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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06-

호주에서의 첫 나들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가장 큰 목적은 워킹(Working)이 아니라 홀리데이(Holiday)였는데 막상 도착해서는 일자리만 찾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워킹 없이 홀리데이만 보내고 싶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도착해보니 왜 홀리데이워킹이 아니고 워킹홀리데이인지 알겠다. 돈이 있어야 홀리데이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와 남자친구는 홀리데이에 앞서 워킹을 하기 위해 구직활동에 온 정신이 팔려있었다.

 운이 좋은건지 남자친구는 금세 일자리를 구했다. *바나나벤더 백팩커스에 머물 때, 즉 호주에 온 지 2주가 채 되지 않았을 때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방 때려치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호주 워홀러들이 꺼리는 일 중 하나인 돈 별로 안 주고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14불-, 시간 많이 잡아먹고, 몸은 더럽게 힘든 한인잡이었는데 정말 고생고생 생고생을 하면서도 얻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영어도, 돈도, 시간도.. 같은 시간 백수였던 나는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긴 했지만 그것도 다 구직활동의 연장선이었을 뿐, 즐기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집으로 이사를 하고 난 후 어느 정도 호주 생활에 적응이 되기 시작했을 때, 그지같은 일과 늘어지는 백수 생활에 싫증이 난 우리는 기분 전환 겸 나들이를 나갔다. 호주 생활 2주차, 우리는 처음으로 홀리데이를 가졌다. -사실 피곤하다는 남자친구를 강제로 끌고 나간 것에 더 가깝지만-





 캥거루 포인트에 위치한 우리집에서 나오면 일단 페리를 타고 봐야한다. 이 날 우리의 목적지는 인공해변으로 유명한 사우스 뱅크(South Bank) 공원! 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활동-산책, 요가, 수영, 바베큐 파티 등 말그대로 '갖가지' 활동-을 위해 주로 찾는 장소이면서 집에서도 가깝다. -페리로 세 정거장 정도?- 날씨도 좋고, 페리도 제때 오고, -나만- 기분도 좋고. 신나게 South Bank Parkland로 향하는 페리에 탑승했다.





 페리 타고 다니면서 살짝살짝 보기만 했던 공원인데 직접 와보니 생각보다 더 크고 푸르렀다. 이미 아침부터 나와 들판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강아지들로 공원이 채워져있었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드넓은 공원에서 맨발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한 번 호주는 좋은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 어려서부터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 이곳의 아이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도시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나는 공원에 가기 위해 차를 탔어야했었는데..



thumb인생무상



 드넓은 초록 잔디밭 속 벌레들이 무서웠지만 맨발로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에게 영감을 받아 나도 한 번 누워보았다. 높은 하늘 천장 아래 따뜻한 햇살 이불을 덮고 누우니 속세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추운 겨울날 하루종일 지친 몸을 뜨신 전기장판에 누웠을 때의 느낌과 꽤나 비슷했다. 눈은 조금 부셨지만 따뜻하고 노곤노곤하니 참 좋았다. 하지만.. 내 팔다리 위로 올라와 성가시게 간질이는 벌레들 때문에 금방 일어나야했다. 잠깐 누웠을 뿐인데 벌레들에게 다리와 팔을 된통 뜯겼다. 애들은 맨발로도 잘만 뛰어다니던데 왜 나만 물리는건지. 한국에서는 여름에 모기 한 번 물린 적 없는 난데 호주에 온 이후로 팔다리가 깨끗한 날이 없다. 호주 벌레들 사이에서 인기가 폭발하고 있는 중이다. 




브리즈번 싸우스뱅크 그리스음식점, ZEUS(제우스)



 잔디밭 좀 돌아다녔다고 금세 배가 고파졌다. 나름 브리즈번 관광지인 이곳 주변엔 식당이 참 많았는데 하나같이 비싸서 고르기가 힘들었다. 남자친구가 돈을 벌었다며 사주기로 했는데 아무리 돈을 벌었어도 부담되는 금액들이었다. 순회 공연하듯 거의 모든 식당들의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선택한 곳은 그리스 음식점. 그리스 음식점답게(?) 이름도 ZEUS(제우스)였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제우스는 알지만 그의 메뉴는 아무리 읽어도 도통 모르겠어서 일단 저렴하면서 맛있을 것 같은 이름을 선택했다. 한참을 고민해서 10.5달러짜리 돼지고기와 닭고기 피타스(Pitas)를 하나씩 주문했다. 어쨌든 돼지고기랑 닭고기니까 맛이 없을수는 없을거라 생각했다.





