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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 마무리: 시드니 여행 D+4]

페리 타고 비 내리는 시드니 한 바퀴




 시드니 여행을 앞두고 우리는 시드니 대표 3개 관광지 입장권과 Hop On Hop Off 페리 탑승권(Sydney Harbour Hop On Hop Off Ferry Pass)을 포함한 티켓을 미리 구입해놓았다. -[참고] 시드니 동물원/수족관/타워 아이/맨리 수족관/마담 투소 5개 관광지 중 3개 입장권과 2 Days Sydney Harbour Hop On Hop Off Ferry(Captain Cook Cruises) 포함 $85 (한화 약 75,000원. *Experience OZ 이용-

 시드니 여행 4일 차, 드디어 아껴두었던 페리 탑승권을 사용해 시드니 곳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페리로 갈 수 있는 곳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해변과 섬 등을 포함한 총 11곳. -Circular Quay, Darling Harbour, ICC Sydney, Barangaroo, Taronga Zoo, Manly, Watsons Bay, Fort Denison, Luna Park, Shark Island, Garden Island- 우리는 이 날 하루종일 페리를 타고 돌아다니며 최대한 많은 곳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비 내리는 쾌속선



 날씨가 엉망이었다. 잔잔하게 내리는 비거나 잠깐 내리는 소나기였다면 괜찮았을텐데 하루종일 세찬 비가 내리는, 최악의 날씨였다. 꼭 가보고 싶었던 맨리 비치(Manly Beach)나 왓슨스 베이(Watsons Bay)는 맑은 날 가야 구경할 게 많은 곳인데.. 과연 괜찮을까? 모든 계획이 비와 함께 흘러내리고 있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오늘의 여행은 망할 것 같다는 안 좋은 예감과 비 오는 날 페리를 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잔뜩 안고 페리에 탑승했다. 쏟아지는 비에 우산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고, 덕분에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축 쳐져버렸다. 창 밖으로 보이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도 우울함의 바다 위에 위태롭게 떠있는 것 같았다. 시드니 바다 색이 원래 이렇게 슬펐던가. 



 시드니 달링 하버(Darling Harbour)의 캡틴 쿡 크루즈(Captain Cook Cruises) 선착장에서 출발한 페리는 곧 첫 번째 목적지인 포트 데니슨(Fort Denison)에 도착했다. 이곳은 과거 교도소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레스토랑으로 쓰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레스토랑 TOP 5로 꼽히기도 한다고. 그래서인지 결혼식도 많이 열리는데, 마침 이 날도 결혼식이 있었는지 페리에 함께 탑승한 양복/드레스 차림의 외국인들이 모두 다 여기서 내렸다. 원래 우리도 내려서 한 번 구경해보려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리는걸 보고 과감하게 포기했다. 여기서 내려봤자 결혼식 하객들 사이에 끼어 뻘쭘해하면서 다음 페리가 오기만을 기다릴게 뻔하니까..



Royal Australian Navy Heritage Centre황금북



 *동물원은 이미 많이 가봤으니 타롱가 동물원(Taronga Zoo)은 가볍게 뛰어넘고, 그 다음 정착지인 가든 아일랜드(Garden Island)에서 하선했다. 내리는 사람은 나와 남자친구 둘 뿐이었고, 내리고보니 섬 자체도 고요~했다. 비 오는 날 사람 없는 섬이라니 조금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선착장 앞에 대기중(?)이시던 관리인 아저씨께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셔서 긴장이 풀렸다.

 섬은 크게 언덕 위의 전망대와 호주 해군 유산 센터(Royal Australian Navy Heritage Centre)로 불리는 박물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선 비를 피하고자 관리인 아저씨께서 안내해주신 박물관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사진은 입구에서부터 블링블링하게 우리를 반겨주던 고급 군악기들. 이 북들은 영국 왕실 행차 때 쓰이던, 진짜 금으로 장식된 최고급 북들이라고 관리인 아저씨께서 설명해주셨다. 



Royal Australian Navy Heritage Centre


Royal Australian Navy Heritage Centre혀 조심 혀



 비를 피해 쾌적한 실내에 들어와 신이 난 우리는 박물관을 거침없이 누비고(?) 다녔다. 잠깐 머물다 사라진 외국인 가족 외에는 아무도 없어서 이 넓고 비싼 것들로 가득 찬 박물관이 내 것이 된 것 같았다. 



박물관은 내꺼다!



 이렇게 드넓은 박물관에 관계자가 아닌 일반 관람객이 덩그러니 둘만 있는게 흔한 일은 아닐텐데. 호주에서 경험한 별의 별 일 중 하나로 꼽히는 일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야 캡틴 쿡



 해군 박물관답게 내부에 설치된 거대한 배 구조물에서 정말 마음껏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그 어떤 웃긴 포즈를 취해도 창피하지 않았고, 사진을 두 번 찍고 세 번 찍어도 눈치주는 사람 하나 없었다. 아, 이 자유로움! 여행객들에게 인기 없는 박물관이 우리에게는 사람 하나 없는 놀이공원 같았다. 





