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호주 스탠소프 워킹홀리데이]

-EPISODE 046-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파티! (Feat. 스탠소프 버섯 농장)




 지지는 듯한 더위와 하늘이 쩍쩍 갈라지는 천둥번개가 번갈아가며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호주의 한 여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Ballandean 지역의 한 축구 클럽에 *버섯 농장 식구들이 한데 모였다. 크리스마스까지는 아직 10여 일이 남은 날이었지만 호주에서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처음 참여해보는 진짜 호주식 파티에 잠 못 들고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새벽녘의 아이 마냥 들떠있었다.





 며칠 간 폭풍우가 몰아치던 스탠소프의 날씨가 화창하게 갠 12월 9일 금요일.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Mushroom picking을 조금 일찍 마치고 오후 6시에 파티 장소에 도착했다. 축구장에서 파티가 열린다기에 '야외에서 파티라니 비가 오면 어쩌지..'하며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걱정은 쓸데가 없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파티장 분위기에 기분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는 듯 했다.



버섯 농장 친구들! Lisa, Shania, Danika, Dennis, Jenny 그리고 나



 농장 식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조용했던 파티장은 금새 시끌벅적 해졌다. 조금 전까지 농장에서 버섯 따던 후줄근한 친구들은 어디가고 다들 새 사람이 되어 짠! 하고 나타났다. 나 또한 정말 오래간만에 헐렁한 츄리닝과 목 늘어난 티셔츠에서 벗어나 치마와 블라우스로 멋을 내 보...았.....으나 다른 친구들의 변신에 비하면 별거 아닌 정도였다. 다들 흔히 볼 수 없는 서로의 차림새에 감탄하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며 수다 떨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에 코리아타임이 있는 것처럼 호주에도 호주타임이 있는건지 사람들은 공식적인 파티 시작 시간인 6시에서 30분이나 지났는데도 모이지를 않았다. 저녁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각자 가져온 음료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 정도. 영화에서나 보던 서양의 파티에 참여한다는 사실까지는 좋았으나, 언어의 장벽이 꽤나 높은 나에게는 사실 좀 어색한 시간이었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대만과 독일에서 온 또다른 워홀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우리끼리 둘러 앉아 맥이 뚝뚝 끊기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



도란도란 Sharon네 가족



 드문드문 대화를 이어가며 우리는 드넓은 축구장에서 비눗방울 하나 만으로 즐거운 시간을 갖는 Sharon네 가족을 구경했다. Sharon은 우리 버섯 농장의 Trainer로 Trainee였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깝게 지낼 수 밖에 없었던 농장 식구 중 하나. 다른 농장 식구들이 고등학생 때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긴 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훨씬 더 보기 좋은 가족이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져서 저 멀리서 지켜보는데도 단내가 폴폴 풍겼다. 파티에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파트너와 아이들을 데리고 왔고, 물론 다들 보기 좋았지만 Sharon네 가족은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두 꼬마들은 또 어쩜 그렇게 귀여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정말 닮고싶은 가족!




귀여운 꼬마 산타



 이 날 모인 아가들은 하나같이 다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Little Sharon만큼이나 눈이 가던 꼬마친구. 빨간색 산타복이 정말 귀엽게 잘 어울렸다. 살아움직이는 인형인줄. 





 꼬마들과 놀아주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사진만 보면 대낮에 모여서 밤까지 파티를 즐긴 것 같지만 위의 밝았던 사진과 아래 사진은 1시간도 차이가 나지 않는게 함정. 이 날도 역시 7시를 향하는 노을 진 하늘이 아름다웠는데 넋 놓고 감상하느라 사진은 찍지 못했다.

 7시가 훌쩍 지나고 하늘이 컴컴해 진 다음에야 버섯 농장 식구들이 모두 모인 듯했다. 매일같이 보는데도 오늘은 왠지 낯선 사람들과 진짜 낯선 사람들까지. 파티의 분위기는 해가 저물며 무르익어 갔고, 우리의 배고픔도 무르익어 I'm hungry~를 외치던 사람들이 I'm starving!!을 외치기 시작했다.



가지구이를 지글지글



 수 십 명의 배꼽시계는 요리사 아저씨의 손놀림을 재촉했다. 어딘가 열대과일 같아보이는 가지를 철판에 굽고 있는 요리사 아저씨. 가지를 저렇게 굽는건 처음 봤다. 집에서 가지볶음-만들기 매우 쉬움-이나 해먹어 봤지 가지구이라니!



