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폭발 고생 폭발 베트남 여름휴가]

-EPISODE 21-

차 없는 주말의 하노이 구시가, 그리고 낡은 커피 한 잔

 

 

 

 북적북적한 하노이의 거리가 한산해진 주말. 오래간만에 우리도 여유로운 여행자 모드로 전환하여 아껴뒀던 베트남의 구시가지를 천천히 감상하며 걸어보기로 했다.

 

 

베트남 하노이
주말의 하노이, 차 없는 거리

 

 

 베트남의 구시가는 36거리로 대표되기도 한다. 대부분 'Hang(Hàng)'-가게라는 뜻의 베트남어-으로 시작되는 거리가 36개 모여있다는 뜻-실제로는 36개가 아니라 2배보다 더 많은 76개 이상의 거리라고 한다.- 으로 각각의 거리는 그 거리만의 테마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Hang Tre(대나무라는 뜻의 베트남어)는 대나무를 비롯한 목재 수공예품을 파는 거리, Hang Ga(닭고기라는 뜻의 베트남어)는 닭, 비둘기, 오리 등 고기를 파는 거리를 의미한다. 시간이 흐르고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거리의 테마와는 맞지 않는 다양한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기도 하지만 구시가지 보존을 위한 베트남 정부의 노력으로 오래된 가게들이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고.

 

 

Hang Dao. 과거에 옷감들을 팔던 곳이 지금은 패션의 거리가 되었다.

 

 

 옷감 가게들의 거리에서 패션의 거리가 된 Hang Dao를 시작으로 76개 거리가 얽히고 섥힌 구시가지를 천천히 감상했다. 옛날에는 이 거리가 어땠을까 상상해보기도 하고, 판매하는 물건들을 바탕으로 거리 이름의 뜻을 유추해보기도 하면서 아주 즐겁게 싸돌아다녔다.

 

 

베트남의 곡물 가게
짭짤한 반미 장사

 

 

 거리가 76개나 있지만 역시 제일 재밌는건 먹거리 구경! *반미 너무 좋잖아요...ㅎ_ㅎ♥ 

 

 

 

베트남의 예술가

 

 

 골목골목을 지나다니면서 예술가의 느낌이 물씬 나는 할아버지의 가게를 흘끔 구경하기도 했다.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 가게라 눈이 갔는데 할아버지께서 거꾸로 매달린 신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셔서 더욱 흥미로워졌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신문의 글자가 거꾸로 써져있는게 보인다.- 과연 할아버지는 거꾸로 된 글자를 읽고 계셨던걸까 아니면 신문에 실린 사진을 뒤집어 보면서 스스로의 예술적 영감을 자극하고 있으셨던걸까...?

 


 

 

 

숨은 카페 찾기

 

 

 걷다보니 또 체력이 고갈되어서-정확히는 남자친구의 체력고갈. 카페인이 널 구해주리라- 진짜 베트남 카페 같다는 평이 인상 깊었던 카페 딘(Cafe Dihn)을 찾아갔다. 잠시 쉬어가려고 카페를 찾은건데 카페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 힘들었다. 분명 지도가 알려주는 곳으로 찾아갔는데 가방가게만 있고 카페는 대체 어디..? 한참을 헤매다가 가방가게 아저씨한테 물어 카페가 2층에 있다는 아주 중요하지만 몰랐던 사실을 알아내었다. 친절하게 붙어있는 간판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이미 주변을 세바퀴 쯤 돌았을 때였다. 나는 HP 0%가 된 남자친구의 눈치를 보았고 가방은 안 사냐는 은근한 눈초리의 가게 아저씨를 애써 무시했다. 얼른 카페로 올라가야했다. 

 

 

아니.. 이게 정말 카페가는 길이라고?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가방가게 아저씨를 500번 정도 의심했던 것 같다. 가방을 안 사줘서 우리의 장기를 털어가려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2층 가는 계단의 분위기는 아주 스산했다. 누아르 영화 같은걸 보면 주인공이 굳이 이런 건물에 기어 들어가서 악당의 습격을 당하던데. 우리가 그 굳이 제발로 기어들어가는 주인공은 아니길 바라며 계단을 꾹꾹 밟아올라갔다. -진짜로 무서웠졍..-

 

 

여기는 카페인가 아주머니 집인가

 

 

 다행히 2층은 진짜 카페였다.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아주 많이 달랐지만.

 

 

 

 

 다른 여행객들의 평에서 본 것처럼 정말 인기가 많은 곳이기는 했다.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구석의 앉은뱅이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앉은뱅이 의자에 털썩 앉아 커피를 한잔 주문하고나니 정말 베트남 속의 리얼 베트남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뭐랄까, 시골 할머니가 운영하는 집 안의 작은 카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옛날 디자인의 작은 컵에 프림과 설탕을 듬뿍 넣은 커피가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 흔하게 마주쳤던 *콩카페와는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베트남 연유커피, 카페 쓰어다

 

 

 익숙한듯 낯선 분위기의 카페 구석탱이에서 '카페 쓰어다'라고 불리는 연유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이 낡은 카페와 낡은 카페를 찾은 베트남 사람들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여유로웠다. 낯설고 어색한 우리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카페인을 들이키면서도 차분했다. 

 

 

호안끼엠 호수뷰

 

 

 전반적으로 어두침침한 이 카페에도 명당은 있었다. 한 번에 4명 정도만 겨우 앉을 수 있는 *호안끼엠 호수 뷰의 작은 테라스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앉아보지는 못했다. 명당에 앉은 행운의 손님들은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를 우리를 의식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 앞에 펼쳐진 여유로운 호수뷰를 감상하며 달달씁쓸한 커피를 홀짝일 뿐. 조금 더 기다려볼까 싶었지만 실내를 가득 채운 담배냄새를 버티지 못했다. -실내 흡연이 자유로운 카페이므로 비흡연자분들은 타이밍 안 맞으면 입장과 동시에 퇴장하고 싶어질 수도 있음 주의-

 

 

저녁의 베트남 구시가지

 

 

 어느덧 어둑어둑 해가 저물고.. 뜨거웠던 날씨가 조금씩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가게들은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했고 구시가지의 거리는 대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금요일밤 강남보다 정신 없는 금요일밤 하노이 중심가

 

 

 하지만.. 더위가 가고 사람이 이렇게 많이 밀려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주말에만 열린다는 야시장을 구경하고 싶었건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야시장이고 뭐고 집에 가고싶은 마음만 들었다. 차 없는 거리는 말 그대로 '차'만 없을 뿐 오토바이는 많았다.. 여행객들과 현지인들, 그리고 장사꾼들과 오토바이가 섞여 거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차 없는 주말 하노이에서의 여유는 '대낮한정판'이었나보다.

 

 너무 많은 인파에 비록 기대했던 야시장은 마음껏 구경하지 못했지만 여유롭게 베트남 구시가지를 걷는 경험은 충분히 특별했다. 그리고 콩카페보다 훨씬 새로웠던 낡은 카페에서의 경험도!

 

 

 

 


알아보자 베트남 놀아보자 베트남 | 2017.08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4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