩스 가게였다. 피쉬 앤 칩스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는 다른 선택권이 없다. 정말, 이 가게 말고는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정말 별로였던 피쉬 앤 칩스



 오래간만에 먹는 피쉬 앤 칩스에 조금은 들떠있었는데.. 경쟁자가 없는 탓일까, 맛이 정말 별로였다. 맛을 보기 전까지는 보기에도 좋고, 냄새도 좋았지만.. 가장 결정적인 맛은.. 맛은... 여태까지 호주에서 먹어 본 피쉬 앤 칩스 중 최악이었다. 콜스(Coles)나 울월스(Woolworths)에서 파는 냉동 생선을 오븐에 구워먹는게 더 맛있었을 것 같다. 살짝 찜찜한 갈색깔의 튀김옷 안의 생선은 이보다 더 비릴 수가 없었다. 그냥 맛이 없는게 아니라 비려서 먹지 못할 수준. 배가 고파서 꾸역꾸역 먹기는 했는데.. 으, 다시 생각해도 속이 비리다. 감자튀김은 그냥 무난했고 저 중에서는 그나마 샐러드가 제일 싱싱하고 맛있었다.


 이 섬에 갈 계획인 여행자에게 절대 이곳에서는 식사를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점심을 싸는 것도 좋고, 차가 있다면 섬의 다른 지역에 가서 해결하는 것도 좋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선착장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혹시 배를 타기 전에 식사를 해결할 생각이라면 Cleveland 기차역 주변에서 해결하길 추천한다.





 최악이라 불러도 아깝지 않을 피쉬 앤 칩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의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아이스크림을 먹기에는 사실 좀 쌀쌀한 날씨였는데 선착장 아저씨가 섬에 가면 젤라띠(Gelati)를 꼭 먹어보라 했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뭔가 안 먹고 돌아오면 아저씨한테 혼날 것 같았다.



Stradbroke Island의 Gelati 가게



 그래서 신나게 가게에 들어갔는데 여기도 경쟁샵이 없어서인지 비쌌다. 아이스크림 한 스쿱에 4.5달러-한화 약 4,000원-라니.. 마냥 비싸다고만 여기던 한국의 베스킨라빈스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딸기맛 젤라띠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한 스쿱이었지만 안 먹으면 왠지 후회할 것 같아서 딸기맛으로 딱 한 스쿱만 주문했다. 딸기향이 좀 강하긴 했으나 딱히 특별하지는 않았다. 느낌도 아이스크림 보다는 샤베트에 가까운 느낌. -젤라또라서? 아직도 아이스크림이랑 젤라또의 차이도 잘 모르겠다.- 문득 선착장에서 배표를 팔던 아저씨가 이 가게의 사장님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섬에 들어가면 꼭 먹어봐야해!!'까지는 절대 아닌 듯. 아저씨한테 낚여서 괜히 4.5달러만 날렸다. -쓸데없는 추위 +1, 통장 잔고 -4.5, 감기몸살기 +1를 획득하였다.-





 오들오들 떨면서도 4.5달러를 쓰레기통에 쳐박을 수는 없어서 꾸역꾸역 뱃속에 넣으며 찻길을 걸었다.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도 좋지만 왠지 저 바다 가까이 내려가보고 싶었기에 어딘가에 있을 계단을 찾아 걸었다. 뚜벅뚜벅





 조금 걷다보니 이 지역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적혀있는 표지판(?)이 있었고 그 옆으로는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있었다. Point Lookout의 버스 정류장으로부터 한 5분 쯤 걸어온 것 같았다. -표지판을 잠시 해석해보자면, 19세기 말에 불어를 사용하는 남태평양 어느 섬에서 4명의 남자가 서쪽으로 항해를 해왔고 그 배가 도착한 곳이 이 곳, Frenchman's Beach라고 한다. 이곳을 처음 발견한 그 네 남자의 후손들 중에는 여전히 이 섬에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단다.-




어딘가 무서운 느낌의 계단길



 계단이 있어서 내려가긴 했는데... 내려가는 길이 엄청 무서웠다. 나와 남자친구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서 드문드문 짐승의 소리가 들려왔다. 뒤에서 곰이 나와 덮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 바닥에 벌레는 또 왜 이렇게 많은건지.. 작은 소리에도 덜컹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내려왔다. 이왕 나타날 동물이라면 귀여운 코알라나 캥거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벌레 외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Frenchman's Beach



 내려오는 계단길은 길고, 무서웠다. 하지만 다 내려오니.. 짠! 캬~ 하는 맥주 광고가 생각나는 풍경이 펼쳐졌다. 조용하고, 사람도 없고, 풍경은 더할나위 없고.. 지상낙원이 바로 여기구나!





 무심하게 뻗어있는 바위마저도 마냥 멋있게 보였다. 저 거대한 바위 꼭대기가 Point Lookout 버스 정류장이었던 것 같다.



고래야 어딨니?



 Stradbroke 섬은 *Whale watching(고래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보통 '고래 구경(또는 고래 관찰)'이라 하면 투어의 일종으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없이 Point Lookout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5월 말에서 11월 초까지가 이동하는 고래를 관찰하기 딱 좋은 시기라고. 그래서인지 구글에다 Stradbroke Island를 검색하면 고래 사진이 가장 먼저 보여진다.

 하지만... 이 날 우리는 고래를 보지 못했다. 고래들이 이동한다는 겨울, 6월 중순에 갔는데.. 고래들이 우리를 피해 도망을 갔었나보다. 괜히 물 위에 빼꼼 떠있는 바위들한테 낚이기만 하고 진짜 고래는 털 끝 하나도 보지 못했다. 아쉬웠다.