버섯버섯 머쉬룸머쉬룸



 버섯 농장의 크리스마스 파티답게 버섯도 빠지지 않았다. 널브러진 저 버섯들 사이에는 분명 내가 딴 버섯도 숨어있겠지?





 철판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가지와 버섯 냄새에 참고 있던 위장이 꼬르륵을 외치기 시작했다. Hungry만 수 십 번을 말하던 대만 친구보다는 내가 낫다고 생각했는데 냄새 공격에 와르르 무너져버린 위장벽. 어른들이 하나같이 배고픔을 호소하던 그 늦은 시각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들떠있었다. 드넓은 축구장을 한 시간동안 몇 바퀴 넘게 뛰어다닌 것 같은데 얘들은 배도 안 고픈지 계속 뛰어다녔다. 뛰고, 또 뛰고.. 그냥 계속 뛴다. 나도 분명 저럴 때가 있었을텐데 왜 이렇게 된거지..





 여자 아이들도 뛰고 또 뛰기는 마찬가지. 여기는 심지어 탱탱볼까지 튕겨가며 뛰어놀고 있었다. 대단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다..



신나는 저녁시간!



 아이들의 멈추지 않는 뜀박질에 감탄하고 있을 무렵. 드디어 이 날의 저녁이 완성되었다. 뷔페식으로 이루어진 저녁은 꽤나 호화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그닥 맛은 없었다. 이게.. 정말 맛이 없는건지 아니면 호주식 입맛이라 나한테 안 맞는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메뉴는 꽤나 다양했다. 버터가 발라진 빵, 소고기 스테이크, -아마도- 카레 소스가 묻혀진 닭가슴살 구이, 2가지 버전의 샐러드, 버섯요리, 독일식 엄청 기다란 소세지까지. 나는 이 중에서 버섯이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하하..



산타할아버지!



 꾸역꾸역 집어넣듯이 먹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화를 위해 돌아다니고 있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산타가 나타났다. 산타다!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식이 있는건 알고있었지만 진짜 산타가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뜬금없이 허허헣!을 외치며 시뻘건 산타가 나타나서 정말 놀랐다. 놀란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다들 저녁을 먹다말고 자리에서 벌떡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엄마 아빠 옆에 앉아있던 애들이 난리가 난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힘차게 팔을 흔들며 들어온 산타는 쌓아져있던 선물 앞에 자리를 잡았고, 애기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와르르르 뛰어나와 산타 앞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리고 시작된 산타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선물 증정식(?). 친절한 산타할아버지는 꼬마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가며 준비된 선물을 나눠주었다. 가장 먼저 선물을 받게된 친구는 말괄량이 Mckenzie.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길 겸, 블로그에도 올릴 겸 가져온 카메라로 선물 증정식을 찍고 있었던 나는 어느새 이 날의 사진사가 되어있었다. 산타할아버지도 나를 사진사로 착각했는지 계속 나를 보고 포즈를 취하더라는. 이거 뭐 포즈 취하는데 무안하게 안 찍을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한 명, 한 명 모든 사진을 찍게됐다. 





 선물 받는 착한 꼬마 숙녀도 찰칵.





 산타할아버지랑 커플옷 입은 귀여운 꼬마도 찰칵.





 선물을 받았는데도 어딘가 뚱해보이는 Sharon의 꼬마 신사도 찰칵.



산타할아버지로부터 선물 받다!



 그리고 나도 찰칵!

 꼬마 아이들의 이름이 다 불리고, 어른들 중에서는 가장 먼저 내 이름이 불렸다. 처음에는 나 부르는줄도 모르고 멀뚱멀뚱 서있다가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소리 꽥 지르길래 헐레벌떡 뛰어나갔다. 산타할아버지는 꼬마들한테만 선물을 주고 휑하니 가버릴 줄 알았는데.. 허허. 달려나가 쭈뼛쭈뼛 서있는 나에게 산타할아버지는 물었다. 'Have you been good?!' 뭐.. 딱히 할말이 있나, 내 눈 앞에 선물이 있는데. 예쓰! 예쓰!!를 강력하게 외치며 머리를 끄덕였다. 껄껄 웃는 산타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깊었다. 서양사람이라 그런지 더욱 산타같았던 산타할아버지와 선물 들고 기념사진까지 찰칵.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다리가 맘에 들지 않지만 내 나이 스물넷에 산타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으로 만족하련다.


