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13-

브리즈번 야시장: Boundary Street Market(바운더리 스트리트 마켓)




 *English Conversation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 나나는 처음 만난 날 스타벅스에서 몇 시간동안 수다를 떤 이후 절친이 되었다. 우리 둘 다 3월에 도착해서 1년동안 머무를 계획이라는게 비슷했고, 일본 사람이다보니 문화적으로도 비슷해서 이야기도 잘 통했다. 또 영어 수준도 비슷하고.. 호주에 와서 만난 좋은 친구 중 한 명이다.

 나나는 아무래도 영어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그곳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그 친구들로부터 호주 생활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얻고 있었다. 그리고 참 고맙게도 그 정보들은 나에게도 전달해주었다.


 얼마 전 주말, 여느 때와 같이 한 주 동안 잘 지냈느냐며 만난 나나는 함께 저녁을 먹자고 했다. 둘 다 가난해서 만날 때마다 편의점이나 콜스(Coles), 또는 벼룩시장에서 끼니를 떼웠었는데 갑자기 저녁을 먹자길래 웬일인가 했더니 역시, 시장이었다. 학원 친구로부터 South Bank(싸우스뱅크) 쪽에 주말마다 열리는 야시장이 있다 들었다며 나나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그야말로 먹거리 천국인 야시장이었다. 고르기도 힘들만큼 맛있는 음식들이 펼쳐진 풍경에 감동 받은 나는 이런 꿀정보를 알려준 나나에게 연신 고마워했다. 하지만 이 날 당일엔 나나가 이런 곳에 날 데려갈 줄은 생각도 못하고 카메라를 챙겨가지 못했기 때문에 블로그에 올릴 사진 찍을 겸, 남자친구에게도 맛있는 천국을 알려줄 겸 그 다음주에 다시 한 번 방문했다.





 시장은 오후 4시부터 문을 열고 어두워질수록 활기를 띠는 곳이어서 넉넉하게 5시 쯤 집에서 출발했다. 언제나 그렇듯 페리를 타야했는데 가을이 온 호주의 오후 5시는 때마침 핑크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브리즈번 강의 해질녘 풍경



 거의 매 포스팅마다 지겨울 정도로 쓰는 이야기지만 호주의 하늘은 언제 봐도 너무 아름답다. 부분부분 핑크빛으로 물들어 가는 해질녘의 하늘은 더더욱. 페리에 탄 모든 사람들이 밖을 내다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반대편 하늘은 붉은기가 없는 어두운 하늘이었지만 싸우스뱅크 공원을 따라 길게 불을 밝힌 홍등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City Hopper의 종착역인 도서관 앞 North Quay역에서 내린 우리는 자동차가 쌩쌩 지나가는 다리 위를 건넜다. 이 때 하늘은 붉은기를 모두 거둬내고 더 어두워진 모습이었지만 저 멀리엔 아직도 해가 빛나고 있었다. 매일 저녁이면 이 다리 위로 비싸보이는 카메라와 그만큼 비싸보이는 삼각대를 가지고 사람들이 모여있는걸 볼 수 있었는데, 그 이유가 뭔지 알 것 같다. 



Boundary Street Markets



 시티에서 싸우스뱅크로 넘어가는 다리를 건너고, 수 개의 신호등을 지나치며 약 15분 쯤 걸으니 지난 주 나나와 함께 왔던 시장 입구가 나타났다. 야시장의 이름은 바운더리 스트리트 마켓(Boundary Street Market). 말 그대로 Boundary Street에서 열리는 시장이다.

 브리즈번의 '야시장'이라고 하면 브리즈번 북쪽의 해밀턴(Hamilton) 지역에서 금요일, 토요일마다 열리는 *Eat Street Market(잇 스트리트 마켓)이 더 유명한데, 아직 그곳엔 가보지 않았지만 Boundary Street Market이 더 좋은 것 같다. Eat Street Market은 입장료로 $2.50를 내야하기 때문. 사실 그렇게 큰 돈은 아니지만 외국인 노동자인 나는 가난하고, 또 2.5달러면 시장에서 군것질거리 하나라도 더 사먹을 수 있는 돈인데.. 입장료로 쓰기엔 아깝지 않은가.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규모는 모르겠지만 판매되는 음식과 가격은 비슷한 것 같다. 그러므로 비슷한 음식을 2.5달러 덜 내고 먹을 수 있는 Boundary Street Market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참고] Eat Street Market 홈페이지-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이 넓은 공간은 사람들로 북적북적거렸다. 공간이 이렇게 넓고, 의자와 테이블도 정말 많지만 사람이 더 많아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번 나나와 왔을 때는 자리를 찾기 위해 이 넓은 공간을 세바퀴나 빙빙 돌았었는데 이 날은 그래도 운 좋게 바로 앉을 수 있었다. 




