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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 마무리: 시드니 여행 D+2]

 눈부신 푸른빛의 호주 블루마운틴(Blue Mountain) 투어




 시드니(Sydney)에 도착한 *첫 날에는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나와 시티 구경을 하며 보냈다. 분명 같은 호주인데도 브리즈번(Brisbane)과는 분위기가 굉장히 달랐다. 호주를 대표하는 큰 도시인만큼 복잡할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복잡함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은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3박 4일 뿐. 왠지 시드니 여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다음 날, 본격적인 시드니 여행이 시작되는 2일차 아침 해가 두둥실 떠올랐다. 우리는 해가 막 떠오른 이른 시간부터 부랴부랴 나갈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아침 7시, 시드니 중심에서 출발하는 투어 버스에 늦지 않게 탑승해야했기 때문!



시드니 블루마운틴 투어고급 투어 버스와 가이드 아저씨



 난생 처음 해보는 투어에 설렌 탓인지 우리는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집합 장소였던 호텔 앞에는 목적지가 적힌 크고 작은 자동차들이 길을 따라 나란히 세워져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던 고급 대형 버스가 우리가 예약한 블루마운틴(Blue Mountain) + 제놀란동굴(Jenolan Caves)행 투어 버스였다. 소규모 투어이길 바랐는데 버스 크기가 초대형인 것을 보고 시작도 하기 전에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고급 버스여서 그나마 다행..-



 버스는 곧 50여 명의 한국인들을 태우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버스에 탄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다같이 여행 와서 신이 난 젊은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 혼자 알차게 여행하는 사람, 유난히 시끌벅적하던 아주머니 아저씨들.. 그리고 시드니 시내를 출발한 지 5분 째, 기사님께 전화를 걸어 화장실에 있느라 버스를 못 탔다고 전해온 어떤 사람까지. -어딜 가나 꼭 한 명 씩은 있다.-


 변 때문에 하루를 날릴 뻔 한 남자까지 모두 버스에 탑승한 뒤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기사이자 투어 가이드셨던 아저씨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가이드 아저씨께서는 운전을 하시면서 익숙하게 마이크를 켜고 '아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하는 푸근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는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눠보자, 오늘의 목적지는 어디이며 소요 시간은 어느 정도다, 시간을 잘 지키자 하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어느 정도 중요한 얘기들이 다 나온 것 같아 이제 조용해지겠거니 했는데.. 웬걸, 그 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호주로 이민 온 이야기, 투어 회사에서 박봉 받으면서도 일하는 이유, 잘난 아들 자랑 등.. 온갖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머리 위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시드니 투어'를 하는건지 가이드 아저씨의 인간극장에 온건지.. 투어를 신청한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시드니 블루마운틴 투어블루마운틴 시닉 월드 입장권



 아침 일찍 일어나 쌓인 피곤함과 쓸데없는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한 피로가 쌓여 설레어야 할 시간에 몸이 축축 쳐졌다. 짜증이 극에 달할 때 쯤, 아저씨도 입이 아프셨는지 이제 그만 떠들테니 주무시라며 마이크를 껐다. 피곤에 쩔은 내 정신도 마이크와 동시에 꺼져 금세 단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제 거의 다 왔다며 눈 뜨라는 마이크 소리에 번쩍 눈이 떠졌다.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처럼 생긴 블루마운틴 시닉월드(Blue Mountain Scenic World) 입장권을 왼쪽 손목에 착용-왼손목의 시계는 *박싱데이(Boxing Day) 때 득템한 아이템들-하고 버스가 멈춰서기를 기다렸다. 예상치 못한 소음공해에 조금 짜증나는 여행길이긴 했지만 새로운 곳에 도착해 새로운 것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다시 기분이 붕붕 떠올랐다. 

