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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08-

도서관 라이프




 워홀러로 호주에서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며 블로그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쓰고 싶은 이야기 보따리가 한 가득, 올리고 싶은 예쁜 사진도 한 가득 쌓여있지만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기절을 한다.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눈을 뜨긴 하는데 잠이 든 기억은 없다. 생각보다 더 정신 없이 지나가는 호주에서의 생활이다. 매일 일기 쓰듯이 포스팅을 쓰는 블로거들이 존경스러워진다.

 어쨌거나 이와 같은 핑계로 오늘의 포스팅도 조금은 시간이 지난 이야기다. 그래봤자 한 달이 되지 않았지만.


 *백팩커스에서 머물며 저렴하게 숙박을 때우던 한 달 전부터 숙소만큼 자주 방문하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도서관이었다. 일 하느라 바쁜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방문하는, 낯선 땅 브리즈번에서 집 다음으로 나에게 친숙한 곳이다. 일을 구하기 전까지는 거의 매일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제목처럼 정말 하루하루가 "도서관 라이프"였다.





 집만큼 친숙한 브리즈번 스퀘어 도서관(Brisbane Square Library)은 전혀 도서관 같이 생기지 않은 건물 안에 있다. 맨 처음 구글지도를 보고 찾아갔을 땐 아무리 봐도 도서관이 아닌 것 같아서 한참을 헤맨 후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엄청 거대한 건물 안에 있지만 당연히 건물 전체가 도서관은 아니다.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정문(?)은 이렇게 생겼다. 처음 방문했을 땐 한참을 헤매다 뒤쪽에 있는 회사 입구를 통해 들어갔는데 점심 즐기러 나오는 양복 차림의 회사원들 무리에 끼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회사로 통하는, 정확히는 사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뒷문으로 들어가도 상관은 없지만 아무래도 여기로 들어가는게 찾기도 쉽고 마음도 편하다.

 


Treasury Casino



 도서관 건물 맞은편에는 오히려 더 도서관처럼 생긴 카지노가 있다. 처음에는 외관만 보고 여기가 도서관인줄 알았는데 내부 분위기는 전혀 도서관 같지 않았다. -북적북적 시끌시끌 휘황찬란- 이 카지노는 브리즈번에서 꽤 유명한 트레져리 카지노(Treasury Casino)로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들어가보지 못했다.

 카지노를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깔끔하게 차려 입고, 여권을 챙겨 가면 된다고 들었다. 어떤 곳일지 궁금하긴 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왠지 온 재산을 탕진할 것 같아서 내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는 중이다. 주워 듣기로는 하루에 한 잔 씩 무료로 커피나 음료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무료 음료를 위해 카지노에 출석하는 워홀러들도 많다는데 그 사람들이 정말 무료로 음료를 마시고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무료로 음료를 마시며 돈을 따러 가봐야겠다. 초심자의 행운을 바라며 딱 한 판만 하고 나와야지.





 도서관 같이 생긴 카지노 건물 앞 도서관 같지 않은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더 도서관 같지 않은 도서관이 있다. 잡지나 요리 서적, 새로운 책들이 놓여져 있는 1층은 그렇게 넓지가 않아 외관보다 더 도서관 같지 않다. 도서관 보다는 우리 나라 지하철 역 안에 있는 '책이 있는 휴게소'에 가까운 느낌이다. 처음엔 여기가 전부인 줄 알고 엄청 실망했었는데 2층과 3층에 진짜 도서관이 숨어있었다.





 2층은 대학교 열람실과 비슷한 느낌이다. 예약 후 사용할 수 있는 스터디룸/미팅룸과 DVD들, 무료로 사용 가능한 컴퓨터들이 있고 다른 나라 언어로 쓰여진 책들도 진열되어 있다. 한국어 소설도 있어서 괜히 반가웠다. -그치만 읽지는 않았다.-





 3층은 숨겨져 있는 진짜 도서관으로 소설, 수필, 여행, 잡지, 요리/취미, 기술 등 온갖 분야의 책들이 책장 가득 꽂혀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 2층을 지나 3층에 올라오면 왠지 책 읽다가 잠들 것만 같은 빨간 쇼파가 가장 먼저 반겨준다. 



thumbBrisbane Square Library



 전형적인 도서관의 모습인 3층은 우리 나라 대학교 도서관과 매우 비슷하다. 책장에는 책들이 가득하고, 책장 옆으로 공부할 수 있는 작은 책상과 의자가 있고, 도서 검색 할 수 있는 컴퓨터들도 곳곳에 있고. 또 언제 가도 공부하는 사람들로 책상들이 채워져있다.



