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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EPISODE 020-

우버(Uber) 타고 이사하기




 햇살이 맑았던 5월의 어느 날, 아침마다 내 접시에 들끓는 파리 떼와 내 생명을 위협할 것만 같은 커다란 바퀴벌레가 기어.. 아니 날아다녔던 *캥거루 포인트(Kangaroo Point)의 쉐어하우스에서 벗어나 시티 중심으로 이사를 왔다. 맨 처음 집을 구할 때와 동일하게 우리는 *Flatmates.com.au*Gumtree.com.au를 매일같이 뒤적거리다 시티 중심에 위치한 조건 좋은 아파트를 발견했다. 여기저기 집 보러 다니는 것, 이곳에서 말하는 Inspection에 지겨워진 우리는 -2주 내내 집 구경과 집 구경의 연속이었다.- 첫 느낌이 꽤 괜찮았던 이 아파트로 결정했고, 캥거루 포인트의 쉐어하우스 보다 훨씬 쾌적한 생활 환경에 만족하며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thumb짐가방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이사'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종일 내 몸 움직여 다니는 것도 지치고, 힘든 일인데 오랜 시간 머물러있으며 풀어 헤쳐놓았던 모든 것들을 짊어지고 다른 장소로 옮겨간다는 것은 정말 큰 일이다. 호주에서만 그 '큰 일'을 벌써 몇 번 째 실행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호주에 올 때부터 시작해서 Airbnb 숙소에 들어갈 때, 또 그 곳에서 백팩커스(Backbackers)로 옮겨갈 때, 쉐어하우스에 처음 들어갈 때.. 짧디 짧은 2개월동안 그 큰 일을 다섯 번이나 해낸 내 자신이 참 대단하다 느껴진다.

 

 본격적인 이사는 5월 6일 금요일 저녁에 이루어졌다. 그 전 날, 전전 날 밤부터 한 달 반 동안 어질러놓은 내 물건들을 한데 모으고, 모으고.. 모으기 힘든 것들은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내 뱃속에 버리고.. -강제 섭취- 분명 한국에서 호주에 올 땐 커다란 캐리어와 이민가방, 그리고 각자 전자기기를 담은 뚱뚱한 백팩이 전부였는데 그 짧은 한 달 반 사이에 어디서 뭐가 이렇게 많이 생성된 것인지 가방 네 개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심지어 2단으로 가져왔던 이민가방을 3단까지 펼쳤는데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챙겨야 할 물건들이었기에 주섬주섬 계속 담았다. 꾹꾹 눌러담고, 안 들어가면 쇼핑백도 쓰고 비닐봉지도 쓰고.





 그렇게 물건들을 눌러담아 캐리어와 이민가방을 60Kg이 넘는 거대한 짐덩어리로 바꿔놓고 짐싸기는 비로소 끝이 났다. 남자친구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온 그 날 저녁, 우리는 깊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 무거운 놈들을 어떻게 옮길 것인가'

 우리의 새 아파트는 브리즈번 시티 중심의 Queen Street에 위치해있었다. 캥거루 포인트의 집에서는 집 바로 앞에서 페리를 약 3분 동안 타고 강을 건너가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곳. 걸어서 짐을 옮길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였지만 짐이 과하게 무거운 게 문제였다. 그나마 캐리어는 잘 굴러가기라도 하지 이민가방은 용량만 크고 이동성이 굉장히, 엄청나게 떨어지는 가방이었다. -이민가방 사실 분들 참고하세요. 이민가방은 짐을 '많이' 넣기 위한 가방이지 끌고 다닐 가방은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짐가방을 두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우리는 Airbnb를 잇는 또다른 공유경제 서비스, *우버(Uber)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는 각종 범죄에 취약해 골칫덩어리로 여겨지는 우버가 호주에서는 저렴하고 편리한 택시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사실 지난 번 *에어비앤비(Airbnb) 숙소에서 *백팩커스(Backpackers, Banana Benders Backpackers)로 옮겨갈 때에 처음 우버를 이용했었는데 택시보다 좋은 고급 승용차에, 친절한 기사 아저씨, 저렴한 비용에다 할인까지 더해져 아주아주 만족도가 높았었다. $10 할인 쿠폰이 남아있어서 나중에 멀리 갈 때, 급할 때 유용하게 쓰려고 했는데.. 멀리가는 건 아니지만 짐을 옮길 수 있는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으니 손해보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할인 찬스를 쓸 수 밖에 없었다.



더러움이 느껴지는 캥거루 포인트 쉐어하우스



 이사갈 집도 있고, 짐도 다 쌌고, 옮길 방법도 찾았으니 이제는 정든 쉐어하우스와 인사를 해야할 때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더러움에 없던 결벽증도 생길 것만 같은 집이었지만 그래도 외국인 친구들, 그것도 무려 13명 씩이나 함께 살면서 좋은 정, 미운 정 든 곳이었는데.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 곳에서 벗어난다는 홀가분함과 깨끗한 집에 들어간다는 기대감이 아무래도 훨씬 컸던 것 같다. 정든 친구들에게는 멀리 가는 것 아니니 앞으로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자며 훈훈한 마지막 인삿말을 남기고 집을 나왔다. -그 이후로 연락한 친구는 대만 친구 둘 밖에 없는 게 함정이지만.-



 우버(Uber) 영수증



 그렇게 우리는 우버를 타고 한 달 반 동안 정들었던 캥거루 포인트의 쉐어하우스에서 멀어져갔다. 60Kg이 넘는 짐을 가지고 우버에 탑승한 건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었다. 이 날 우버를 타지 않고 왔다갔다 하며 짐을 옮겼다면 어깨가 빠져버렸을 지도 모른다. 10달러 할인 쿠폰을 6.96달러에 썼다는 것은 조금 아깝지만 사람 하나 더 태운 것보다 더 나가는 짐 무게에 나머지 3달러를 사용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우리는 공짜 이사를 했다.


 여담으로, 우버는 이용 후에 위에 사진처럼 영수증을 보내주는데 가격 정보 뿐만 아니라 이동한 경로를 지도에 표시해주고 거리와 시간, 운전기사님 프로필까지 나와서 참 신뢰가 간다. 길 모르는 손님들 돈 노리고 가까운 거리 뺑뺑 돌아가는 나쁜 기사들도 있는데 이렇게 영수증에 표시해서 보여주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호주처럼 우버가 활성화 되어있는 국가로 여행을 간다면 택시 대신 우버를 이용하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깨끗한 식탁에서의 레고 놀이



 그렇게 돈 한 푼 안 들이고 60Kg의 짐과 함께 이사한 이후, 우리는 깨끗한 식탁에서 여유롭게 *레고 놀이도 즐기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있다. -물론 이 집도 문제가 많아서 100% 완벽하게 만족스러운건 아니지만. 골치 아팠던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정리하여 포스팅 해볼 예정이다.- 모든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엄청나게 착하고 엄청나게 깨끗한 하우스메이트, 콜롬비아 커플 친구들과 재밌게 잘 지내고 있다 :) 앞으로 적어도 5개월은 이 집에서 계속 살게 될텐데 딱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 UBER 쿠폰 *


아래를 통해 가입하면 처음 우버에 탑승할 때 약 12,000원($10)을 할인 받을 수 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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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