 


시드니 블루마운틴 투어


시드니 블루마운틴 투어블루마운틴 에코 포인트(Eco Point)



 시드니 중심에서부터 한~참을 달려 도착한 첫 번째 장소는 블루마운틴의 에코 포인트(Eco Point)! 멀찍이서부터 기대하게 만드는 풍경에 피곤이 싹 가시는 듯 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포인트에 가까워질 때마다 얼마나 설레던지 *_*



시드니 블루마운틴 세자매봉블루마운틴 에코 포인트(Eco point)에서 바라본 풍경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닿은 에코 포인트의 끝에서 바라본 풍경은 와, 예술 그 자체였다. 끝이 없는 것처럼 광활하게 펼쳐진 푸르른 숲 풍경에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정화되는 기분! 이 멋진 경치의 중심에서 블루마운틴의 유명한 세자매봉(The Three Sisters)도 우리를 향해 인사를 보내고 있었다. 호주 원주민의 전설에 따라 각각 메니, 윔라, 구네두라는 이름을 가진 세자매에게 나도 반가움의 인사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호주식으로는 Hi. How are you? Mates!-



시드니 블루마운틴



 이곳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니 이 산이 왜 '블루(Blue)'마운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가 갔다. 사진으로는 느낌이 덜하지만 확실히 다른 산들과는 달리 '파랗다'는 느낌이 강했다. 과학적으로는 숲이 내뿜는 유칼립투스 오일이 빛에 반사되어 푸른 빛을 내기 때문이라고. 전 세계의 13%를 차지하는 무려 91종의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이곳에 서식한다니, 그들이 내뿜는 유칼립투스 오일이 산 전체를 파란 빛으로 물들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블루마운틴은 2000년, 그 가치를 인정 받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시드니 블루마운틴


시드니 블루마운틴세자매 + 동양인 동생



 포인트 아래로 세자매봉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산책로가 나있어 사람들을 따라 우리도 한 번 내려가보았다. 투어 버스 출발까지는 10분 정도 남아서 여유롭게 파란 풍경 감상도 하고, 인증샷도 남겼다. 세자매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태양이 정면에서 내 안구를 공격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모든게 좋았다.



시드니 블루마운틴 세자매봉세자매봉(The Three Sisters)



 나중에 케이블카에서 만난 호주인 가이드 말에 의하면 세자매봉 오른편에 있는 작은 바위는 이 집안의 막둥이 남동생이라고. 블루마운틴에서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남동생 바위도 무럭무럭 자라서 누나들처럼 유명해지길 :D





 에코 포인트의 풍경 감상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타 반대편의 케이블카 탑승장소로 향했다. 블루마운틴 시닉월드에는 블루마운틴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4개의 어트랙션(Attraction)-스카이웨이, 케이블웨이, 레일웨이, 워크웨이-이 있는데 이 날 투어에 모든 어트랙션이 포함되어 있어 한 번 씩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블루마운틴 케이블웨이(Cableway)



 첫 번째로 탑승한 어트랙션은 케이블카, 케이블웨이(Cableway). 푸른 산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를 탄다는 생각에 들뜬 것도 잠시, 케이블카 하나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타는 바람에 제대로 즐기지를 못했다. 함께 버스를 타고 온 약 50여명 + 다른 관광객들까지 더해 70명 정도가 한꺼번에 탑승한 것 같다. 창문 쪽에 자리를 잡지 못하면 경치도 잘 보이지 않고, 다들 시끄럽게 떠들어서 케이블카에서 설명해주는 가이드의 목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내가 풍경을 보는건지 사람 구경을 하는건지..



시드니 블루마운틴



 그나마 창가 자리를 사수하는데는 성공했으나 방향을 잘못 잡는 바람에 세자매봉은 보지 못하고 밋밋하게 떨어지는 폭포만 구경할 수 있었다. 케이블카에 탑승할 때 좀 더 전투적으로(?) 정면의 창가 자리를 차지했어야 했는데..



시드니 블루마운틴블루마운틴 스카이웨이(Skyway)



 그 다음에 바로 스카이웨이(Skyway)에 탑승했는데 여기서도 자리 선점에 실패하는 바람에.. 하나도 즐기지 못했다. 차량 중심부에 바닥이 유리로 되어있어 블루마운틴을 발밑으로 내려다보는 것이 스카이웨이의 핵심 포인트인데 꼬마들한테 밀려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데다가, 케이블웨이와는 달리 내부가 좁아서 마치 출근길 지하철에 낑겨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스카이웨이에서 내가 본 거라고는 앞사람과 그 앞사람 머리 사이로 보이는 풍경 뿐.. 썩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시드니 블루마운틴 옛 광산워크웨이 중간에 있는 옛 광산


시드니 블루마운틴 옛 광산



 다음 코스는 워크웨이(Walkway).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카이웨이나 케이블웨이처럼 기구가 따로 있는게 아니고, 길을 따라 걷는 코스였다. 여러 길이 있길래 맘 같아서는 다 가보고 싶었지만 가이드 아저씨가 시간이 없다며 재촉해서 따라다니기에 바빴다.

