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폭발 고생 폭발 베트남 여름휴가]
-EPISODE 15-
굿바이 깟바! 하이퐁을 거쳐 수도 하노이로~
베트남 여행 7박9일의 일정도 어느덧 절반이 지나고.. 5일차 아침, 지극히 베트남스러운 바다를 보며 눈을 뜬 우리는 깟바와 작별인사를 할 준비를 했다.
우리가 머무는 3일 내내 비가 오락가락 하던 날씨는 마지막날까지도 여전했다. 우르르쾅쾅 번쩍이며 쏟아지는 빗소리에 전날 밤잠을 설치기도 했었다. 다행히 동이 트기 전 비가 그쳤지만 물이 너무 불어나서, 또 언제 갑자기 비가 쏟아질 지 몰라 불안불안 했다. 배를 타고 *하이퐁(Hải Phòng)까지 가야하는데.. 안전하게 갈 수 있으려나.
정말 그런 걱정이 당연할만큼 하늘이 흐렸다.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는게 의아할 정도로 회색빛이던 하늘. 하노이에 숙소다 뭐다 다 예약해뒀는데 돈 날릴까봐 조마조마했다.
불안한 마음은 잠시 제쳐두고 우리는 짧은 시간동안 아주 강렬했던 깟바를 추억하며 마지막 인증샷을 남겼다. 흐렸지만 습기 덕분에 색이 선명해져 사진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
미리 사두었던 하이퐁행 쾌속선 표를 꺼내들고 다시 깟바섬 중앙에 위치한 선착장으로 향했다. 배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보며 지나간 3일을 돌아보았다. 전날의 *카약부터 시작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닌 경험,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끝내주는 풍경과 *맛있는 음식까지. 정말 이번 깟바여행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최고로 알찬 시간들이었다. -깟바 짱!-
배를 기다리면서 추억여행을 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어져 당황스러웠다. 10시에 오기로 한 배는 10시가 넘어도 나타나질 않고, 지연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 그저 같은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끼리 불안한 눈빛교환만이 있을 뿐. 베트남이란 여행지는 참 예상치 못한 재미와 불안이 공존하는 아주 매력 넘치는 곳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다. -땀땀;;-
22만 동의 비싼 쾌속선은 도착예정시간으로부터 30분이 지난 후에야 선착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제야 우리는 비슷한 일정을 가진 여행객들과 함께 현지인들의 엄청난 짐, 그리고 베트남의 습한 공기를 실은 퀴퀴한 쾌속선에 탑승할 수 있었다.
배에 탔으니 이제 됐다..고 안심하던 찰나,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쾌속선이 띄워진 바다 위에는 빗방울들이 그리는 동그란 파장들이 퍼져나갔고, 습한 공기는 빗물을 머금어 더 습해져만 갔다. 그리고 쾌속선은.. 아슬아슬했다.
위 영상은 해수욕장에서 파도타기 하며 신나게 찍은게 아니라, 서핑을 하면서 찍은게 아니라.. 쾌속선 창가에 앉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창밖을 촬영한 것이다. 내가 탄 배가 쾌속선인지 잠수함인지 아니면 무슨 날치체험인지 모를 정도로 아주, 정말, 엄~청! 짜릿했다. 어제 *카약에 이어 두번째로 베트남 물귀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배에 함께 탄 베트남 현지인들도 이런 경험은 흔치 않은 듯 파도가 배를 덮칠 때마다 소리를 지르곤 했다. -난 너무 무서워서 입도 뻥끗 못하겠던데..- 너란 깟바섬 정말 끝까지 다이나믹 하구나 ^_^;
다행히 물귀신이 되지 않고 살아서 하이퐁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하노이행 버스를 탈 수 있는 터미널로 향했다. 하이퐁 벤 빈(Bến Bính) 선착장에서부터 니엠 니아 버스터미널(Bến xe khách Niệm Nghĩa)까지 택시비는 6만 동, 한화 약 3천 원 정도가 들었다.
선착장 내려서부터 터미널 도착까지 비가 진짜 마구 쏟아져서 옷도 짐도 쫄딱 젖어버렸다. 안 그래도 땀에 온 몸이 젖어있던지라 비 맞는다고 크게 다를건 없었으나 10배 정도 더 찝찝했다. 특히 걸을 때마다 물이 삑삑 나오는 신발이 압권이었다. -한국 가기 전에 버리고 가야지..-
겨우겨우 비를 뚫고 터미널에 도착해서도 계속 들러붙는 호객꾼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하노이로 가는 티켓 하나 사고 싶을 뿐인데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건지. 그 짧은 시간동안 나에게 말을 건 사람만 대여섯명이 되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생겼나?..
끈질기게 달려드는 그들을 뿌리치고 -남자친구가 알아본- 고급버스회사 창구를 찾아가 힘들게 하노이행 버스 티켓을 구했다. 하이퐁에서 하노이까지 가는 시외버스 가격은 1인당 9만 동(한화 약 4,500원). 이거 하나 사는게 왜 이렇게 힘든건지 휴.. 다행히 버스 출발까지 시간이 여유로워서 시원한 VIP 대기실에 앉아 몸과 머리를 식힐 수 있었다. -동남아 호객꾼들 너무 싫다 T_T-
버스는 VIP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게 아주 쾌적하고 좋았다. 에어컨도 빵빵하니 시원했고, 여러 사람이 거쳐갔을 의자도 *쾌속선 의자와는 달리 찌들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시원한 물이랑 땀 닦을 물티슈도 주고, 당 충전용 사탕까지 쥐어주서 맘에 쏙 들었다. 베트남 여행 중에 경험한 모든 교통수단-*비엣젯(Vietjet) 비행기 포함-을 통틀어서 최고였다.
쾌적한 버스 안에서 창문을 톡톡 두들기는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아주 꿀잠을 잤다. 비 때문에 유난히 더 힘들었던 하루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았다. 단돈 4천 5백원의 행복...♥ 하노이로 가는 길이 조금 더 멀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단잠을 잤던 것 같다.
한편.. 쏟아지는 비와 함께 시작된 하노이 여행은 어떨까 걱정 반, 기대 반. 마음도 비처럼 오락가락 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보내게 될 여행의 남은 반절도 지난 반절만큼이나 재미있길, 그리고 부디 무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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