 이 날 내가 산타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마성의 초콜렛 페레로로쉐딸기향이 물씬 나는 수제비누였다. 선물은 버섯 농장 식구들끼리 제비뽑기를 해서 서로의 비밀 산타가 되어 준비한 것이다. -마니또와 비슷하게- 누가 나의 비밀 산타였는지는 모르지만 내 비누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보아 Mckenzie의 엄마인 Lizzie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뭐 누구였든간에 나를 위해 향기롭고 달콤한 선물을 준비해준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어른들도 들뜨게 만드는 산타의 선물 증정식은 나를 시작으로 계~속 됐다. 우리 버섯 농장이 이렇게나 큰 규모였나 싶을 정도로 선물 증정식은 길게 이어졌다. 나는 맨처음에 받아서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지만 남자친구는 자기 선물이 없을까봐 뒤로 가면 갈수록 불안해했다. 하지만 그럴리가. 남자친구도 비밀 산타로부터 -나보다 큰- 선물을 받았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산타와 특이하게 사진을 찍고싶다던 남자친구..는 선물을 받으러 나가서 이상한 포즈를 취했다. 길어지는 선물 증정식에 사람들의 관심도가 낮아졌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민망할 뻔.

 나보다 부피가 큰 남자친구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호주의 한 여름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리는 비치타월과 스펀지 럭비공이었다. 내 선물은 달콤하고 향기로웠지만 남자친구의 선물은 실용적인 것이었다. 이 비치타월은 잘 빨아뒀다가 진짜 크리스마스에 쓰기로!





 남자친구가 선물을 받아온 후로도 증정식은 끝이 나질 않았다. 산타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꼬마들도 지루함에 자리를 뜨고 인내심 좋은 Lacy만 남아있었다.


 버섯 농장에서 보던 모습과 전혀 다른 얼굴로 나타난 Gerda 아줌마는 거의 맨 마지막으로 선물을 받았다. 나는 Gerda 아줌마의 비밀 산타로 얼마 전 브리즈번에 들렀을 때 K-mart에서 구입한 핫초콜렛 세트-커다란 머그잔, 핫초코, 마쉬멜로우 세트-를 준비했는데... 준비..했는데.... 선물 자체의 퀄리티는 괜찮았으나 포장을 하지 못해서 좀 미안했다. 포장지를 사서 남자친구가 준비한 선물도 포장하고 이것도 포장하려 했는데.. 생긴게 네모 반듯한 모양이 아니라 포장을 할 수가 없었다. 손재주 스킬이 0에 수렴하는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모양이라... 그래도 선물을 받을 때만큼은 기분 좋게 웃어주셔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있다. 진짜로 만족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버섯 농장 사장님의 인생샷



 마지막으로 뭔가 무리수를 두신 것 같은 버섯 농장 사장님까지. 산타의 선물 뿌리기 끝~!



 선물을 나눠준 산타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사라진 이후로도 파티는 계속됐다. 선물 증정식동안 요리사 아저씨가 뚝딱 만들어낸 후식 시간을 가졌고, 수다는 계속 이어졌으며 한바탕 댄스타임도 가졌다. 이 날의 댄스타임을 위해 며칠 전 농장에서 Lisa로부터 꼭지점 댄스와 비슷한 Nut bush 댄스치킨 댄스를 배웠었다. 농장 식구들 앞에서 그간 연습해 온 춤을 완벽하게 선보인 것 같아 뿌듯하다. 하하!




 한 여름, 호주에서 가진 이른 크리스마스 파티는 이렇게 끝이 났다. 처음 겪어본 서양의 파티 문화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다소 어색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가고, 분위기가 익어갈수록 괜찮아졌다. 또 이번 기회로 농장 식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더 알게되어 좋았던 것 같다 :) 아, 무엇보다 조카들에게 선물을 줘야될 시기에 어릴 적 꿈꿔왔던 산타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으니.. 더 바랄게 있을까? 다가오는 호주의 크리스마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가 더 기대된다!





반응형

워홀러의 호주별곡 | 2016/스탠소프에 살어리랏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