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마무리: 시드니 여행 D+5]
시드니의 랜드마크 오페라하우스
시드니의 랜드마크이자 코알라, 캥거루와 함께 호주를 대표하는 오페라하우스(Opera House). 우리가 호주 워홀 종료를 앞두고 소중한 시간을 내어 브리즈번에서 시드니까지 날아온 건 사실 오페라하우스를 보기 위함이었다. 호주까지 왔는데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은 남겨야하지 않겠냐며. 우리는 그렇게 부루마블 속에서나 보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직접 보게 되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제목에는 시드니 여행 5일차라고 적었지만 사실 오페라하우스를 처음 본 건 3일차 때. *시드니 피쉬 마켓(Sydney Fish Market)에서 배를 채운 뒤 *타워 아이(Tower Eye)로 향하는 길에 잠시 들러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릿지(Habour Bridge)를 감상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페리 위에서도 봤으니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 투어를 갔던 날을 제외하면 시드니 여행 내내 오페라하우스와 함께한 셈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오페라하우스를 처음 만난 날에는 오페라하우스가 아주아주 잘 보이는 건너편 공원에서 감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에서 보는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릿지의 풍경이 최고였다! 오페라하우스 가까이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 없고, 시끄럽고, 복잡한데 반해 건너편 오페라하우스 전체가 그림처럼 보이는 이 공원은 여유롭게 시드니의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그야말로 명당이었다.
브리즈번 페리보다 덜 예쁜 시드니 페리
이곳에서 멍하니 풍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오페라하우스 앞을 계속 지나다니는 노란 배가 자연스레 눈에 띈다. 사진 찍는데 느릿느릿 지나가고, 방금 지나간 것 같은데 또 지나가고. 알고보니 이 노란 배가 시드니의 대중교통수단 중 하나인 시드니 페리였다. 오페라하우스 바로 옆이 페리 선착장(Circular Quay, 써큘러 키)여서 계속 지나다닌 것이다.
한국의 노란 택시를 연상케 하는 시드니의 노란 페리를 보며 우리는 *브리즈번 페리가 더 예쁜 것 같다며 브리즈번 부심(?)을 부리기도 했다. -근데 객관적으로 봐도 페리는 브리즈번 시티 하퍼가 제일 이쁜 것 같다. 싸랑해요 브리즈번-
공원에는 우리처럼 관광객 티를 팍팍 내며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 외에도 잔디밭에 누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벤치에 앉아 혼자서 호랑이 분장을 하고 있는 외국인 한 명이 눈에 띄었다. 이런 곳에서 저런 분장을 하고 있는 것도 신기하고, 저걸 혼자 하고 있는 것도 신기하고, 우리 말고는 아무도 저 사람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신기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우리는 바라던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날은 하루종일 날씨가 좋다, 흐리다 변화무쌍 했는데 사진 찍는 순간에 타이밍이 딱 좋았다. 하늘도 맑고, 물도 맑고, 하얀 배경의 오페라하우스는 빛나고 :)
시드니 하버 브릿지
하늘이 맑아서인지 이곳에서 보는 하버 브릿지도 완전 멋있었다.
시드니에 오면 하버 브릿지 꼭대기에 오르는 하버 브릿지 클라이밍(Habour Bridge Climbing)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서 못해본 게 아쉽다. -나는 언제쯤 돈 걱정없는 여행을 할 수 있으려나 T_T- 체력과 담력만 된다면 호주로 브릿지 정복 여행을 떠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참고로 브리즈번의 *스토리 브릿지(Story Bridge)도 올라갈 수 있다.-
애보리진, 호주 원주민
3일차 때 멀찍이서 오페라하우스를 감상했다면, 5일차에는 오페라하우스에 더 가까이 다가가보았다.
이 일대는 사람도 많고, 가게들도 많고, 이벤트도 참 많았다. 특히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목에서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호주 원주민(Aborigine, 애보리진)들이 인상 깊었다. 1년동안 호주에 있으면서 처음 만난 호주 원주민들. 원주민들이 삶을 터전을 잃었다던가 생계가 어렵다는 등의 안 좋은 뉴스들만 접해서인지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음에도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날, 그 어떤 이벤트보다 사람들을 주목하게 만든 자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건물 지붕 위에 올라가 헛소리를 지껄이던 미친 사람. 누구랑 얘기하는건지 저 위에 앉아서 한참을 뭐라고 뭐라고 소리를 쳐댔다. 관광지의 흔한 미친 사람이겠거니 하고 무시했는데..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저 위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한건지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을 설치해 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사건의 주인공은 어정쩡한 포즈로 바닥에 앉아 울면서 경찰과 얘기하고 있고.. 무슨 테러라도 난 줄 알았다. 다행히 어디가 폭발하거나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저 사람 하나 때문에 오페라하우스로 가는 길이 막혀서 좁은 계단을 올라 다른 길로 돌아가야했다. 어딜가나 이렇게 많은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문제적 인간이 하나 씩 꼭 있게 마련이다.