 그 많다는 고래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서 아쉽기는 했다만, 바다가 충분히 예뻤으니 용서해주기로 했다. 고래와의 만남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이 후 약 3개월 뒤 어쩌다 가게 된 *바이런 베이(Byron Bay)에서 고래떼를 목격했다고 한다.-





 고래는 없었지만 해변가에서 신기한 해양생물체(?)를 만날 수 있었다. 콕콕 찌르면 꿈틀꿈틀 구멍에서 기어나오는게 신기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사다준 과학 뭐시기 사진 책에서 비슷하게 생긴걸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저씨 고래 잡으세요!



 해변을 따라 조금 더 깊숙히 들어가니 드디어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드넓은 바다에 우리만 있는줄 알았는데 조용히 낚시하는 아저씨들도 계셨다. 이런 곳에서 물고기가 잡히는가 싶다가도 고래를 잡으시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실은 고래는 커녕 작은 물고기 한 마리도 못 잡으심.-





 아저씨들이 낚시하시는 곳 위로는 벼랑과 신기한 모양의 구름이 수놓은 하늘이 있었다. 그리고 벼랑 끝엔..



벼랑 끝의 새



 벼랑 끝에는 새 한마리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뭔가 이 바다의 공기를 지휘하는 듯한 모습이 영화 라이온킹의 한 장면을 생각하게 했다. 작은 새는 한 동안 벼랑 끝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저게 사람이었다면 죽으려는건가 싶었을텐데, 날 수 있는 새였으니 걱정하지 않기로.





 낚시꾼 아저씨들과 버드킹 새가 차지하고 있던 돌 지역(?)의 전반적인 모습은 이러하였다. 바다 풍경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내가 바로 호주의 자연이다!'를 외치고 있는 듯하다.





 파도를 맞아서 맨들맨들하거나 이끼가 껴서 미끄러워진 바위들. 행여 넘어질까봐 한 발자국 떼는대도 덜덜거리던 나와는 달리 남자친구는 먹잇감을 찾은 사냥꾼 마냥 신이 났다. 마찰력이 상승하는 신발을 장착했는지 혼자 돌 사이를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어느새 저 멀리로 사라져버린 남자친구.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짠!하고 나타났다. 카메라 줌을 최대로 당겨 찍었지만 개미만한 크기로 보이는 남자친구의 모습.



그 이름도 특별한 염색체샷



 점프샷을 찍어달래서 찍긴했는데.. 중학교 과학 시간 때 배웠던 염색체 모양으로 나왔다. 





 염색체샷을 건지고 바위 지역에서 벗어나니 해가 점점 저물어가고 있었다. 대낮에도 무서웠던 계단길은 해가 지면 더 무서워질 것 같아서, 그 땐 정말 곰이나 근육질의 캥거루가 나타날 것 같아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서운 계단길을 오르고 나서 다시 만난 시원한 풍경. 아까와는 달리 조금은 어둑해진 모습이다.

 



주홍빛 하늘 그리고 바다



 조금 전 걸었던 찻길을 따라 걸어가 다시 Point Lookout으로 돌아왔다. 버스가 오기까지 꽤 시간이 남아서 이곳에 자리 잡고 앉아 해 지는 풍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지평선 위로 노란띠만 살짝 보이던 하늘은 어느 새 구름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해 저무는 시간, Stradbroke Island Point Lookout 전망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 전체가 붉은 빛으로 물들었을 때, 오늘 정말 이곳에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교통비-기차, 버스에 배까지-도 많이 들었고 계속 걸어다니느라 다리도 아파진데다 기대하던 고래도 못 보고, 세상 맛없는 비릿한 피쉬 앤 칩스까지 먹었지만 이 날 하루는 꽤 멋진 하루였다.





 버스가 올 시간이 다 되어 풀숲에 깔고 앉아있던 엉덩이를 탈탈 털고 일어나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바다 위의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반대편 하늘은 여전히 파랬다.

 버스 정류장 근처엔 브리즈번 시티에서는 보지 못했던 캥거루 주의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기념품 가게에서나 보던 모양인데 실제로 길에 설치되어 있다니. 진짜로 캥거루가 많기는 많은가 보다.




야생의 캥거루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표지판 반대편에는 정말로 캥거루가 있었다. 진짜 캥거루가! 전에 *드림월드(Dreamworld)에서 캥거루를 본 적은 있지만 그건 동물원이었고, 이렇게 사람 사는 집 주변과 거리를 풀쩍풀쩍 뛰어다니는 야생 캥거루는 이 날 처음 봤다. 버스가 도착하기 5분 전이었다.

 야생 캥거루를 보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카메라를 들고 캥거루에게 달려들었다. 남자친구가 조심하라며 소리를 치지 않았다면 이 날 근육 캥거루에게 한 방 먹고 쓰러졌을지도 모르겠다. 흥분된 마음을 가다듬고 멀찍이서 캥거루들을 따라다니며 급하게 셔터를 눌렀다. 어두운데다 멀리있었고, 또 캥거루들이 엄청 빨라서 제대로 찍지는 못했지만 한 두 장은 괜찮게 나온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의 나는 호주의 시골 *스탠소프에서 지겹도록 캥거루를 보고있지만 이 날은 정말 흥분의 도가니(?)였다.-


 제 시간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카메라에 담아둔 사진을 확인하면서 나와 남자친구는 비록 고래는 보지 못했지만 야생 캥거루를 본 것으로 만족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또 아름다운 풍경과 더 아름다운 해질녘의 풍경까지 담았으니 크게 아쉬울 게 없었다. 콜롬비아 친구들이 알려준대로 Stradbroke Island는 가성비 짱짱인, 최고의 여행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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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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