 호주는 곳곳에 새들도 참 많은데 특히 공원에서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만날 수 있다. 밥 기다리며 두리번두리번 하다 정말 새~까만 까마귀와 눈이 마주쳤는데 무슨 만화에 나오는 새 같아서 사진을 찍어뒀다. 만화 속에서 악당들이 키우는 애완까마귀 같았다. 그래, 넌 어떤 악당의 지시로 날 감시하러 온거니? -그 악당놈이 여기 음식점 가격 이렇게 올려놓은거니?...-



ZEUS - Uncle 'TZIMMY' Classic Chicken, Papou Niko Pork



 그리고 그 악당놈은 우리의 음식에도 장난을 친 것 같았다. 빵과 함께 나올 것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10.5달러짜리 샌드위치일 줄이야. -우리한텐 빵 안에 고기 있고 야채 들어있으면 그냥 다 샌드위치- 나야 뭐 주는대로 잘 먹는 스타일이지만 음식에 대해서 조금...이 아니라 많이 까다로운 남자친구는 매우 실망한 눈치였다. 샌드위치인 것도 문제였지만 생각보다 적은 양에 남자친구는 시무룩해졌다. 10달러를 내고 이 작은 샌드위치를 먹는다며 신세한탄을 하면서도 배가 고팠던 남자친구는 잘 먹었다. 나도 잘 먹긴 했지만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맛있거나 하진 않았다. 돈이 살짝 아까운 맛이었다. 차라리 건너편에 있는 서브웨이에 갈껄. 앞으로는 돈 아깝지 않게 브리즈번 맛집도 좀 미리 알아둬야겠다.





 각각 10달러짜리 샌드위치로 어느 정도 배를 채운 우리는 본격적으로 관광에 나섰다. 사우스 뱅크에서 가장 유명한 인공해변(Streets Beach)을 찾아갔는데 해변을 보기에 앞서 서커스맨(?)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다 멈춰서서 잠시 구경하긴 했지만 자리 잡고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처럼 자리를 잡고 구경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인상깊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주말마다 열리는 듯한 마켓 또한 큰 볼거리였다. 강아지옷부터 집안을 장식할 소품들, 향초, 벨트, 심지어 미니 타투까지 다양한 종류의 상점들이 있었다. 몇몇 물건들은 사가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지만 백수인 나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어느 정도 돈을 벌면 이런 주말 마켓에 나와서 쇼핑을 해도 참 재밌을 것 같다. 가난한 지금은 재미보다는 고문에 가깝지만..



싸우스뱅크 인공해변(Streets Beach)



 드디어 우리의 눈 앞에 나타난 인공해변은 뜨거운 날씨에 물놀이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중간중간 물놀이기구도 있는 것이 한국의 워터파크와 비슷한 모양이었지만 그보다 훨씬 자유로웠다. 입장료도 없고, 또 물도 맑았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작정하고 물놀이를 나왔다기 보다는 그냥 한가로운 주말에 집 앞 공원에 나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얀 모래 위에 비치타올 하나 길게 깔고 누워있는 그 모습이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수가 없었다.

 조금만 걸어도 지치는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물놀이 하는 사람들을 보니 당장 달려 들어가고 싶었지만 옷도 없고 신발도 없으니.. 또 참았다. 추워지기 전에 꼭 수영하러 오자며 남자친구와 약속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보기만해도 시원한 인공해변 다음으로 우리의 눈과 발을 사로잡은건 다름 아닌 젤리가게. 젤리에 환장하는 남자친구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듯 젤리가게를 그냥 지나쳐가지 못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젤리가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신기한 모양의 젤리/사탕들이 더 많았다. 그 중에서도 레고 모양의 사탕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왠지 불량식품 맛이 날 것 같았지만 역시 가난해서 진짜 불량식품 맛이 나는지 확인은 해보지 못했다. 대신에....





