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마무리: 시드니 여행 D+2]

놀랄만큼 아름다운 동굴, 제놀란 동굴(Jenolan Caves) 투어




 시드니(Sydney)에서 파란색을 담당하고 있는 아름다운 *블루마운틴(Blue Mountain) 구경을 마치고 향한 다음 목적지는 제놀란 동굴(Jenolan Caves).

 투어 시작할 때부터 가이드 겸 기사 아저씨께서 "블루마운틴에서 제놀란까지 이 큰 버스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하시기에 운전에 대한 자부심이 크신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달리면서 보니 정말 자부심을 가지실만 했다. 산길이다 보니 구불구불한 건 기본이고, 경사도 심하고, 길도 좁고.. 무엇보다 바로 옆이 낭떠러지여서 마치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아주 오랫동안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블루마운틴 돌아다니느라 쌓인 피로를 버스에서 자면서 좀 풀고 싶었는데 낭떠러지가 아른아른거리는 창 밖을 한 번 보고나니.. 심장이 쫄깃쫄깃 해져서 도저히 눈 감고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제놀란 동굴 마을(Jenolan Caves Village)



 험난한 산길을 달리고 또 달려 내 심장이 천 번을 치댄 떡 마냥 쫄깃쫄깃 해졌을 때 쯤, 목적지에 도착했다. 동굴이라기에 내리자마자 박쥐가 퍼드덕퍼드덕 날아다니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박쥐 대신 예쁜 마을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따스한 주황빛의 집들을 보니 낭떠러지 아래를 내려다보며 올라오느라 흥분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았다.



제놀란 동굴 투어 티켓



 티켓을 나눠 받고 잠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화장실 다녀오서 자판기 음료수를 하나 뽑아 마시기에 적당했던 시간.



박쥐 아님 주의



 그리고 드디어 제놀란 동굴 입장! 여기서부터는 운전해주신 가이드 아저씨 대신 동굴에서 근무하시는 호주 가이드 아주머니, 아저씨와 함께했다. *바이런베이(Byron Bay) 등대와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서 오래 거주하신 분들께서 가이드로 활동하고 계신 것 같았다.



동굴과 바깥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



 색색깔의 조명을 받아 예쁘게 빛나던 이곳이 동굴과 바깥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 이곳에 잠시 모여 가이드분들로부터 주의사항을 전달 받았다. 크게 떠들면 안 된다, 미끄러질 수 있으니 조심해라, 동굴이 넓어서 뒤쳐지면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잘 따라와라,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지 말아라, 사람 손이 닿으면 색이 변하니 절대 만지지 말아달라 등 기본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제놀란 동굴 내부



 기본적인 설명을 듣고 난 후, 본격적으로 동굴 투어가 시작되었다. 가이드 두 분께서 투어 참가자들의 맨 앞과 맨 뒤에서 손전등으로 부분부분 비춰가며 설명을 해주셨는데 우리는 무리의 중간에 끼어있어서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사진 찍으며 속도를 줄여 무리의 맨 끝에서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걸었다. 다른 투어 참가자들은 가이드의 설명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덕분에 가이드 아저씨를 우리가 독점(?)할 수 있었다. 거대한 크리스탈도 보고, 무슨 결정 같은 것도 만져보고, 궁금한 것들은 질문도 해가며 아주 알찬 시간을 보냈다.





 동굴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정말 아름답고 경이로웠지만, 그 중에서 자연이 만든 샹들리에로 장식된 동굴 천장이 가장 인상깊었다. 학교 다닐 때 과학시간에 종유석, 석순과 같은 용어를 배웠었는데 놀랍게도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용어만 가물가물하게 기억날 뿐- 가이드 아저씨께서는 저 하얀 것들이 다 몇 백 년 된 크리스탈이라고 설명해주셔서 그런가보다 싶으면서도 내가 알고있던 크리스탈과는 달라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생긴 걸로는 크리스탈보다는 종유석이나 석순 같은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데..

 문득 궁금해져서 집에 돌아와 검색해보니 정확히는 '석회암 크리스탈 종유석'이라고. 크리스탈이라 설명해주신 가이드 아저씨 말도 맞고 내 희미한 기억 속의 종유석도 맞았다. -Darney 님이 여행 지식을(를) +1 획득했습니다.-





 가이드 아저씨께서는 거대한 크리스탈 종유석을 손전등으로 비추면서 저 종유석이 손톱만큼 자라는데 약 백 년이 걸린다고 하셨다. '그럼 저 크리스탈은 몇 살인가요?' 했더니 몇 만 년은 되지 않았겠냐며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셔서, '그럼 이 동굴은 얼마나 오래됐어요?'라 다시 물었더니 몇 억 년-약 3억 4천만 년 전에 형성-이 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이라고 답해주셨다.  내가 지금 밟고 있는 이 땅이 그렇게 역사가 깊은 곳이라니.. 팔에 소름이 돋았다. 이 동굴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크리스탈 종유석들은 모두 기나긴 지구 역사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동굴이 3억 년 이상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의미있어 보였다. 돌에 새겨진 문양도 괜히 공룡 흔적일 것 같고, 석기시대 사람들이 남긴 문자일 것 같았다. -확인된 바 없음-



동굴탐험대



 개인 가이드 같은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구경하다보니 일행들과 조금 멀어졌다. 이렇게 통로를 지날 때만큼은 빨리빨리 앞으로! 





 통로를 지나고나니 웬걸, 여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경이로운 규모의 종유석 상들리에가 눈 앞에 펼쳐졌다. 이 크기가 되려면 몇 만 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더 멋있게 느껴졌다. 몇 만 년의 세월을 어쩜 저렇게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는건지, 자연은 역시 위대한 예술가구나..





