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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04 - 

시체스 카니발, 씐나는 게이 축제 (부제: 막차야 안녕...)

Sitges Carnival 2015




시체스(Sitges)*바르셀로나의 근교 도시로 아름다운 바다와 하얗고 예쁜 집들, 그리고 게이 마을로 유명하다.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를 타면 시체스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여행 전에는 시체스라는 도시를 알지도 못했고, 방문할 계획도 없었는데 바르셀로나 거리의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됐다.

이 때 유독 거리에 평범치 않은 복장의 사람들이 많았는데, 물어보니 가까운 시체스에서 카니발 축제가 열린다고!

몇 주 전 *베네치아에서 카니발 맛보기만 봐서 아쉬웠던 찰나에 카니발이라는 말에 혹했다.

마침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정은 3박 4일이라 여유로웠고, 게다가 게이 동네라는 호기심 자극되는 말에 바로 시체스행을 결정했다.


2015년 시체스 카니발은 2월 15일, 17일이 퍼레이드가 있는 날이었는데

정말정말 운 좋게도 내가 시체스에 가기로 마음 먹은 날이 15일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시체스.

시체스역 앞의 여행안내소에서 카니발 일정에 대해 짧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점심 때는 어린이들의 퍼레이드, 그리고 저녁에는 성인 퍼레이드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당연히 성인 퍼레이드가 메인이니 아가들 퍼레이드 보고, 마을 구경 좀 하다가 성인 퍼레이드도 보고 바르셀로나에 돌아가기로 결정!

-이 때는 후에 일어날 재앙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퍼레이드를 구경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온 귀여운 꼬마들이 짱 많았다.

내 바로 앞에 있는 꼬마 남매는 찰리 채플린처럼 꾸며서 진짜진짜 귀여웠는데

너무 가까이에 있었고, 애들이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아서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다.








퍼레이드하는 꼬마 친구들은 하나같이 다 예쁘고 화려했다.

그 중에는 너무 어려서 퍼레이드용 차량에서 눈만 꿈뻑꿈뻑 거리는 아가들도 있었고 

위 사진처럼 정말 격렬하게 춤추는 꼬마도 있었다.

그치만 다녀온지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봐도 위 사진의 꼬마가 이 날 제일 열심히 췄던 것 같다. -최소 댄스 신동-






그리고 퍼레이드 하는 꼬마들 중에는 예쁜 애들이 엄~청........... 많았다. 그냥 다 예뻤다.

-시선강탈하는 애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다들 어머님이 누구지?- 

못난이 여행객은 그저 박수치며 감탄할 뿐..






퍼레이드가 끝나고, 해변가의 사람 많은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역시 어디를 가나 관광지 바로 앞의 식당은 비싸다.

해산물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비싸서 사진 구석탱이에 보이는 홍합만 시키고 메인으로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의외로 스테이크가 맛있었지만 그래도 해산물이 유명한데 먹어나볼걸, 후회가 조금 된다.

그치만, 진짜 비싸다.






늦은 점심 후 소화 시킬 겸 시체스 구경!

카니발 때문에 사람이 몰려 좀 복잡했지만, 제주도가 생각나는 아름다운 바다였다.







시체스는 대부분이 하얀색 건물들이어서 골목골목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허름하지도 않은 깔끔한 집들이 모여있는 시체스의 골목 강추!


사진에 보이는 바닥 얼룩(?)은 모래처럼 보이지만 카니발 하면서 애들이 뿌려댄 종이가루

-구경하면서 종이가루 엄청 맞았다. 퍼레이드 차 위의 애들이 종이 뿌리면서 지나간다.-

쓸데없지만 카니발 후에 무진장 고생하실 이 동네 환경미화원 분들도 한 번 생각해봤다.






동네 곳곳에 붙어있거나 매달려있는 카니발 포스터도 구경구경

-포스터도 참 잘 만든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바다로!

바다는 날씨가 조금씩 흐려지면서 더 멋있어졌다.






이렇게 한 쪽은 분명 엄청 맑은 하늘인데,






반대쪽은 구름낀 모습!


신기했지만 날씨가 흐려지니 점점 추워져서 바다에 버티고 있을수가 없었다.

스페인이 따뜻한 나라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인가봉가..

그치만 조금 후에 있을 메인 퍼레이드를 위해 조금 더 버텨야했다.




thumb



바닷바람 부는 해변가에서 벗어나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니다가 집게사장이 된 귀여운 멍멍이도 만났다.

개 주인 아주머니도 음식 모양의 특이한 옷을 입고 계셨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사진을 못찍었다.

직접 다 만드신 것 같았는데 아이디어도 독특하고 퀄리티도 짱짱이었다. 개귀염!


그 후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몇 시간 버티다보니 퍼레이드 시작!






역시 게이 마을답게 퍼레이드 차에는 이런 신기한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게이 문화를 처음 접한 나는 신기하고 낯설기도 하고, 재밌었다.

조금 과한 표현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신선하고 좋았던 것 같다.

-뜬금없지만 나는 모든 사랑을 응원한다 :D #LoveWins-



해가 질 때 쯤 시작한 퍼레이드는 끝이 보이질 않았다.

롯데월드 퍼레이드 수준으로 생각하고 퍼레이드 끝나면 돌아가려 했는데 나의 엄청난 오판이었다.

퍼레이드 차에 지나가는 순서대로 번호가 붙어있었는데 1, 2로 시작해서 20... 30.. 40까지.. 진짜 끝이 없었다.

각기 다른 테마의 퍼레이드 차가 40개, 아니 그 이상이라니...

이 동네 사람들은 1년 내내 이 카니발만 준비하나보다... 퍼레이드만...



결국 너무 춥고 늦어서 40번 차가 지나가고 사람들 틈을 간신히 비집고 나와 기차역에 갔는데...

'딱' 도착했을때 막차가 '딱' 떠났다.

-인생에는 가끔 말도 안되게 타이밍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말그대로 "멘탈 붕괴"

카니발로 인해 기차가 새벽 2시까지 있다는 시간표를 보고 맘 놓고 놀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건 오후 11시 막차 이후 2시부터 기차가 있을거란 뜻이었다.

차도 없고, 다른 교통수단이 없던 우리는 약 3시간을 추위에 벌벌 떨며 길거리에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스페인 여행을 함께한 이모와 중딩 사촌동생은 이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여행은 고생이 남는 거라는걸 느꼈다.-




새벽 2시. 우리는 다행히 아무 탈 없이 숙소에 돌아갈 수 있었다.

담요 한 장 없이 너무 춥고 지치고.. 술 취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힘들었지만 다음날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만. 동행자들은 말이 없었다.-




[출처] Flickr


[출처] Flickr




메인 카니발은 어두웠고, 정신없이 구경하느라 사진도 제대로 못찍어서 긁어온 사진으로 대체!

시체스 카니발은 이런 느낌이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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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나홀로 유럽 | 2015.01-0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