[출처] Brisbane Square Library



 도서관에는 영어 공부에 유용한 책들 뿐만 아니라 DVD, CD 자료도 널려있고,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도 있고, 무료로 팡팡 터지는 와이파이도 있고, 에어컨도 빵빵하다. 그치만 내가 생각하는 브리즈번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매주 화/금/일요일마다 열리는 Free English Conversation Group이다.

 Free English Conversation! 말 그대로 무료 영어 대화 모임이다. 여행자, 워홀러, 유학생 등 브리즈번에 거주하는 영어 공부 중인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친구를 만들고, 영어 말하기를 연습할 수 있는 자리인데 정말정말정~말 좋다. 일단 정해진 시간에 3층 강당으로 가면 도서관 관계자가 5-6명 정도로 그룹을 짜주고, 오늘의 대화 주제가 적힌 종이를 나눠준다. 그룹이 정해지면 나눠준 종이에 적힌 주제에 대해서 1시간동안 같은 그룹의 사람들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딱히 지켜야할 규칙 같은건 없기 때문에 꼭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해야할 필요는 없다. 영어로 이야기 한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 Free English Conversation의 포인트이기 때문에.

 나는 여태까지 10번 정도 여기에 참석했었는데 영어 말하기 연습은 물론, 다른 나라 친구들도 사귈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또 가끔씩 같은 그룹의 한국인 워홀러들로부터 돈 주고도 못 들을 고급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참 유익한 모임이다. :D


 English Conversation이 열리지 않는 날에는 도서관에서 영어 공부를 하거나,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블로그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치만 대부분은 하루 빨리 일을 구하기 위해서 Gumtree, Seek.com, Sunbrisbane과 같은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거의 매일 점심시간 쯤 도서관에 가서 문을 닫는 5시까지, 나는 도서관에 쳐박혀 있었다. 시원한 도서관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으면 시간이 참 빨리 갔다. 자리에 앉아 구직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클릭, 클릭 몇 번 하다보면 어느새 문 닫을 시간이 다 됐다는 도서관 안내 방송이 울려퍼졌다. 가끔은 도서관에 앉아 노트북만 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버는 돈은 없는데 통장 잔고는 줄어만 가고, 시간은 계속 가고... 도서관 라이프가 하루하루 계속될수록 점점 더 조급해졌던 것 같다. 다행히 지금은 끝이 났지만.





 해가 슬슬 저물어가는 때에 도서관을 나오면 도서관 같이 생긴 카지노는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더 어두워지면 화려한 색깔의 조명옷으로 바꿔입는데 그 땐 정말 카지노 같아 보인다. 다음에 카지노에 돈 따러 갈 때 조명옷 입은 카지노 사진도 찍어와야겠다.

 




  도서관이 좋은 곳임은 분명하지만 도서관 라이프가 무조건 좋지는 않았다. 도서관에 앉아 하루에 10곳도 넘는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연락이 오는 건 3일에 한 번 꼴이었고, English Conversation도 재수가 없는 날엔 이상한 사람과 한 그룹이 되어 1시간이 지루하기만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제출했던 수많은 이력서 덕분에 지금의 일을 구하게 되었고, English Conversation에서 같은 그룹이었던 일본인이 지금은 주말마다 만나는 절친이 되었다.

 나에게 있어 도서관은 일자리를 구한 곳이자, 외국인 친구들을 만난 곳, 영어 공부의 장이었다. 한 달이 지나 어느 정도 호주 생활에 적응이 된 지금, 이 때를 돌아보면 도서관에서 꽤 괜찮은 워홀 적응기를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학연수 없이 호주 워홀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강력하게 도서관 라이프를 추천하고 싶다. 다른건 몰라도 Free English Conversation만큼은 꼭꼭꼭! 참여했으면 좋겠다.


 그럼 이번주 일요일, 도서관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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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