 평범한 곰젤리 두 개를 얻었다. 돈 주고 산게 아니라 어떤 꼬마가 젤리를 푸면서 흘린 두 개를 놓치지 않고 집어온 것! 혹시 이마저도 훔쳐가는 거라고 혼날까봐 한 손에 꼭 쥐고 젤리가게에서 튀어나왔다. 빵을 훔친 장발장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젤리가게에서의 5분이었다. 그리고 주워 온 젤리 하나는 사먹는 10개의 젤리보다 맛있었다.



대전 브리즈번 친선비



 소중한 곰젤리를 녹여먹으며 공원을 산책하는 도중 익숙한 한국어를 발견했다. 우리 나라 대전과 브리즈번이 우정을 나누었다니. 듣도보도 못한 이야기지만 어쨌든 호주 공원에서 한국어로 무언가 쓰여진 돌을 만나니 반가웠다. 대전시와 브리즈번시가 부디 그 우정 변치 않고 오래오래 간직하길 바란다.





 조금 더 걸으니 공원과는 살짝 어울리지 않는 일본식 정원도 있었다. 호주에 오기 전, 걸어서 세계속으로 호주편들을 찾아볼 때 이 정원에 대한 내용을 봤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무슨 엑스포할 때 지었다고 하는 것 같던데... 한국식 정원이 아니고 일본식 정원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련다.





 이 정원에서는 사우스 뱅크에 위치한 *브리즈번 대관람차(Wheel of Brisbane)가 굴러가는 모습도 보인다. 역시 하늘이 예쁜 호주는 하늘을 배경으로는 어떻게 찍어도 다 예쁘게 나오는 것 같다.





 이 관람차 역시 돈이 없어서 타보지 못했다. 이쯤되니 서러워지기까지 했다. -이놈의 돈...- 한 번 탑승하는데 1인당 20달러 정도였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사우스 뱅크는 돈 벌고 다시 한 번 꼭 와야겠다. 다시 오면 그 땐 인공해변에서 물놀이도 하고, 태닝도 하고, 젤리도 돈 내고 맘껏 사먹고, 관람차도 타야지! 





 돈이 없어 서러운 내 마음을 하늘이 알았는지 갑자기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몇 분 전만 해도 파란 바탕에 하얀 구름이 뭉실뭉실하던 하늘은 회색빛으로 바뀌어있었다. 관람차를 탔으면 꼭대기에 올라가기 전에 비를 맞았을 것 같다.

 한 두 방울 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사진은 찍어야했다. 관람차 근처의 BRISBANE이라 쓰인 조형물 앞에서 내가 바로 이 브리즈번에서 잘 살고 있다며 놀러온 외국인 티를 팍팍 내며 사진을 찍었다. 나이 많은 아주머니들도 글자 위에 올라 가서 소녀들처럼 재밌게 사진을 찍으시던데 이런 거에는 또 이상하게 겁이 많은 나는 올라가지 못했다. 남자친구는 왜 이걸 못 올라가냐며 자기 혼자 올라갔는데 그 모습이 얄미워서 사진을 못 생기게 찍어줬다. -오징어는 오징오징-





 언제 맑았냐는 듯이 어두침침해진 하늘에 점령 당한 사우스 뱅크를 뒤로 하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조금 싸돌아다녔을 뿐인데 힘이 쭉쭉 빠졌다. 적당량의 햇빛은 몸에 좋다는데 그 적당량이 넘어가면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 같다.



 생각보다 더 더웠고, 금방 지쳤고, 마지막에는 비까지 와서 완벽한 나들이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무료하게 똑같은 날들 보다는 나았다. 여태 여기까지 와서 왜 이런 건 안 보고 일 찾는데 그렇게 매달렸나 싶었다. 집에서 15분만 나오면 볼거리, 즐길거리가 이렇게 다양한데. 워킹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중간중간 이렇게 홀리데이도 즐겨가며 지내야겠다. 나중에 더 많은 추억거리를 남길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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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