 아름다운 종유석들로 장식된 벽 옆으로는 작은 통로가 있었는데, 저 안에 아주 아름다운 색을 띄는 크리스탈이 있다고 했다. 줄을 서서 봐야할 정도로 좁은 곳이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안 보고 갈 수 없으니 얼른 사람들 뒤에 섰다.





 좁은 통로의 끝에서 빛을 받아 자태를 뽐내고 있는 주황빛의 크리스탈을 만났다. 다른 크리스탈과는 달리 색이 있는게 신기하기는 했지만 워낙 멋있는 것들을 많이 봐서 기대한만큼 놀랍지는 않았다. 얼핏 보면 노릇하게 익은 베이컨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저 크리스탈 보다는 옆 벽을 장식한 종유석 샹들리에가 더 마음에 들었다.



크리스탈 종유석과 함께



 좁은 통로를 다시 빠져나와 내 마음에 쏙 든 크리스탈 종유석 샹들리에 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남겼다. :D




주황색 종유석 샹들리에



 그 후로도 계속 놀랄만큼 멋있는 동굴 속 풍경들이 이어졌다. 사진만 보면 다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곳이다. 블루마운틴 투어와 묶여있어서 왔을 뿐, 큰 기대는 사실 없었는데 블루마운틴에 뒤지지 않는 시드니 최고의 여행지였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역시 블루마운틴과 마찬가지로 '투어'로 왔다는 것.. 블루마운틴은 시간에 쫓기며 급하게 코스를 찍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쉬웠다면, 제놀란 동굴에서는 호주 가이드 분들 덕분에 급하지는 않았으나 같이 여행하는 투어 여행객 분들이 매너가 없어서 불편했다. 맨 끝에 가이드와 함께 다니는 우리 앞에 아주머니 두 분, 아저씨 두 분으로 이루어진 그룹이 있었는데 만지지 말라는 크리스탈 손으로 만지고, 사진 찍으면서 소리 지르고 깔깔거리고 하는 모습에 같은 한국인으로서 참 창피했다. 그 분들이 사진 찍느라 길을 막아서 못 움직이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맨 뒤에 오는 우리를 본인들 사진기사처럼 부리기도 했다. 우리 부모님 나이 정보 되보이셔서 함부로 말을 하지는 못하겠고.. 여행 와서 들뜬 기분은 같은 여행자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본적인 매너는 지켜가며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나는 동굴 투어를 마치고 다시 동굴과 바깥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로 나와 기념사진을 또 찰칵. 동굴은 너무 어두워서 인증샷을 많이 남기지 못했다. -하드에는 온통 크리스탈 사진 뿐-



동굴 밖 세상



 아주 알찼던 동굴 투어를 마치고 다시 해가 쨍쨍한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 집에 돌아가기엔 아직 이른 시간 같았지만 위험한 산길도 내려가야 하고, 시드니 시티까지는 또 한참을 달려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버스에 올랐다. 



 가격대비 알차고 실속있는 투어였지만 다시 시드니를 여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때는 투어 상품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 운전할 필요 없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고, 짧은 시간동안 중요 포인트만 쏙쏙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여유롭게 여행하는 스타일인 우리에게는 맞지 않았다. 운전자 겸 가이드 아저씨의 쓸데없는 이야기와 매너 없는 여행객들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었고.. 돈을 조금 더 쓰고 더 수고스럽더라도 개별적으로 여행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잘 맞는 것 같다. 


 참고로 우리가 이용한 투어 상품은 오즈게코에서 판매하는 [시드니 블루마운틴 + 제놀란동굴 (한인데이투어)] 상품으로 1인당 $100의 요금이 들었다. 투어 차량과 가이드 겸 운전기사님, 입장료 그리고 점심식사가 모두 포함된 가격으로 저렴한 편. 여행기간이 짧거나 말이 통하는 한국인들과 편하게 구경하길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광고 아님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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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profile
     댓글  수정/삭제 김해인 ☽
    2017.08.22 20:14 신고

    안녕하세요. 시드니 오래 있었는데 일하느라ㅠ 한 번도 못가본 곳이네요. 언제 또 호주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가 되면 많이 놀러다녀야겠어요ㅠ

    •  수정/삭제 Darney
      2017.09.04 14:31 신고

      안녕하세요! 다시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D
      일하느라 못 가봤다는 말 완전 공감해요.. 저도 브리즈번에서 일 하느라 오히려 더 못 돌아다녔었어요 흑흑
      저도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면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구경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만.. 다음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ㅠ

  • profile
     댓글  수정/삭제 _Chemie_
    2017.10.31 23:56 신고

    와 3억년이라니.... 시드니가 이렇게 멋진 곳이었던가요?
    새삼 놀라게 되네요.
    그나저나 중국인 관광객들 욕하는 한국 여행자들이 참 많지만, 저도 가끔가다 보면 누가 누굴 욕하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끄러운 한국인 관광객들을 만나게 되더라구요.
    배려하면서 다니면 좋을텐데.
    사진기사처럼 부렸다고 하시니 갑자기 생각이 난건데,

    남편이 인상이 좀 좋기는 한데, 로마 콜로세움에 갔을 때 한 커플 사진을 부탁받고 찍어주고 나니 한국인들이 뒤로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구요ㅋㅋ
    한 세팀을 연속 찍어줬는데, 다른 어떤 남자분이 갑자기 "애들아 우리도 단체사진 찍자" 하며 흩어진 가족들을 모으더니ㅋㅋ 저희 남편에게 아무렇지 않게 카메라를 내밀고 포즈를 잡더라구요ㅋㅋ
    그냥 뭔가 여행와서 같은 한국 사람들 만나 반갑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고 다 아는 사람같은 느낌으로 그렇게 하시는 거려니... 애써 이해하며 돌아왔었답니다ㅋㅋㅋ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