 그 넓은 산 위, 요리조리 이어진 길을 딱 1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이것도 걸으려고 걸은게 아니라 그냥 다음 코스로 가는 길이 이 길 밖에 없어서 지나간게 아닌가 싶다. 산책로 중간에 옛날 광산이었던 곳이 있어 흥미로웠는데 역시 가이드 아저씨 따라가느라 사진만 대충 찍고 지나가야했다. 투어는 원래 이렇게 바쁜 것인가...





 손목에 채워진 티켓을 기계에 띡- 찍고 마지막 어트랙션을 타러 입장. 케이블웨이와 스카이웨이에서 충분히 실망해서 별 기대없이 끌려가듯 들어섰다. 



시드니 블루마운틴



 저 멀리 세자매봉을 바라보며 잠시 대기. 놀이공원 같은 느낌에 좀전의 실망스러웠던 경험은 금세 잊고 또 설레기 시작했다. 이 넓은 산을 한 바퀴 스릴있게 도는 롤러코스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블루마운틴 레일웨이(Railway)



 드디어 기다리던 열차 입장!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빨간 열차에 탑승했다.



시드니 블루마운틴



 결과는.. 꿀잼! 탈 때만 해도 평범해 보이던 열차는 뚜껑이 덮히면서 완전히 색다른 놀이기구로 변신했다. 52도의 경사를 아주 빠르게 오르는데 이게 블루마운틴의 속살(?)로 들어간다. 정확히 말하자면 블루마운틴 내부, 동굴로 들어가는 것이다. 근데 이 동굴이 딱 열차에 맞는 사이즈여서 그 어느 기구보다도 가깝게 블루마운틴을 느껴볼 수 있었다. 기대 없이 타서인지는 몰라도 아주 스릴있고 재밌었다. 물론 이것도 제일 명당인 앞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어차피 뚜껑 덮고 동굴에 들어가는거라 맨 뒷자리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무튼 4개 어트랙션 통틀어서 가장 재밌고 좋았다.


 참고로 좌석에 있는 버튼으로 의자 기울기 조절이 가능하다. 최대로 기울여 64도의 경사-기본 52도-로 체험할 수도 있으니 스릴을 즐긴다면 의자를 더 기울이길 추천!



호주 햄버거


호주 피시 앤 칩스



 블루마운틴 시닉월드의 모든 어트랙션을 즐기고 난 후, 내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수제버거와 피쉬 앤 칩스(Fish n' Chips). 단체로 주문한 음식이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사실 가이드 아저씨가 다음 목적지에 시간 맞춰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며 재촉해서 급하게 먹느라 제대로 맛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배 고픈 상태에서 허겁지겁 먹느라 맛있게 느껴진걸까..? -투어가 원래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바쁜건가...-



 순식간에 점심을 해치우고선 다시 버스에 올라 다음 목적지인 제놀란 동굴로 향했다.


 버스에 올라타서 남자친구랑 투어는 우리랑 안 맞는 것 같다는 이야기만 몇 분을 한 것 같다. 이렇게 사람 많고, 정신 없고, 시간에 쫓기는 여행이 될줄이야. 이 좋은 날씨에 이 좋은 풍경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자유여행으로 왔으면 어트랙션도 몇 번 씩 타고,-티켓이 있으면 무제한 탑승이 가능하다.- 세자매봉으로 이어진 다리도 건너보고, 유칼립투스 숲속을 걸으며 힐링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블루마운틴은 꼭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투어로 방문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투어가 처음이라 적응을 못해서 그런걸지도, 또 유독 말이 많고 설명은 안 해주는 가이드 아저씨를 만나서 그랬는지도..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에 시드니에 오게 된다면 그 때는 꼭 투어 없이 블루마운틴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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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