Boundary Street Markets Turkish


Boundary Street Markets Transylvania


Boundary Street Markets Spanish - Paella



 이곳 Boundary Street Market 야시장은 *Eat Street Market과 마찬가지로 '세계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처음 왔을 때부터 떠오른 것이 한국, 내가 살던 성북구에서 열렸던 '세계음식축제'와 *'유러피안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같긴 하지만... 성북구는 한참 멀은 것 같다. 규모며, 가격이며, 편리성 면에서 이곳의 야시장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특히나 성북천 주변의 차량을 통제하면서까지 열렸던 세계음식축제는 공간이 넓었음에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나 의자가 거의 없어서 불편했었다. 음식축제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또 여기 야시장은 동네 주민들이 운영하는 반면, 성북구의 축제는 '구청'에서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우걱우걱 샌드위치 먹다가 성북구청장님과 인사도 한 기억이.. '이 축제에 어떻게 알고 왔나? 재밌는가? 껄껄껄.' 하시던 구청장님 얼굴이 생각난다.- 비슷한 주제이지만 많이 다른 것 같다. 



Boundary Street Markets German - Sausages


Boundary Street Markets French



 지난 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내 눈길을 사로잡은 프랑스 부스의 딸기 타르트.. 비싸더라도 꼭 디저트로 널 먹겠노라 다짐했었는데 밥을 먹고 나면 배가 불러서 까먹게 된다. 게다가 인기가 많아서 조금만 늦으면 SOLD OUT. 눈독만 들였지 저번에도, 이번에도 먹어보지 못했다. 다음엔 식사를 미뤄서라도 꼭 이 딸기 타르트를 먹어야겠다. 





 너무 많은 메뉴들 때문에 한 바퀴, 두 바퀴를 돌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터키 음식으로 결정했다. 지난 번에는 헝가리식 피자를 먹느라 다음으로 밀려났던 터키 음식을 이번에 도전! 터키하면 케밥(Kebab) 밖에 떠오르는게 없었는데 이곳에서 파는 건 케밥이 아닌 터키 음식이었다. 



thumb



 제일 푸짐해보이는 걸 골랐는데 하필 Vegetarian.. 그치만 맛은 있었다. 깻잎과 비슷한 잎에 싸인 밥, 감자와 야채 볶음(?), 샐러드, 알 수 없는 재료로 만들어진 동그랑땡 느낌의 음식 등 온갖 것들이 섞여있었다. 고기는 없었지만 맛있고 배도 불렀다. 무엇보다 배부르게 먹었지만 건강해지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그치만.. 다음에 와서 다시 먹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의 고기 없이 푸짐한 저녁식사는 사진에 나온 진저비어(Ginger Beer)와 함께였다. 이 역시 나나가 알려준 맛나는 호주의 음료. 이름이 비어(Beer)지만 맥주도 아니고 알코올도 들어있지 않다. 진저비어, 곧대로 해석하면 생강맥주인데 생강을 싫어하는 내 입맛에도 아주 잘 맞는다. 사실 생강맥주(진저비어)라고 하지 않으면 이게 '생강 맛이야?'라고 할 정도로 생강의 향이 진하진 않다. 술 못하는 나같은 사람이 술 마시는 분위기 내고 싶을 때 마실 수 있는, 콜라나 사이다 보다 더 좋은 대체음료인 것 같다. 맛을 살짝 표현하자면 왠지 소화가 잘 될 것 같은 맛으로..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부채표 까스활명수와 묘하게 비슷한 맛이다. -활명수보다는 달고 맛있다.-



Bundaberg Beers



 진저비어 말고도 다양한 과일로 만들어진 이름만 맥주인 음료들이 많은데 아직 진저비어만 마셔봤다. 아마 우리 나라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과일맥주나 과일소주 같은 맛이지 않을까 싶다. BUNDABURG라고 쓰여진 -워홀러들에게는 농장으로 친숙한 바로 그 번다버그.- 귀여운 유리병 안에 알록달록한 색으로 채워져있는 무알콜 맥주들. 지난 번에는 여기에서 작은 병을 $3.50 주고 사서 마셨는데 콜스에서는 큰 병이 $2.80 정도다. 치밀한 나는 시장에 오기 전 콜스에 들러 커다라면서 더 저렴한 진저비어를 가방에 넣어왔다. 





 남자친구는 Transylvania(트란실베니아) 음식을 선택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검색해보니 루마니아의 한 지역인 것 같다. 음식 모양, 냄새와 요리해주시는 아주머니의 옷차림을 보고 동남아의 어느 지역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지역의 처음 맛본 음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익숙한 나라인 터키의 채식 요리보다 훨씬.. 맛있었다. 빵처럼 보이는 세모 모양의 하얀 음식은 우리 나라의 부침개와 비슷했고, 고기와 소스로 가득 찬 양배추 쌈은 기가 막혔다. 음식에 까다로운 남자친구가 대만족이라고 했으니 게임 끝, 말 다했다. 다른 사람이 여기에 온다고 하면 이 음식을 추천해주고 싶다. -꼭 먹어, 두 번 먹어-





 배를 채우고 나니 벽에 그려진 천사가 눈에 들어와 사진도 찍었다. 후덕후덕해 보이는건 방금 전에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리라.





