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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09-

10달러 스테이크




 여느 때와 같이 도서관에서 *Free English Conversation에 참석하며 시간을 보낸 일요일. 새로운 일본인/한국인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오는 길에 내 눈길을 확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10 STEAKS!



 Sunday & Monday $10 STEAKS ALL-DAY with fries & salad! 도서관 앞이자 카지노 앞에 위치한 식당에서 오늘내일 하루종일 스테이크가 10달러라는 놀라운 소식. 남들 모두 한가로운 일요일에도 열심히 키친핸드 일을 하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바로 카톡을 보냈다. "오늘 저녁은 스테이크야!"



COMMUNAL Bar & Eat House



 도서관 앞 광장인 Reddacliff Place에 위치한 COMMUNAL Bar & Eat House는 브리즈번 맛집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좋은 자리에 위치한만큼 언제나 꽤나 북적거리는 곳이다. 도서관을 오고가며 매번 지나치기만 했었는데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사실 브리즈번에는 매주 월요일, 또는 다른 특정 요일마다 스테이크를 10달러에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이 있다. 도서관에 거의 매일 같이 오고가던 내가 '$10 STEAKS'라 쓰여진 저 칠판을 본 것이 이 날 처음은 아니었고, 시티 중심의 Myer Center에 위치한 Beach House라는 또다른 큰 레스토랑에서도 매주 월요일마다 스테이크를 10달러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만 듣던 호주 스테이크를 이 날 처음 먹어본 이유는, 그 전까지 우리가 매우 가난했기 때문이다. 1인당 음식에 10달러를 쓰는 것이 아깝던 가난했던 지난 한 달... 콜스에서 7달러짜리 고기 한 덩이를 사서 나눠먹던 우리가 각자 10달러 씩 내고 외식으로 스테이크를 먹는 날이 오다니, 이보다 더 감격스러울 수는 없었다. 





 어두워지며 점점 더 분위기가 살아나는 레스토랑에서의 일요일 밤. 매일 저녁 키친핸드 일이 끝나면 피곤함에 쩔어 힘이 없어보이던 남자친구도 이 날만큼은 쌩쌩했다. 싱글벙글 웃으며 스테이크를 주문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은 최근 들어 가장 행복해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럴 땐 나보다 고기가 나은 것 같다. 의문의 1패-





 이 레스토랑에서는 일요일/월요일의 10달러 스테이크 뿐만 아니라 화요일 Schnitzels-송아지 커틀릿(Cutlet)-, 수요일 피자 등 다양한 음식을 요일마다 돌아가며 특별가에 제공하고 있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 더 생기면 요일마다 들러서 스테이크 외의 다른 것들도 한 번 씩 다 먹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특히 화요일의 14달러 Schnitzels은 들어본 적 없는 음식이라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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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와 앉아서 '호주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는 어떤 맛일까', '집에서 구워먹던 고기와 얼마나 다를까'에 대해 꽤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을 때, 드디어 우리의 첫 외식 스테이크가 나왔다. 반질반질하게 드레싱에 잘 버무려진 샐러드와 두꺼운 감자튀김, 그리고 그 위에 "Medium Rare" 깃발을 흔들고 있는 도톰한 스테이크가 조화로운 자태로 내 시각, 후각과 미각을 동시에 유혹하고 있었다. 눈이 보고, 코가 맡은 후엔 입술 뒤에 숨겨진 수천 개의 미뢰들이 동시에 봉기를 일으켰다. 스테키! 스테키!!!





 10달러. 현재 환율을 적용했을 때 한국 돈으로 약 8,900원 정도의 가격. 매우 저렴한 가격의 스테이크지만 맛은 전혀 저렴하지 않았다. 요리왕 비룡과 같은 만화에 쓰일 법한 표현을 쓰자면 호주의 드넓은 초록색 벌판에서 스트레스 없이 여유롭게 풀을 뜯으며 행복하게 살던 건강한 소가 분홍빛 벌판, 즉 내 혓바닥 위로 달려와 스르르 잠이 드는 것 같았다. 과장 없이 표현하자면 진짜 맛있었다.

 식사 전 남자친구와 벌이던 논쟁은 허무하게도 한 입에 결론이 나버렸다. 호주 레스토랑 스테이크? = 굉맛. 집에서 구워먹던 고기와 얼마나 다르냐? = 굉장히 다르다. -물론 남자친구가 구워준 고기도 정성과 사랑이 담겨 맛있었지만.. 레스토랑은 그런 거 없이도 맛있네?..-


 남자친구와 마주 앉아 먹는 스테이크는 눈도 즐겁고, 코와 입은 말할 것도 없고, 바로 옆에서 들리는 라이브 음악으로 귀까지 즐거웠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일요일 밤이었다.





 접시는 금방 깨끗해졌다. 방금 여기에 무언가 올려져 있었다는 흔적만 살짝 남았을 뿐.. 샐러드와 감자튀김까지 남김없이 모조리 다 내 위장으로 밀어넣었다. 드러눕는 소를 느낀 혀 뿐만 아니라 간만에 분해할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을 제공 받은 위장 또한 신이 났을 것 같다. 약 한 달동안 가졌던 30여 번의 저녁 식사 중에서 최고였다. 짱짱!





 만족스러운 저녁을 먹고 우리는 South Bank의 아름다운 야경을 즐기며 집으로 돌아갔다. 무료 Ferry의 2층에서 즐기는 브리즈번의 야경은 언제봐도 아름답고, 로맨틱하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얼굴에 부딪히는 밤바람은 차가웠지만 꿀렁꿀렁 스테이크를 소화하고 있는 나의 위장은 따뜻했기에 괜찮았다.


 일요일 밤은 이렇게 저물어갔다. 내일이 월요일인 것도 용서할 수 있을만큼 너그러워지는, 모처럼만의 행복한 일요일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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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