좁은 길을 돌아 겨우 오페라하우스에 도착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오페라하우스! 날씨는 조금 흐렸지만, 영상으로만 보던 장면 속에 내가 들어와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저 벅찼다. 우리가 정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오다니!!!
그 황홀함에 취해서인지 바닥에 고인 물을 마시는 갈매기 마저도 아름다워 보였다..
퀸 엘리자베스 크루즈
오페라하우스를 뒤로 하고 난간에 기대어 하버 브릿지를 감상하려는데.. 거대한 배에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Queen Elizabeth(퀸 엘리자베스)라 적힌 저 배는 사실 *페리 여행을 하던 날에도 봤었는데, 이렇게 멀리서 보니 그 크기가 더 어마어마했다. 하버 브릿지와 비슷한데다 옆에 지나가는 시드니 페리가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라니!
저 거대한 배의 정체가 궁금해 검색해보니 Queen Elizabeth, 그리고 Queen Mary 2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유명한 크루즈 선들이라고 한다. 이 날 시드니 하버에 이 배들이 정박한다고 *뉴스도 나고, 이것들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깊게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얼핏 봐도 대단해보이니.. 타이밍 좋게 이 배들을 구경하게 되어 영광스럽다. 이게 연이 되어 나중에 저 고급스러운 배에 한 번 타봤으면 좋겠네. -헛된 꿈..-
한참 시드니를 눈에 담고 있을 때 쯤, 어디선가 갑자기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려 잠시동안 오페라하우스 일대가 혼돈의 카오스가 되었다. 순간적으로 아까 지붕 위의 그 미친 사람이 진짜 테러리스트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명을 지르는 여자도 있었고, 깜짝 놀란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정말 전쟁이라도 난 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펴보니 굉음의 정체는 테러가 아니라 반대편 루나 파크(Luna Park) 쪽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였다. 대포 같은데서 연기가 나는걸로 보아 무슨 전쟁 재현 같은걸 한 듯 보였다. 이렇게 큰 소리를 낼거면 미리 경고라도 해주지.. 안 그래도 전 세계가 테러 위협에 긴장하고 있는데 뜬금없는 굉음이라니, 그것도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본격적인 오페라하우스 구경을 시작했다. 오페라하우스 구석구석을 다 눈에 담아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듣던대로 오페라하우스에서 보는 하버 브릿지는 정말 멋졌다. 그 전날 아래에서 올려다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 멍하니 하버 브릿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정든 브리즈번의 *스토리 브릿지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매일 색이 변하던 야경이 참 아름다웠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그리워해서 한국에 어떻게 돌아가나 싶었다. -물론 지금은 한국에서 잘만 살고 있다.-
오페라하우스를 빙 둘러보면서 전혀 관심 없었던 오페라하우스의 지붕 아래 모양도 보게 되었다. 오페라하우스의 디자인이 귤 껍질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더니 이렇게 보니까 정말 귤 껍질 같았다. 그리고 어딘가 묘하게 곤충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약간 푸른 빛을 띄는 파리 느낌..?
오페라하우스의 뒷편에는 바다와 마주한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가로등이 불을 밝히는 밤에 오면 더 멋있을 듯!
포트 데니슨
이곳 광장에서는 저~ 멀리에 전날 *페리 여행 때 들리지 못한 포트 데니슨(Fort Denison)이 보였다. 잠깐 봤을 뿐인데 그래도 아는 곳이라고 이렇게 다시 보니 괜히 반가웠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시드니 후드티를 입고
부루마블 속 호주의 랜드마크,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한 바퀴 다 둘러보고 지나가는 외국인 할아버지께 부탁해 #호주여행 #인증샷을 남겼다. 나름대로 고른다고 커다란 카메라를 멘 할아버지께 부탁드렸는데 발을 자르고 찍어주셨다.. 아무래도 꼬질꼬질했던 우리 신발이 마음에 안 드셨던 모양이다. -하하..-
이 날은 시드니 여행 마지막 날이라고, 전날 *타워 아이의 기념품점에서 구입한 시드니 후드를 맞춰 입고서 하루종일 온 몸으로 관광객 냄새를 풍기고 다녔다. 그것도 모자라 빨간 바지에 청록색 레깅스라니. 다시 보니 어떻게 저러고 다녔나 싶다. 또 한편으로는 뭘 입고 돌아다니든, 무슨 행동을 하든 눈치 볼 필요없던 호주 생활이 그립기도 하다. 한국 사람들한테야 촌스러워 보이지만 외국인들은 우리를 귀여운 여행객이라 생각했으리라... 자기 최면을 걸어본다.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뿌듯해하던 저 때를 추억하며, 언젠가 다시 시드니 후드티를 맞춰 입고 시드니 거리를 활보할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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