멍..



 벽에 붙어있는 설명글도 눈으로 살짝 훑어주고 -하나도 읽지 않은 건 비밀-






 신기한 기계들은 직접 만져보기도 하며 신나게 놀았다. 



Royal Australian Navy Heritage Centre신기방기 잠망경



 그 중에서도 가장 재밌었던 것은 진짜 해군 잠수함에 설치된 것과 동일한 망원경! 일명 잠망경. -사라졌던 관리인 아저씨께서 타이밍 맞춰 등장해 설명해주셨다.- 이 망원경을 통해서 가든 아일랜드의 전망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서서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 오른 것처럼 전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다. 비가 와서 올라가보지 못한 전망대를 이렇게나마 체험해보게 되어 만족스러웠다. :D



 예상 외로 꿀잼이었던 박물관을 뒤로 하고 다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밖으로 나와 페리 선착장으로 향했다. 언제 나오셨는지 관리인 아저씨께서는 선착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순간이동 능력이 있으신게 분명하다.- 아저씨께서 이제 어디로 가냐고 물으셔서 왓슨스 베이(Watsons Bay)에 간다고 말씀드렸더니, '거기서는 꼭 피쉬 앤 칩스를 먹으라'고 하셨다. 또 배에서 내리면 선착장 왼쪽에 레스토랑이 해변가를 따라 쫙~ 있고 오른쪽에는 테이크 아웃 전문점이 하나 있는데 오른쪽에 가서 먹으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레스토랑이나 거기나 똑같은 퀄리티인데 접시 위에 예쁘게 장식해준다는 이유로 10배가 넘는 가격을 받는다면서.

 가난한 우리에게 주옥같은 꿀팁을 알려주신 아저씨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남기고 우리는 다시 페리에 몸을 실었다.



Watsons BayWatsons Bay


Doyles Fishermans WharfDoyles Fishermans Wharf



 그렇게 십여분을 달려 왓슨스 베이에 도착하니 아저씨 말씀대로 한 쪽에는 해안가를 따라 레스토랑이 쫘르륵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비교적 작은 가게가 하나 운영 중에 있었다. 지혜로운 어르신의 말씀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어 우리는 곧장 아저씨가 조언해주신대로 오른편에 위치한 Doyles Fishermans Wharf로 향했다. 13.8달러인 피쉬 앤 칩스 가격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Doyles Fishermans Wharf



 한 쪽에 마련된 식당도 테이크 아웃 전문점 치고는 넓고 좋았다. 훌륭하지는 않지만 크게 난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 전망도 있었고, 청결 수준도 나쁘지 않았다. 딱 하나 단점은 식당 내부를 싸돌아다니던 비둘기 정도?.. 내 발을 스치고 지나갈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부담스러웠지만 여기는 자연친화적(?)인 호주니까.. 뭐...




피쉬 앤 칩스



 주문한 피쉬 앤 칩스와 샐러드를 받아들고서 시원한 전망이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본격적인 시식에 앞서 뚜껑 열고 비쥬얼부터 감상! 노릇노릇한 튀김옷의 치명적인 비쥬얼은 구린 날씨로 축 쳐진 기운을 북돋아주기에 충분했다. 큰 맘 먹고 주문한 샐러드가 조금 부실한게 걸리긴 했지만 피쉬 앤 칩스가 생각보다 푸짐하니 눈 감아 주기로 했다. 크~ 역시 내 소울 푸드 피쉬 앤 칩스(Fish n' Chips)는 언제나 옳다.





 비쥬얼 보다 중요한 피쉬 앤 칩스의 맛은.. 10점 만점에 8점 정도였다. 일단 해산물들이 싱싱하고, 통통하고, 비리지 않아서 먹기 좋았다. 맛집이라고 칭할 정도로 훌륭한 맛은 아니었지만 주변 레스토랑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빗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바다 전망을 보며 먹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 마음대로- 가산점을 주었다. 

 아무튼 다른 건 모르겠지만 가성비 하나는 끝내주는 피쉬 앤 칩스였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서 왓슨스 베이 관광을 위해 식당을 나섰다. 하지만 날씨가.. 도저히.....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촉촉, 아니 축축히 젖은 사진 속 나무를 축축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한참을 고민했다. 우산이 뒤집어지더라도 다 돌아보고 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돌아갈 것인지.

 

 고민 끝에 우리는 다시 페리를 타고 달링 하버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이런 날씨에 돌아다니는건 힘든 건 물론이고 무리하다가 몸이 다치거나 카메라가 다칠 위험도 있고 또 비가 더 거세지면 페리 운행이 중단돼 섬에 갇힐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하기로 했다. 열정 넘치는 여행자의 마음에는 내리는 비처럼 눈물이 흘렀지만 시드니에 다시 돌아올 핑계가 생겼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돌아오는 그 날엔 시드니가 꼭 맑은 날씨로 나를 반겨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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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