 이 곳 바운더리 스트리트 마켓에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 뿐만 아니라 밴드 음악도 있고, 분위기도 있었다. 점점 차가워지는 가을 날씨에 따뜻하게 타오르는 장작은 사람들을 주변으로 끌어모았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오가는 대화들은 알아 들을 수는 없었지만 로맨틱했다.

 사진에는 잘렸지만 중심에 있는 커다란 The Motor Room이라 쓰여진 건물에서는 거친 밴드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천사 사진을 찍을 때 배트맨에 나오는 조커처럼 얼굴에 페인트칠을 한 아주머니가 사진 좀 찍어달라길래 찍어주고 나서 얼굴에 뭘 그린거냐 여쭤봤더니 좋아하는 밴드가 오늘 마지막 공연이어서 그린 것이라고 했다. 40-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였는데 조커 분장에 락 밴드라니. 구수하게 트로트를 흥얼거리는 한국의 아주머니들이 생각났다.



Boundary Street Markets Sugarcane Drinks



 눈과 입은 무언가를 계속 먹고 싶어했지만 내 배는 허락하지 않았다. 채소만 먹어서 그런지 포만감이 더했다. 위장은 조금이라도 뭔가를 더 밀어넣으면 다시 내뱉을 기세로 빵빵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어서 부른 배를 살살 달래가며 쥬스를 한 잔 마셨다.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쥬스는 일반 과일쥬스가 아니었는데 Sugar Cane, 즉 사탕수수 즙을 더한 과일쥬스! 설탕의 주원료인 사탕수수는 즙도 달달했다. 다른 과일 향을 추가하지 않고 순수 사탕수수로 만들어진 쥬스를 주문했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적당히 달달해서 입도 배도 만족스러웠다. 후식으로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






 후식까지 깔끔하게 딱 마시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입구 앞에서 뭔가 번쩍번쩍했다. 불쇼였다. 오래 볼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한 번 보기 시작하니 그냥 계속 보게됐다. 눈 앞에 불이 휙휙 지나다니는데 뭐에 홀린 것 마냥 집중하게 되서.. 결국 끝까지 다보고 왔다. 분명 저녁 먹으러 간건데 이상하게 카메라에는 불 사진이 더 많이 찍혀있다. 예상치못한 재미였다. 30분 남짓한 이 불쇼 공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또 얼마나 다쳤을지. 멋진 공연 뒤에 가려진 오랜 시간과 피나는 노력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출처] Boundary Street Markets 홈페이지



 저렴하게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어서 연달아 두 번이나 방문했고, 또 시간이 될때마다 가서 나중엔 모든 나라의 음식을 정복하고 싶었는데 최근 시장이 열리는 장소가 변경됐다. 포스터에 적혀있는 마지막 문구로 보아 아무래도 재개발 사업 같은 것 때문에 자리를 빼앗긴 것 같다. 아예 없어진 게 아니고 장소를 옮기는 것이니 그나마 다행스럽긴 하지만 마음에 쏙 들었던 곳이 두 번만에 옮겨진다니 아쉽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더 큰 아쉬움인지 바운더리 마켓 페이스북에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댓글들이 이미 여러 개 달려있다.

 "KEEP THE CULTURE ALIVE". 장소는 비록 옮겨졌지만 인상깊은 저 마지막 문구처럼 이 마켓이, 문화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주엔 옮겨진 장소에서 열리는 마켓으로 또 놀러가야겠다. 이번엔 꼭 딸기타르트도 먹고 와야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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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profile
     댓글  수정/삭제 용작가
    2016.05.09 18:13 신고

    딸기타르트... 꼭 드시고 오세요.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
    자발적인 축제와 만들어진 축제의 차이쯤이라 생각해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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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수정/삭제 HJinny
    2016.05.09 19:34 신고

    다이나믹한 하루네요! 매일 같이 이렇게만 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ㅋㅋㅋㅋ 이런 날들이 모이면 한국에 돌아와서도 잊지 못하게 되는건가욯ㅎㅎㅎ

    •  수정/삭제 Darney
      2016.05.14 01:51 신고

      이런 날들이 모여 한국에 가기 싫어지는 것 같습니다.....ㅎ...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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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수정/삭제 viewport
    2016.05.10 22:38 신고

    이제 마치 예전부터 이곳에서 정착하셨던 것 같아요 ^^ 즐겁게 하루하루 보내세요

    •  수정/삭제 Darney
      2016.05.14 01:52 신고

      그렇게 보이나요? ㅎㅎ 이제 좀 적응이 된 것 같긴 합니다!ㅋㅋ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