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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09 -

교토의 밤거리




쨍쨍한 마른 하늘에 비가 내리던 낮 시간을 아라시야마 지역에서 알차게 보내고

해가 저문 저녁에는 *교토의 번화가기온(祇園) 지역을 구경했다.


역 주변은 높은 빌딩에, 차 소음에.. 일반적인 도시의 모습이었지만 골목골목은 또 일본 냄새가 물씬 풍겼다.

낮은 나무집들과 그 사이에서 풍기는 일본 특유의 분위기에 나는 또 한 번 교토에 반했다.






북적북적한 거리에는 역시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상점들이 즐비했다.

일본 특산품부터 캐릭터 상품, 아기자기한 소품들까지 없는게 없던 번화가 거리.

카메라를 꺼내 가만히 서서 사진을 찍기가 힘들만큼 사람이 많았다.


서울 명동 한 복판에서처럼 사람들 틈에 쓸려서 걷고 걷다.. 좀 여유로운 골목에 들어섰을때 발견한 화려한 가게.

무엇을 파는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화려한 조명과 장식으로 눈길을 사로잡았었다.

구경해볼까 했지만 가게 앞에 꽂혀진 "욱일기"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 -사진 오른쪽에 자세히 보면 욱일기가 꽂혀져 있다.-

욱일기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전시되어 있음에 괜히 찜찜하고 씁쓸해졌다.



교토 골목



북적북적 넘쳐나는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니 한가로운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더 이상 높은 건물도 없었고, 집들도 대부분 만화에서 보던 일본 느낌의 집이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몰랐지만 눈길 가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그렇게 골목 여행을 시작했다.






우연히 느낌따라 찾아온 이곳은 내가 상상하던 일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집들과 은은한 조명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은 많았지만 지나다니는 차가 없었다.


알고보니 여기는 교토 기온에서 가장 인기있는 거리인 하나미코지(花見小路)였다.

가장 일본스러운 거리라고도 불리고, 또 게이샤를 만날 수 있는 거리로 유명하다.

게이샤, 또는 게이샤 견습생인 게이코(마이코)를 보러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하는데, 정말 운이 좋아야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여기 있을땐 이곳이 그런 곳인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나는 운이 좋았다.



교토 하나미코지에서 만난 게이샤



사람들 틈에 섞여 거리를 구경하던 중, 옆으로 택시 한 대가 지나갔다.

지나다니는 차가 없어서 차 없는 도로인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택시가 지나가 자연스레 눈이 갔다.

그리고 택시 안에는 하얗게 화장을 하고 머리를 한껏 풍성하게 만든 게이샤가 타고 있었다.


낮에도 아라시야마에서 우연히 인력거를 탄 게이샤를 만났었는데 이렇게 또 보다니!

신기한 마음에 택시 뒤를 졸졸 쫓아갔다. -사람이 많아서 택시가 느렸다.-

다행히 택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멈춰섰고, 혹시나 기분 나빠하실까봐 멀찍이서 지켜봤다.

택시에서 내린 게이샤는 안에 정원이 있는 고급스러운 식당 앞에서 내려 가게 주인 같아 보이는 사람을 따라 들어갔다.

이 순간을 놓치기 아쉬워 그냥 지나가는 척, 가게 앞을 지나가며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가게 내부의 정원에서 두 분이 대화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뭐랄까... 마치 일본 영화 촬영 현장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정말 신기하고 신기하고 또 신기한 경험이었다.

게이샤를 보기가 그렇게 힘들다는데 교토에서 두 번이나 보다니! 난 정말 운이 좋은가보다 XD



교토 야사카 신사(八坂神社, Yasaka Shrine)



그렇게 하나미코지 골목골목을 돌고 돌아 우리는 시조도리 끝에 있는 야사카 신사(八坂神社, Yasaka Shrine)에 도착했다.

처음에 내린 역에서 신사까지는 직진하여 쭉 걸어오면 그리 멀지 않은데 뱅뱅 돌아서 오느라 도착하니 어둠이 더 깊어져 있었다.



thumb



여행 전에 사진을 많이 찾아봤었는데 야사카 신사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던 바로 그 건축물(?).

사진으로 볼 때는 그냥 예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컸다.

이렇게 찍기 위해서는 한참을 뒤에서 찍어야할 정도로.

-아름답게 걸려있는 등불들엔 기부금을 낸 회사, 가게, 개인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한다.-






야사카 신사도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야경으로 유명한 이곳은 밤이 깊어갈수록 여행객들이 더 많이 몰려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인적이 드문 뒷길은 있었다.

전체적으로 야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신사였지만 이런 신성한 곳은 역시 사람없이 평화로운 느낌일 때가 가장 예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야사카 신사는 사람 없는 건물 뒷편에서 조용히 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야사카 신사에서 나와 다시 들어간 골목도 역시 일본스러웠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정장 속 지친 남자가 은은한 조명 아래 문을 끼익- 열고 들어가는, 일본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사소한 한 장면도 영화가 떠오르는, 느낌 있는 교토 기온에서의 밤.


한결 같이 일본 감성이 풍기던 교토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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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주말을 | 2015.1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

Darney

그만 좀 싸돌아다녀 이것아
@darney.travel