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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60-

스탠소프에서 저렴하게 스테이크를 썰어보자




 2017년 1월, 하루하루 *버섯 노동으로 가득 찬 평범한 날들이 이어지던 중..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한 날이 찾아왔다. 처음이면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남자친구의 생일! 1년에 한 번 뿐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우리는 스탠소프(Stanthorpe)에 흔하지 않은 스테이크 집을 찾았다. 고속도로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해있어 이곳에 머무르는 워홀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테이크 하우스였다. 




Aussie Beef Steak House



 눈길을 확 끄는 빨간 벽돌이 인상적인 Aussie Beef Steak House. 모텔과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 중인 곳으로 브리즈번에서 스탠소프까지 와 본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지나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다들 '지나치기만' 하는 이곳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적절한 날에 써먹은 내 자신을 칭찬해~ :)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호주에 꽤 오래 머물렀음에도 이렇게 고급진 느낌의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건 처음이어서 떨리는 마음으로 입장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아주 분위기가 좋은 곳이었다. 살짝 어두운 조명 아래에 깔끔하게 세팅된 테이블들과 스믈스믈 코끝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 그리고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 저녁을 먹기에는 아직 해가 다 지지 않은 이른 시간이어서 사람도 많지 않았다. 생일상 차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으려나.


 안내를 받아 벽 쪽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펼쳐들었다. 사실 오기 전에 다 살펴봐서 모든게 정해져 있었지만 그래도 예의상 한 번 펼쳐봤다. 이름만 들어도 맛있을 것 같은 메뉴들과 그에 걸맞는 비싼 가격. 미리 공부한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내용을 포함한 메뉴판이었다.

 스테이크와 해산물로 대표되는 이곳의 메인 음식의 가격은 1인 30~40달러 정도로 사실 굉장히 부담스러운 편이다. 물론 스탠소프에서 버섯 따며 여유로운 삶을 향유하고 있기는 했지만 한 끼 식사에 6~7만 원을 쓰기엔 아직 용기가.. 그럼에도 이곳을 찾은 이유는 '생일이니까 펑펑 써보자!' 하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준비된 '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생일 쿠폰!





 오기 전에 가격대를 알아보기 위해 *레스토랑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는데 'VIP DEAL'이라는 메뉴에 눈에 띄었다. 클릭해보니 VIP에게 제공되는 혜택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HAPPY BIRTHDAY, 생일자를 위한 deal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려 30달러나 할인을 해준다기에 어떻게 VIP가 되는건가 싶었는데 그냥 회원가입만 하면 끝이었다! 그렇게 나는 1분 만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레스토랑의 VIP 회원이 되었다.

 미리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살피며 찜해놓은 36달러 해산물 모듬과 38달러 안심 스테이크는 1분 만에 VIP가 된 덕분에 총 44달러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발걸음, 신나는 마음으로 맛난 생일만찬을 먹으러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고기 써는 날, 룰루



 혹시 할인 안 해주면 어쩌나 싶어서 자리에 앉기 전에 그것부터 물어봤는데-안 된다고 하면 메뉴를 바꿔야 하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럼 30달러 할인 받을 수 있어~"라고 말해줘서 자리에 앉아 신나게 주문을 했다.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서도 꽤 평이 좋은 레스토랑이어서 기대가 됐다. 분위기도 좋고, 할인 받아서 가격도 좋고 기분도 좋으니 이제 맛만 좋으면 모든게 완벽할, 생일 날의 저녁이었다.



Seafood Platter, $36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Seafood Platter가 내 앞에 놓여졌다. 다시 봐도 군침도는 엄청난 비쥬얼. 내가 좋아하는 피쉬 앤 칩스(Fish n' Chips)와 굴, 새우, 문어까지 생각보다 훨씬 푸짐했다. 가격이 36달러나 하는데에는 역시 다 이유가 있었구나.



Eye Fillet, $38



 뒤이어 미디움 레어(Medium Rare)로 익힌 안심 스테이크도 식탁 위에 놓여졌다. 저 반들반들한 자태에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감탄해버리고 말았다. 진짜가 나타났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열심히 담고 난 후, 본격적인 시식에 들어갔다. 진짜 메인인 스테이크는 잠시 아껴두고, 해산물부터 먼저 공략했다. 치즈와 햄이 올려진, 특이하게 생긴 굴에 가장 먼저 손이 갔는데 음.. 충격적일 만큼 짠맛이었다. 치즈도 짜고, 그 위의 햄도 짜고, 소금으로 간을 한 굴도 짰다. 짜게 먹는 서양인들의 식습관 탓에 어딜가도 음식들이 짜게 느껴지는 편인데 이건 유별나게 더 짰다. 식감이 다른 세 종류의 소금을 한 스푼 떠먹은 것 같았다. 이것 뿐만이 아니라 옆에 놓여진 바다 친구 새끼문어와 오징어도 짰다. 무척추소금이었던 걸까.

 과하게 짠맛에 충격을 받긴 했지만 나머지는 나쁘지 않았다. 피쉬 앤 칩스도 무난했고, 샐러드도 맛있었고. 특제소스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제일 맛있었던 건 역시 아무 간도 되어있지 않은 잘 익은 새우가... 하하. 





 다행히도 스테이크 하우스의 스테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기존에 보던 넓적한 모양의 스테이크가 아니라 도톰한 원통형의 모양인게 맘에 들었는데 맛도 좋았다. 스테이크 집에서 설거지 좀 해본 남자친구가 추천한 그린 페퍼콘 소스(Green Peppercorn Sauce)가 신의 한 수였다. 살짝 매콤한 향이 나는 소스가 부드러운 스테이크랑 어우러져 입안에서 생일파티가 펑!펑!! 브리즈번에서 먹었던 *10달러 스테이크도 맛있었지만..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38달러짜리 맛이었다.





 짠맛 폭탄이었던 해산물 모듬이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스테이크가 아주아주 만족스러웠기에 생일날의 외식은 성공적이었던걸로.

 맛있게 먹고 난 후, 배는 무거웠지만 결제는 가벼웠다. 우리는 그래도 30달러나 할인해주는거라 생일인지, VIP인지 꼼꼼하게 확인할 줄 알았는데 가게 사장님께서는 아무것도 요구하시지 않았다. 'VIP 회원인데 오늘 생일이에요.' 하니까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산서 가격에서 30달러를 빼주셨다. 스테이크가 먹고 싶으면 여기 와서 맛나게 먹고 계산할 때 VIP에요! 생일이에요! 해도 될 것 같다. 양심은 조금 찔리겠지만 그건 개인에게 맡기는걸로.


 호주에서 맞은 남자친구의 생일, 야심차게 준비한 저녁 생일상은 다행히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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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